WRITING

맬맬책이랑 손글씨 수업

d0u0p 2022. 6. 1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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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의 영상 추천 알고리즘은 사용자의 성향에 맞게 적당한 영상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하지만, 사람의 성향이 늘 같을 수 없는데다가 새롭게 검색을 시도하지 않는 한은 극히 제한된 알고리즘에 의해 추천되는 영상만을 보게 되니 그 또한 다른 형태의 감옥에 갇혀 있는 기분이 들어 어딘가 모르게 찜찜한 구석이 있었다. 

그러다가 어느 날 추천 받은 영상이 아마도 맬맬책 작가가 보여주는 숏폼이었던 것인데, 모나미 볼펜으로 간결하고 단정하게 써 내려가는 정자체가 눈길을 끌었고 영상 몇 편을 보다 보니 책이 있고, 영상으로 미루어 짐작하건데 이렇게 단정하게 글씨를 쓰기 위한 규칙이 있으며 그 규칙에 대한 내용이 궁금해서 일단 책을 서둘러 주문해 보았다. 

안그래도 영상을 계속 만들면서 집중력이 부족한 탓도 있으나 글씨를 쓰면서 늘 궁금했던 부분이 마음 한 구석에 남아 있었는데, 드디어 책에서 해답을 얻었다. 이제는 아주 오래 전이지만 처음 딥펜으로 글씨 쓰는 법을 배우러 갔을 때, 글자를 쓰면서 공간을 균등 분배해야 함에 대한 설명을 잠깐 들었지만 그 설명만으로는 자음과 모음과 받침이 어울렁 더울렁 모여 있는 모든 글자에 균일한 공간을 만들어 내기는 어려웠고, 뭔가 탄탄한 이론을 기반으로 한 수업이 아니라 각각의 글자들의 중심을 어떻게 잡아야 할지, 어디서부터 획을 시작해야 먼저 쓴 글자와 세로 중앙 정렬을 이룰 수 있을지, '이'와 '율'을 나란히 쓰려면 동그라미 크기를 바꿔줘야 할지, 각각의 글자에서 'ㅇ'의 위치를 바꿔줘야 할지, 별게 다 궁금하다 싶게 궁금했었다. 

책은 한글의 형태를 간결하게 '기'형과 '긱'형, '그', '극', '구', '국'형으로 분류했고 각 분류마다 자음과 모음, 받침의 위치를 일정한 규칙에 따라 정해 놓았는데 신기하게도 한 글자 한 글자 연습하다 보니 거의 모든 글자의 중심이 어디인지, 각각의 글자를 쓰려 할 때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너무 쉽게 알 수 있었다. 

책에 있는 그리드 위에서 무의식적으로 연습하다가 백지에 옮겨 써 보려고 하니 몇 몇 글자는 시작 위치가 기억이 나지 않았다. 다시 책을 펴서 확인하고 백지에 써 보고 반복해서 연습해 보는 중이다. 

다음 주에는 조금 더 가지런하게 글씨를 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이 생겼다.

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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