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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직장인 점심 : 암만 도시락이 고급져도 국물이 최고, 신나는 나트륨 파티

d0u0p 2020. 10. 22.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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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밖에서 도시락을 사다 먹으면서 늘 100% 만족할 수 없는 그 무언가가 있었는데 그게 바로 나트륨 가득한 국물이었다. 감염대응단계가 낮아지고 밖에서 식사하기 시작하면서 욕망이 폭발했는지 보글보글 나트륨 끓어 오르는 메뉴만 먹고 있는 걸 보면 어쩔 수 없는 한국사람인가 싶다. 

시작은 가정식 칼국수, 필칼국수 8,000원

맨 처음 갔던 곳이 가정식 칼국수 집이었다. 언제인지 모르지만 튀김 정식을 하던 바삭이 드디어 문을 닫고 그 자리에 새로 생겼는데 초밥 사러 오가며 눈도장만 찍고 궁금해 했던 곳이라 제일 먼저 가 보았다. 특히나 칼국수 맛집이라고 할 만한 적당한 식당도 별로 없으니 더 궁금했다.

2018/12/06 - [EATING] - 여의도 직장인 점심 : 늘 가고싶었던 칼국수 맛집, 가양 버섯 칼국수

여의도 직장인 점심 : 늘 가고싶었던 칼국수 맛집, 가양 버섯 칼국수

​뭐 특별한 이유는 아니지만 팀장님이 마늘맛이 강하고 미나리가 가득해서 향긋하고 버섯이 가득한 칼국수 메뉴를 딱히 좋아하지 않으시기 때문에 반 년이 넘은 지금 겨우 한 번 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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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가양 칼국수가 있지만 팀장님이 싫어하시는 미나리와 마늘이 가득한데다가 2인 이상 가야 먹을 수 있으니까 쉽게 갈 수가 없어서 나는 늘 칼국수가 아쉬웠다. 

 

 

필 칼국수는 출입문에 붙어 있는 명품 해물 칼국수라는 수식어보다는 가정식 칼국수에 더 어울리는 맛이었다. 집에서 갓 만들어 바로 먹는 그런 느낌이 있았다. 보들보들한 면과 뽀얀 국물이 잘 어울렸다. 엄마마마님께서 정성들여 끓여주시면 이런 맛이지 않을까 싶지만, 우리 집은 칼국수처럼 손 많이 가는 음식은 거의 해 먹지도 않고 국물을 손수 우린다거나 하시는 법도 없이 MSG 착착 뿌려 넣어 주시는 타입이라 그에 비하면 명품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기는 하다. 해묵은 이야기이지만 혼자 콩나물국을 끓이다가 엄마마마님같은 맛이 나지 않는다고 투덜댔더니 엄마마마님께서는 미원을 넣어야 그 맛이 나는 것이라고 알려 주셔서 마흔이 다 되어 갈 무렵에 적잖이 충격을 받았더랬다. 그 날까지 엄마마마님은 요리를 참 잘하시는 분이라고 내심 뿌듯해하고 있었는데 나만의 자랑거리가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다. 그간 까다롭다고 자부했던 내 입 맛 역시 '고급'과는 거리가 먼 평범한 글루타민산나트륨으로 조련되어 비범함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그저 그런 평범한 부류의 입 맛에 지나지 않을 수 있다. 

이게 바로 한식이다, 청석골 순두부 8,000원

평범한 입맛의 나는 그래서 청석골의 강렬한 순두부 역시 좋아하는가보다. 오랜만에 먹으니 더더욱 맛이 있었다. 달걀 한 알이 아쉽긴 하지만 덤으로 주시는 떡볶이에 정신을 잃고 탄수화물을 부지런히 더 섭취했다. 

 

 

이렇게 먹어야 밥 다운 밥을 먹는 느낌이 있다. 물론 엄마마마님은 순두부찌개도 안 끓여 주신다. 엄마마마님의 관심 밖 메뉴는 엄마마마님의 레시피 범위 안에 들어가지도 않으니 밖에서 먹을 수 밖에 없다.

