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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직장인 점심 : 쌀밥 포장은 어디까지 가능한가

d0u0p 2020. 10. 27.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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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으름의 소치로 발행 실수를 저지르고 마음도 비우고 글도 싹 다 비워 버리고 싶었지만 마음을 가다듬고 다시 정리해 본다. 

밖에 나가지 않고 포장해서 사무실에서 먹는 동안 쌀밥과 반찬, 집에서 먹는 것 같은 가정식을 챙겨 먹어 보려고 메뉴를 정리하다 보니 가정식이라 하기에는 집에서 먹는 집밥보다 훨씬 고급진 메뉴가 많았다. 일반적인 가정식 집밥 도시락은 반찬 가게 쯤 가면 있지 않을까 싶기는 했으나 그런 도시락 메뉴를 팔던 반찬 가게를 찾는 일은 또 쉽지 않았다.

2019/10/30 - [EATING] - 여의도 직장인 점심 : 자극과 안(?)자극 그 어느 중간에 있는 식당, 솜씨

 

여의도 직장인 점심 : 자극과 안(?)자극 그 어느 중간에 있는 식당, 솜씨

자극적인 맛, 짠 맛, 향신료 다 싫어하시는 팀장님은 솜씨에 가잘 때마다 탐탁치 않아 하신다. 끌리는 메뉴가 없어서 싫다고 하시는 솜씨는 주로 친구들이 놀러 왔을 때, 주로 가게 된다. 친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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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 가까운 곳인 여의도에 있지만 한남동 맛집이라고 적혀 있는 한식당 '솜씨'는 최근들어(?라고 하기에는 올 해 초부터가능했던 것 같은데) 모든 메뉴를 포장해서 먹을 수 있게 되었다. 전에 성게 모밀 먹으러 가서 잠깐 기다릴 때 문 앞에 이제 포장이 가능하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는 것을 보고 반가웠다. 사실 가장 포장하고 싶은 메뉴는 소고기 무국이었지만 지금은 메뉴에서 사라져서 매우 아쉽다. 달큰하고 시원한 국물이 좋아서 엄마마마님 생신 때 꼭 사다 드리고 싶었는데 이제는 없다.

2019/12/26 - [EATING] - 여의도 직장인 점심 : 솜씨에도 된장찌개가 있었다.

 

여의도 직장인 점심 : 솜씨에도 된장찌개가 있었다.

팀장님이 별로 안 좋아하신다. 가격에 비해 딱히 맛이 있지도 없지도 않은 애매한 느낌이라고 하셨지만, 한창 배앓이를 하는 중인 나는 팀장님 몰래 된장찌개를 먹기로 했다. 된장에 대해서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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된장찌개도 먹고 싶기는 하지만, 들고 와서 먹고 치울 일을 생각하면 선뜻 주문하기 곤란해서 대신 가뿐하게 포장 가능하고 먹고 나서 치우기도 쉬운 육회비빔밥과 명란 아보카도 비빔밥을 먹기로 했다.

맛은 뭐 더 설명할 필요 있을까 싶게 정갈하고 고소하고 담백하고 다 맛있다. 기본찬이 네가지인데 적당히 한 그릇에 담아 주신 것도 좋았다. 아삭한 오이와 된장에 무친 고추는 언제 먹어도 상큼해서 좋다. 

내가 고소한 생고기를 이렇게 잘 먹는 사람이었나 새삼 곱씹어 보며 고기를 꼭꼭 씹어 깔끔하게 다 먹었다. 쇠기름 냄새가 나는 음식은 요리 과정이 문제일까, 재료 상태의 문제일까, 단순히 소고기 부위의 문제일까, 아니면 정말 내가 문제일까 궁금해하면서 먹었는데, 최근에 투뿔 등심의 차돌 부추 도시락을 먹으면서는 내 문제는 아니라고 결론지었다. 

점심에 포장 가능한 메뉴가 여러 가지 있었는데, 떡갈비나 LA갈비보다는 차돌구이가 가볍게 점심으로 먹기 좋을 것 같아서 차돌구이 도시락을 주문했는데 이 차돌박이는 기름 냄새가 고소했다. 내가 쇠기름 냄새를 다 싫어하는 것은 또 아닌가보다. 대신 요즘 악관절로 고생을 하고 있어서 이 고기들을 꼭꼭 씹어 먹는 일은 쉽지 않았다. 턱만 괜찮았으면 이 정도는 쫄깃하다며 잘 씹어 먹었을 것 같기는 한데 지금 컨디션에서는 반 정도 먹다 보니 턱에서 신호가 오고 어깨 근육이 덩달아 굳기 시작해서 더 먹을 수 없었다. 약간 질긴 것만 빼고는 양념도 적당히 맛있어서 괜찮았는데 고기를 반밖에 못 먹은 상태에서 나머지 반찬으로 밥을 먹자니 어려웠다. 제일 중요한 김치 맛이 애매했다. 그냥 깔끔하고 시원한 배추김치였으면 좋았을텐데 도시락용이라 그런지 달콤한 양념이 되어 있었다. 상태로 봐서는 볶은 김치 같아 보이지는 않았는데 씹으면 물기가 없다는 느낌도 있었고 젓갈 냄새도 강했다. 국물도 따로 챙겨주시기는 했으나 들고 오느라 약간 식었음을 감안하더라도 기름 냄새가 풍성하게 올라오는 상태라 국물은 먹을 수 없었다. 다른 메뉴들은 괜찮은 건가 궁금하기는 한데 거리도 너무 멀어서 또 갈 것 같지는 않다. 

