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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직장인 점심 : 더 이상 새롭지 않은 차별화된 식재료를 사용한다는 뉴오리진

d0u0p 2019. 3. 8.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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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가 너무 가득한 날이라 밖을 나다닐 수 없어서 하는 수 없이 실내 쇼핑몰로 발길을 돌렸고, 간단히 점심을 먹을만한 장소를 찾다가 우연히 눈에 띄어서 들어가 보았다. 

차별화된 식재료를 사용한다는 뉴 오리진, 뭔가 신흥 종교 명칭과 닮은 느낌도 있다. 차별화되었다고 하지만 이제는 흔한 유기농이나 자연주의, 로하스 등과 결국 같은 맥락의 트렌드를 표방하고 있는 게 아닌가? 

국내에서 수급 가능한 유기농이거나 최소 무농약(이라고 적혀 있는데, 무농약이면 무농약이지 최소 농약이거나 무농약도 아니고 최소 무농약은 뭔 말인가?) 과채류와 강원도 자유방목 유기농 유정란(미사여구가 요란한 느낌도 있고), 그 외에 소금, 설탕, 오일, 식초 모두 유기농이거나 자연산을 사용한다고 한다. 화학조미료도 사용하지 않는다고 써 있으나 점심으로 먹을 수 있을만한 메뉴는 그렇게 과한 양념이 필요하지 않은 가벼운 샐러드나 샌드위치들이다. 샌드위치가 조미료가 필요한 음식이었나 새삼스럽다.   

​어메이징 에그 브리오슈였나, 메뉴 이름이 대체로 쉽게 와 닿지는 않았다. 달걀이 자연 방목 유기농 유정란이면 놀라운건가, 그냥 모든 사람들이 이 정도 좋은 달걀 좀 먹을 수 있는 그런 세상이면 안되나, 일반 식빵보다는 조금 더 부드러운 브리오슈를 원래 좋아하니까 브리오슈를 주문해 보았고, 샌드된 달걀이 어떤 형태인지는 생각하지 않았었는데 먹다 보니 역시, 채소가 섞여 부쳐진 달걀 맛은 내가 좋아하지 않는 맛이었다는 것이 더 분명해졌다. 치즈도 섞여 있고, 꽤 괜찮았지만 중간 중간 씹히는 채소가 익었을 때 나는 단 맛이 거슬렸다. 푸드트럭이나 길거리에서 파는 토스트 역시 다들 맛있게 잘 드시지만, 뭐라고 설명할 수 없이 그냥 그 야채 섞인 달걀의 맛이 싫다. 달걀말이도 다양한 채소나 김을 함께 말아 부친 것보다 그냥 달걀만 부친 게 좋다. 

원래 세트로 구성된 메뉴는 샌드위치와 감자 튀김이었는데, 샐러드로 변경할 수 있다고 하여 샐러드로 변경해서 받았다. 굳이 브리오슈가 있는데 탄수화물을 더블로 먹는 것보다는 비타민 및 무기질을 챙겨 먹는 편이 더 나으니까 흔쾌히 샐러드로 바꿨다. 원래 세트는 감자튀김이라서 그랬는지 케찹이 같이 나와서 아주 잠시 어쩌라는 것인가 고민했다. 

물도 준비되어 있었지만 음료 메뉴가 커피 말고도 다양해 보여서 호기롭게 비타민D가 들어있을 법한 선샤인D, 뭐였더라? 뭐 그런 메뉴를 주문했는데 좁은 식탁에서 모르는 사람들과 섞여 먹다 보니 바로 옆 자리의 대화가 자연스럽게 다 들려서 어쩔 수 없이 들은 바로는 유한양행에서 운영하는 식당이고, 행오버 음료가 숙취에 좋다고 하신다. 안그래도 메뉴에서 행오버를 보긴 했다. 재료명에 숙취와 간에 좋은 헛개가 들어 있었다. 

​그것보다는 사실 음료 중에 궁금했던 것은 녹용이 들어 있는 것과 홍삼이 들어 있는 음료였는데, 용기를 낼 수 없었다. 이미 오전에 커피를 진하게 한 잔 마셨고, 다음 날은 일찍 일어나야 하는 날이었고, 이미 육공단을 먹고 있는데, 녹용이나 홍삼 음료 마셨다가 저녁에 오히려 말똥말똥 잠도 못자고 다음 날 오히려 더 컨디션이 안 좋을 수도 있어서 참았다. 대신 숙면에 좋다는 비타민D음료를 주문했다.

좋은 채소 쓰고 가볍게 좋은 소금에 식초 넣은 샐러드니 함께 곁들여 먹기 괜찮았지만, 깍둑썰기로 들어 있던 햄이 또 거슬렸다. 햄이라니, 햄은 아무리 좋은 재료를 사용한다 한들 아질산 나트륨인지 안 들어갈 수 없는 식재료 아닌가? 식당 안에 크게 붙어 있는 말대로라면 아질산나트륨 없이 만든 햄이겠지만, 거기까지 생각의 꼬리가 닿기 전에 이미 '햄'이 왜 들어 있지?에서 불편한 기색이 되었다. 

메뉴를 좀 더 자세히 보고 올 걸 그랬다. 한가해 보여서 들어갔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만석이 되었고 앞 옆 자리 모두 재기발랄한 대화를 나누시는 바람에 식사가 쉽지 않았다. 

​자리에 앉으니 스콘 메뉴사진이 보였다. 먼지가 심한 날이라 따뜻하고 부드러운 느낌의 샌드위치를 주문하기는 했는데 스콘을 보니 맛있어 보이기도 하고 간단하게 먹기에는 좋을 것 같다. 다음 기회에 스콘과 녹용음료에 도전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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