2020/05/21 - [EATING] - 여의도 직장인 점심 : 제로페이로 점심을 먹자.

여의도 직장인 점심 : 제로페이로 점심을 먹자.

팀장님이 알려 주셨다. 온누리 상품권이 가끔 15% 할인 이벤트를 하고 그 때마다 품절이 되는 통에 뉴스에 나와서 알고 있었지만 제로페이로 구매할 수 있는 지역상품권도 비슷한 행사를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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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만든 두부로 만든 순두부집도 있는데 청석골보다 부드럽고 순한 맛이라 자극적이지 않아 좋지만 사실 입은 자극적인 맛을 더 원하니 자연스럽게 발길이 멀어지고 있다. 취향인지 본능인지 모르겠다. 또 언젠가는 부드러운 국물이 필요하다며 찾아갈 지도 모르지만 콩밭은 엄마마마님의 취향에 가까우니 나는 일단 청석골에 간다. 

코로나 때문에 오픈을 놓친 이여곰탕, 곰개장 13,000원

그리고 또 도시락만 먹던 그 사이 새로 오픈한 이여곰탕에 드디어 다녀왔다. 이여곰탕은 배민오더로 주문도 할 수 있어 포장해다 먹을 수도 있었지만 곰탕을 사서 무사히 사무실까지 돌아올 수 있을 것 같지 않았고, 들고 오는 사이 지쳐서 밥 먹을 기운이 있겠냐싶어서 궁금하지만 참았다가 직접 가서 먹었다. 

 

 

일반 곰탕은 예전에 경기도 살 적에 집 앞에 있던 이여곰탕에서 자주 먹어서 무슨 맛인지 알고 있었지만 얼큰한 곰개장은 처음 보는 메뉴라 궁금했었다. 자극적인 얼큰 곰개장이야말로 딱 내 취향이긴 하니까 기대를 품고 주문했는데, 맛이 없다고 할 수는 없지만 놀라울만큼 맛있다거나 옆 사람을 붙잡고 꼭 먹어보라고 권할 정도는 아니었다. 육개장이라면 그냥 이화수 육개장을 가면 되지, 굳이 곰탕집에서 애매한 메뉴를 또 먹을 필요는 없을 것 같다. 그냥 일반 곰탕을 먹는 편이 낫겠다. 

이여곰탕 메뉴 

  • 곰탕 12,000원
  • 곰탕면 12,000원
  • 살로만 (밥/면) 15,000원
  • 떡곰탕 (밥 대신 떡국 떡) 12,000원
  • 곰개장 13,000원
  • 특곰탕 15,000원 특곰탕면 15,000원
  • 특 살로만 (밥/면) 18,000원
  • 특 떡곰탕 15,000원
  • 특 곰개장 16,000원
  • 냉곰탕면 12,000원
  • 특 냉곰탕면 15,000원
  • 수육 50,000원
  • 반수육 30,000원
  • 규아상 전골 42,000원
  • 찐 규아상 10,000원

지금 보니 떡곰탕도 있다. 밥 대신 떡국 떡이라니 마음에 든다. 다음엔 떡곰탕으로 먹어야겠다. 식당 규모가 커서 그런지 생각보다 줄이 길지 않고 바로 앉을 수 있었는데 대신 메뉴가 꽤 늦게 나왔다. 그렇다고 곰탕이 아주 뜨끈하지도 않은 상태라서 약간 갸웃했다. 먼저 들어오신 분들 중에 아직 식사를 못하고 계시는 분들이 많았다. 곰탕이라면 하동관도 있고 돼지고기임에도 불구하고 깔끔하고 담백한 광화문국밥도 있어서 거리로 치면 가장 멀리 있는 이여곰탕에 자주 갈 일이 있을까 싶기도 하다. 굳이 고르라고 하면 파를 내 맘대로 듬뿍 넣어 먹을 수 있고 앉자 마자 곰탕을 내 주시는 하동관을 더 자주 갈 것 같다. 