제일 궁금한 메뉴가 차돌 볶음밥이기는 한데 차돌 볶음밥은 2인분부터 가능하니 팀장님이 필요하다. 대신 박찬일 쉐프의 팔레토에서는 직화구이 우삼겹 맛달걀 덮밥을 일인분만 포장할 수 있었다. 메뉴명에는 우삼겹이라고 되어 있지만 차돌이랑 비슷하지 않나 싶었고, 질긴 차돌과 얼마나 다른지 또 궁금하기도 했다. 

자르지 않은 고기가 줄줄줄 올라왔지만 부드러워서 씹기는 좋았다. 찾아보니 차돌과 우삼겹은 확실히 다른 부위인가보다. 두 부위 모두 기름이 많지만 차돌은 약간 더 쫄깃한 느낌이 있고, 삼겹은 훨씬 부드럽다고 한다. 삼겹이라 그런지 확실히 부드러운 느낌이었다. 고기 양도 푸짐해서 결국 다 먹지 못하고 잘 포장해서 다시 집으로 가져가서 또 잘 먹었다. 

그리고 또 궁금했던 메뉴가 계절밥상의 도시락이었는데 계절밥상은 집합금지 제한이 있었는지 한동안 영업을 하지 않아서 도시락도 먹을 수 없는 상태였다. 가끔 확인해 보다가 어느 날 도시락 주문이 가능하길래 냉큼 주문해 보았다. 장어와 더덕구이 도시락 같은 화려한 메뉴도 많았는데 가볍게 후다닥 먹기 좋은 깍두기 볶음밥이 먹고 싶었다. 

계절밥상의 도시락 메뉴는 정말 피크닉용인지 물도 한 병 함께 들어 있었고, 쁘띠첼과 복분자가 함께 들어 있는 디저트까지 포함되어 있었지만 시금털털한 냉동 복분자가 쁘띠첼과 그렇게 썩 어울리는 것 같지 않아서 기쁘지 않았고, 물 한 병은 들고 올 때 수고만 더했으니 역시 반갑지 않았다. 적당히 CJ 브랜드에서 먹을 수 있는 냉동 깍두기 볶음밥 정도를 상상하며 주문했는데 밥은 일단 갓지은 밥이었는지 투뿔의 맨밥보다 쌀알의 상태가 훨씬 좋았다. 깍두기의 시큼한 향과 젓갈 냄새가 냉동 볶음밥보다는 생생했는데 그 또한 상쾌한 느낌은 아니었지만 아무래도 김치니까 어느 정도는 이해할만 했고, 무엇보다 함께 구성되어 있는 닭튀김이 마음에 들기는 했다. 진짜 옛날 옛적 VIPS가 처음 문을 열고, 그 무엇보다 새우와 치킨이 맛이 있어서 열심히 찾아 다녔던 기억이 새록 새록 돋아났다. 그 치킨과 같은 맛이었다. 문제는 볶음밥과 치킨을 함께 먹자니 음식이 식어갈 수록 짠 맛이 강했다. 밥을 맨 밥으로 바꾸고 싶었다. 메뉴가 계속 바뀌고 있어 그런지 전에 안보이던 쌈밥 도시락을 보니 닭튀김과 채소튀김, 쌈밥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정도라면 거창하지 않게 한 끼 먹기에 적당한 도시락일 것 같다. 날씨 좋을 때 공원에 들고 가 먹기 좋을 것 같다. 계절밥상이 초기에 인기를 끌었을 때 가장 맛있었던 메뉴는 돼지양념구이나 고추장 삼겹살이었는데 그 두 가지 메뉴도 도시락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무시하고 깍두기 볶음밥을 주문해서 짜다며 괜히 툴툴댄 것 같기도 하다. 이제는 밖에서 맛있는 메뉴 충분히 찾아 먹을 수 있는데 괜시리 도시락 사다 먹기에는 무색한 감이 있어 약간 아쉽다. 팀장님 휴가 가시면 몰래 먹어야겠다. 

앞에서 먹었던 메뉴들과는 달리 포장이 아니라 배달받아 집에서 먹었던 고급 집밥이 또 있어서 이야기에 보탠다. 너무 오래 전이라 무슨 일로 집에서 뒹굴었었는지도 가물가물하지만 집에서 뒹굴면서도 맛있는 밥은 먹고 싶어서 앱을 열어 뒤적거리다가 에덴식당 음식을 집에서 받아볼 수 있음을 확인하고 냉메뉴를 들여다 봤는데, 식당에 직접 가서 먹을 때에는 2인 이상이어야 주문 가능한 줄 알고 있었던 자연송이탕이 1인분도 주문 가능해서 냉큼 주문했다. 

게다가 식당 인테리어에 따라 유난히 소리가 더 울려서 시끄러운 곳이 있는데 에덴식당이 그런 곳이라 왁자지껄한 곳에서 먹지 않아도 되니 너무 좋았다. 여유롭고 평화롭고 차분히 앉아 맛있는 음식을 천천히 즐길 수 있으니 즐거웠다. 자주 애용해야겠다. 집에서 집밥보다 고급인 집밥 편하게 먹으니 마음도 편하고 몸도 편했다. 

계속 편하게 먹고 살려면 열심히 돈 벌어야 한다, 부지런히 일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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