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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직장인 점심 : 정신 차리고 보니 어느새 따끈한 만두국이 필요한 계절

d0u0p 2020. 11. 6.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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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만큼이나 잔인한 10월이 지나고 벌써 코 끝이 시린 날씨가 되었다. 이제는 주저하지 않고 따뜻한 국물을 먹을 수 있으니 마음까지는 녹이지 못하더라도 시린 코 끝 정도는 녹기 바라는 마음으로 만두국을 즐겨 먹고 있다. 

2019/04/12 - [EATING] - 여의도 직장인 점심 : 진진 만두 가격인상

2018/11/06 - [EATING] - 여의도 직장인 점심 : 만두국 산하와 진진

 

여의도 직장인 점심 : 만두국 산하와 진진

​아재입맛의 간섭없이 마음껏 여러 가지 메뉴를 즐길 수 있는 프리-런치-위크가 계속 되고 있어 만두국 좋아하시는 팀장님의 응원을 업어 늘 언제나 줄이 긴 만두국집들을 순회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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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진을 자주 가는 이유는 산하와는 다르게 김치만두인데다가 산하처럼 가격이 숨어 있지도 않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물리적인 거리도 가깝고 무엇보다도 맛이 있기 때문이다. 배추김치가 너무 잘 익어서 그릇 째 집으로 가져 가고 싶었다. 복불복으로 걸리던 질긴 고깃덩어리는 찾을 수 없었고 여전히 정갈한 재료들이 잘 어울려서 따뜻하게 한 그릇 잘 먹고 왔다. 번잡하고 비좁은 안쪽 자리밖에 없어서 미안하다며 사이다도 한 캔 내 주셨다. 

제로페이 패널이 여전히 카운터 안 쪽에 숨어 있어서 결제할 때 부탁드려야 한다. 코로나19 때문에 QR체크인이 활성화되었음에도 불구하고 QR코드의 허들은 여전히 높다. 엄마마마님만 해도 아직 3G폰을 쓰고 계시니 어르신들에게는 스마트한 생활이 요원할 수 밖에 없나 보다. 엄마마마님의 폰이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 순간이 올까봐 두렵다.

그리고 사무실 근처를 지나다 입간판을 발견하고 궁금해서 찾아간 또하나의 만두집이 있다. 상호도 따로 없이 만두전골 메뉴 하나만 있다고 써있어서 궁금했다. 꽃섬에 갔을 때 얼핏 본 것 같기는 한데 한 여름에 무슨 전골인가 싶어서 지나쳤던 것 같기도 하다. 

  • 만두전골 (국수 사리, 영양죽, 작은 밥 포함) 9,000원 
  • 소고기 추가 6,000원
  • 쭈꾸미 추가 6,000원
  • 만두 추가 6,000원

보통의 전골집에서 면과 죽을 추가해서 먹을 수 있는 것과 비슷한 형태이면서 메인이 만두인 전골 메뉴였다. 더 매운 맛을 주문하면 추가 양념을 주신다고 하고 기본 양념을 아예 빼고 순하게도 주문이 가능한데 기본은 매운 맛이 잘 드러나지 않는 적당한 중간 맛이었다. 

고소하고 진한 풍미를 더해 줄 소고기도 함께 들어 있고 가양 칼국수와 굳이 비교하자면 톡 쏘는 마늘 맛이 없고 버섯 대신 만두가 들어 있는데, 맛으로 보면 팀장님처럼 파, 양파, 쑥갓, 미나리 등 각종 향 나는 채소는 전부 싫어하시는 분들은 아마 이런 덤덤한 맛을 좋아하실 수 있지만 강한 향신료가 가득한 음식을 좋아하는 나는 가양 칼국수가 더 좋다. 

2018/12/06 - [EATING] - 여의도 직장인 점심 : 늘 가고싶었던 칼국수 맛집, 가양 버섯 칼국수

 

여의도 직장인 점심 : 늘 가고싶었던 칼국수 맛집, 가양 버섯 칼국수

​뭐 특별한 이유는 아니지만 팀장님이 마늘맛이 강하고 미나리가 가득해서 향긋하고 버섯이 가득한 칼국수 메뉴를 딱히 좋아하지 않으시기 때문에 반 년이 넘은 지금 겨우 한 번 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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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양칼국수도 버섯 먹고 국수 먹고 죽 먹고 나면 배가 터질 것 같고, 만두 먹고 고기 먹고 국수 먹고 죽까지 먹으니 마찬가지로 배가 많이 불렀다. 

작은 밥은 굳이 주문하지 않고 국수랑 죽만 먹었는데도 죽을 겨우 겨우 먹을 수 있었다. 다른 테이블 분들은 죽을 그냥 먹지 않고 가시기도 했다. 밥이나 면이나 달라는대로 주신다니 진짜 양 많으신 분들은 좋아하실 것 같다. 문제는 만두가 김치 만두와 고기 만두가 섞여 있었는데 둘이 나눠 먹기에 애매하게 다섯개가 들어 있었고 그 중 김치 만두는 두 개뿐이라 혼자 김치 만두 두 개를 다 먹겠다고 떼를 썼다. 

매운 맛도 아니고 기본 맛인데다가 고기만두까지 먹으면 밋밋함과 밋밋함이 더해져서 너무 밋밋할 것 같아서 그랬다. 만두라도 얼큰새콤한 김치 만두를 먹어야 직성이 풀릴 것 같았다. 김치 만두만 다섯 개 주셔도 되는데 가능한지 모르겠다. 다음에 여쭤봐야겠다.

나트륨과 탄수화물이 가득한 만두국, 만두전골이 사방에서 유혹하고 있으니 인생 최고의 몸무게를 나날히 경신하지 않을래야 않을 수가 없어 안타깝다. 뭐 그냥 즐겁게 먹고 운동하러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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