2020/01/28 - [EATING] - 여의도 직장인 점심 : 광화문 식당 소곰탕

여의도 직장인 점심 : 광화문 식당 소곰탕

그릇 한 가득 파를 헤치면 소고기가 나타난다. 깔끔한 국물에 밥 말아 후루룩 먹기 좋은 곰탕이지만 고기에서는 역시 고기 냄새가 났고, 쇠기름 냄새를 싫어하는 나에게는 깍두기 국물 시원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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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0/31 - [EATING] - 여의도 직장인 점심 : 아무도 알려 주지 않은 하동관

여의도 직장인 점심 : 아무도 알려 주지 않은 하동관

도대체 언제 더웠는지 기억할 수 없게 갑자기 쌀쌀해진 어느 날 갑자기 메뉴 자유 선택권이 생겼다. 쌀쌀한 날씨에 후루룩 밥 말아 먹는 갈비탕이 먹고 싶어서 검색을 했다. 원래 물에 빠진 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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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여곰탕에서는 전에 집 앞에서 친구와 둘이 수육을 주문하고 장국수를 추가해서 끓여 먹은 적이 있었다. 둘이 먹기에 수육하나는 양이 많아서 반만 해 주신다고 해서 반으로 먹고 국수까지 먹었더니 심하게 배가 불렀다. 양이 많았다는 것을 빼고는 장국수의 면발도 쫄깃하니 좋았고, 국물도 맛이 있었던 것 같은데 일반적인 점심 식사로 먹기에는 거하니 팀장님이랑 둘이 간단히 저녁 회식으로 가서 먹고 와야겠다. 

바삭한 군만두와 부드러운 수제비가 잘 어울리는 옹기 수제비 

외출을 쉽게 하지 못하고 주말에도 집에서만 지내다 보면 방송에서 만나는 메뉴마다 먹고 싶어질 때가 있다. 누군가 만두를 맛있게 먹길래 대뜸 만두가 생각나서 옹기 수제비를 찾았다. 비좁은 복도에 여전히 줄이 길어서 혼잡했지만 고소하고 바삭한 군만두 맛은 일품이었고, 따뜻하고 담백한 국물의 부드러운 수제비를 함께 먹으니 세상 부러울 것이 없었다. 

 

2018/12/01 - [EATING] - 여의도 직장인 점심 : 비빔만두 맛집, 옹기수제비

여의도 직장인 점심 : 비빔만두 맛집, 옹기수제비

팀장님의 추천으로 종종 비빔만두를 먹으러 갔었는데, 비빔만두집이라고만 알고 있었지 가게 이름이 옹기수제비라는 것은 지난 엊그제야 알게 되었다. 여의도가 아니더라도 비빔만두를 먹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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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5/12 - [EATING] - 여의도 직장인 점심 : 코로나 바이러스 확진자 방문 식당은 푸짐한 식당이더라.

여의도 직장인 점심 : 코로나 바이러스 확진자 방문 식당은 푸짐한 식당이더라.

이제는 확진자 동선에서도 식당 이름은 다 지워져서 모든 식당을 다 알 수는 없지만, 처음 동선이 공개되면서 식당 이름들을 알게 되었을 때 우리가 다니던 식당인가가 제일 중요했지만, 막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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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 식당에서 수제비를 먹을 때만 해도 옹기 수제비 간은 조금 싱겁다는 느낌이 있었는데 오랜만에 '국물' 메뉴를 먹어서 그런지 전혀 밋밋한 느낌 없이 좋았다. 맛이란 게 날마다 사람마다 뭐 다르고 그럴 수 있다. 사랑니도 뽑고 턱관절도 엉망인 상태라 만두는 조심해서 먹어야 했지만 수제비는 부드러워서 먹기 편해 좋았다. 

