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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어플 호구생활, 숫자별로 색칠하기 환불

d0u0p 2018. 9. 19.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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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튠즈가 내 돈을 가져간다. 

띵동! 새벽부터 아이튠즈에서 내 돈을 가져 간다며 문자가 왔다. 이상하다. 지난 주에도 가져갔던 것 같은데? 잠이 확 깼다. 원래 음악 서비스도 월정액으로 받을까 말까 하다가 요즘 들어 조카들의 최신곡 요청이 많아서 월정액으로 서비스를 받고 있는 중인데 그것 외에는 정기적으로 구독하고 있는 것이 없었는데 어디에서 새는 건지 궁금해서 뒤지고 뒤져 봤다. 

정기적으로 구독하고 있는 요금과 구독을 취소하는 메뉴는 엄청 깊은 곳에 숨겨져 있었던 기억이 있어서 잠결에 열심히 누르고 눌러서 찾아 보니 "숫자별로 색칠하기"라는 어플이 매 월도 아니고 매 주 간격으로 구독중이라는 충격적인 사실을 발견했다.

조카들이 주말에 오면 원래 게임하는 시간이 있지만 고모의 디바이스로 게임을 하고 싶어할 때가 아주 가끔 있고, 스프링필드는 초등학생들에게 해로운 것 같아서 빼고, 할아버지의 여행 게임과 ROOM, Glopy를 번갈아 시켜 주고 있는데 뭔가 조금 더 교육적인 게 없을까 싶어 검색하다가 어디에선가 추천으로 떠 있던 게임이 "숫자별로 색칠하기"라서 다운받아 두었던 앱이다. 

처음 실행 해 보고 내부 콘텐츠가 딱히 쓸만한 게 없어 보여서 이튿날 바로 지웠는데, 지워 버렸으니 구독이고 뭐고 다 알아서 정리 되었겠지 쉽게 생각한 내가 잘못이다. 

분명 앱을 설치할 때 앱 내 결제라는 걸 본 것 같은데, 숫자 별로 색칠하기 말고 비슷한 종류의 어플을 몇 가지 더 같이 받았던 터라 여러 가지라 혼동되어 인식되었을 수도 있을 것 같기는 하지만 그래도 내 기억으로는 분명히 앱 내 결제였다. 

지금 구글플레이에서도 분명 무료 앱이라고 나오고 있다. 아이튠즈에 있는 그 앱은 설치하자 마자 3일을 무료 체험기간으로 주면서 동시에 정기구독이 시작되는 형태였다. 앱에도 정기구독 형태가 있다니, 나중에 서비스 센터에서 듣게 되었다. 주간 구독과 월간 구독, 연 구독형이 있는데 니가 몰랐다는 식이었다. 

애플서비스 센터에 문제를 신고했다. 

아무튼 무료체험 기간 전에 지워서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던 그 앱이 지 혼자 계속 돈을 가져 가고 있었던 것이다. 내역을 살펴 보니 11주나 가져 갔다. 바로 문제 신고 버튼이 있길래 신고를 하고, 서비스 센터 연결 요청을 해 두고는 앱스토어에 있는 댓글들을 열심히 살펴 봤다. 원래 이상한 앱이었다. 다들 환불요청하고 난리났다. 희한한 것은 앱을 설치할 때는 못 봤던 내용들이라는 것이다. 