화려한 BTS가 나를 감싸고, 보글보글 끓는 나트륨의 화룡점정, 오락 즉석 떡볶이 2인 17,000원

더 이상 떡볶이를 미룰 수가 없었다. 정말 오랜만에 매운 짜장을 주문하고 신나게 먹었다. 언제나 늘 그렇듯이 또 기다려야 했고 또 쿨피스 한 잔을 받아 마셨고, 줄 서서 기다리는 동안 반갑게 진과 인사를 나눌수 있었고 떡볶이는 맛있었다. 

 전에 주문하면서 팀장님이 잠깐 주문받는 분을 당황하게 만든 적이 있었는데, 기다리면서 다른 분 주문하실 때 보니 그 분에게도 비슷한 오류가 있었다. 떡볶이 메뉴가 2인 세트와 3인 세트, 점보 세트로 크게 나뉘는데 여기서 2인 세트가 구성에 따라 A와 B로 다시 나눠진다는 것을 미처 확인하지 않은 채 2인 세트라고만 주문을 하시니 2인 세트 중에 어떤 걸로 드리냐 다시 되물으시고 그제야 다시 메뉴를 살펴 보는 과정을 거쳐 메뉴가 결정된다. 이 과정에서 팀장님은 A와 B를 선택해달라는 요청에 계속해서 2인 세트를 달라고 거듭 답변하시는 바람에 서로 당황했던 적이 있었다. 메뉴도 꿰고 계시는 팀장님도 그렇게 주문하시니 메뉴판을 처음 보고 주문하시는 다른 손님들도 비슷한 실수를 계속 하시는 게 당연하기는 한데, 메뉴판만 보고 있노라면 복잡해 보여서 약간 착잡한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 2인set A 즉떡 2인분 + 김말이1 + 야끼1 + 계란1 +볶음밥 16,000원
  • 2인set B 즉떡 1인분 + 치즈쌀떡 1인분 + 김말이1 + 야끼1 + 계란1 14,500원
  • 3인set 즉떡 3인분 + 김말이1 + 야끼1 + 계란1
  • 점보set 즉떡 4인분 + 김말이2 + 야끼2 + 계란2
  • 모든 메뉴 매운 짜장으로 변경 1,000원 추가 

탄수화물을 사랑하시는 팀장님 덕에 고민의 여지 없이 우리는 언제나 2인set A로 먹고 배 두들기며 나온다. 대신 이번에는 매운 짜장을 양보해 드리지 않았다. 그또한 누구의 기억에 오류가 있는지 모르겠으나 내 기억으로는 짜장은 기본적으로 매운 맛이 더해진 짜장이라 조금 덜 맵게 해 드리냐고 항상 물어 보셔서 덜 맵게 주문을 하곤 했었는데, 그게 덜 맵게일 뿐이지 안 맵게는 아니라고 생각했었는데 팀장님은 안 맵게라고 기억하고 계시고, 매운 짜장을 안 맵게 해달라고 하면 안 맵게가 가능할지 모르겠으나 메뉴판에는 1단계부터 3단계로 구분되어 있고, 1단계가 신라면보다 조금 더 매운 정도라 하셔서 냉큼 1단계로 주문했다. 사실 2단계 쯤으로 먹었을 때의 매콤함이 제일 좋지만 안맵게 먹을 바에야 매운 짜장이 아니라 일반이 나으니 가끔은 맵게 먹을 수 있지 않나, 양보를 하지 않았다 했지만 1단계였으니 양보한 셈인 것 같기도 하다. 너무 많이 먹고 나와서 한동안 떡볶이를 잊고 지낼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사진 보고 있으니 다시 침이 고이고 만다. 한 달에 한 번만 가야지. 탄수화물만 과하게 먹고 살 수는 없다. 

이제 다시 영양가 챙겨서 골고루 먹기로 하자. 나트륨도 가끔만 만나자,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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