문제신고는 새벽에 한 것이라서 시간 되실때 전화하라며 친절히 케이스 아이디를 알려 줬고, 출근해서 정신 차리자 마자 전화 통화를 시도했다. 애플 고객센터에 전화할 때마다 배꼽 잡게 하는 포인트가 있는데 서비스센터 직원들이 대체 어떻게 교육을 받고 있는 것인지 늘 한결같이 '오빠가 니 문제를 해결해 줄게, 울지마, 속상했떠?'라는 태도로 전화를 받아서 역겨웠다. 맥을 써도 오빠인 척 하는 전화받고 있는 그 젊은 청년보다 이십 년은 더 썼는데 뭔가 깔보는 뉘앙스마저 묻어 있는 느낌이라 기분이 좋지 않은 반면에, 알려 주는 것 역시 본인도 지금 매뉴얼을 읽어 가며 스텝 바이 스텝으로 하고 있는 상황이 빤히 보여서 열심히 하는 척이라도 하는구나 싶어 내심 대견한 마음까지 들었지만 기분은 나빴다. 게다가 그 때의 문제는 아이맥이 오래된 상태이고, 전원 공급 부분이 문제였다는 것을 나중에 다른 분 도움을 받아서 알게 되었고, 서비스 센터에서 전화를 받은 그 오빠인척 하는 분은 매뉴얼대로 계속 읽어 줘도 안되자 마지막 수단이라며 원래 처음에 구매했을 때 들어 있던 OS 씨디로 복구를 해야 한다고 결론을 내렸는데, 7년 쯤 지났고, 자동으로 업데이트 잘만 해 주더니 왜 복구는 옛날 CD로 하라며 찾아내라 마라인가 싶으나, 그 CD가 어느 서랍에 들어 있을지 전혀 감이 잡히지 않는 나는 결국 또 그 오빠인척 하는 청년의 권유대로 CD를 구매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구형 아이맥이 CD드라이브 일체형이었는데 그 드라이브에 새 CD를 넣어 보니 안 쓴지가 오래되어서 CD를 못 읽는 것인지 일단 그가 말했던 대로 쉽게 복구되지 않았다. 

결국 맥 좀 뜯어 보셨다는 친구님의 남편님이 아이맥의 목숨을 살리고 싶다면 들고 오라고 종용하시어 들고 가서 함께 과감하게 뜯어 제끼고 이리 저리 해 본 결론이 전원 문제였다. 드라이브 구동하는 전원이 약해서 설치 과정에서 마지막으로 재부팅이 안되는 상황이었다. 모르고 넘어갈 뻔 했으나 우연히 전원이 붙어 있는 외장형 디스크에 윈도우즈 OS를 넣고 이거라도 깔아보자 하여 시도하다가 알게 되었고, 공인서비스 센터든 사설 센터든 전원부만 바꾼다 해도 오래된 그 구형 아이맥을 중고로 사는 가격과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결론이 났고, 국도 못 끓여 먹을 아이맥은 과감히 버리고 왔다. 

서비스센터의 그 오빠 아닌 오빠와 한 시간 넘게 통화 했는데, 아이맥은 고치지 못 하고 OS 씨디만 하나 더 사게 됐고, 본가에 와서 그 CD가 서랍 안에 얌전히 있는 것을 발견했다. 있는 매뉴얼 읽어 주면서 저는 전문가니까 저를 믿으세요 허세부리는 건 정말 서비스센터에서 교육받는 것인지 진심 궁금하다. 매뉴얼을 읽고 있는게 너무 티가 나기도 했고, 심지어 페이지를 찾는 모습이 눈에 보이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뭐 일단 그래요, 오빠 내 돈 늬들이 가져가서 속상했어요, 빨리 취소해 주세요. 이미 앱스토어에 달린 댓글 다 봤고 애플에서도 문제 앱이라는 것도 인지하고 있음도 알고 있었고, 별 다른 어려움 없이 환불 및 취소가 가능할 것이라는 믿음으로 전화했는데, '얼마나 걱정 많으셨겠어요, 도와드릴게요.'라고 대번에 연기톤으로 대답해서 사실 당황했고, 웃겨서 소파에 누워 파안대소했다. 걱정해 주는 척 하는 연기를 좀 더 연습하셔야 할 것 같다. 오과금된 사실을 그동안 모르고 있었기 때문에 나는 일단 걱정을 한 적이 없고, 환불은 어디까지 해줄 것인지가 문제였는데, 최선을 다해서 알아 보겠다며 (아니, 그냥 정책 확인하고 얼마 된다 안된다 알려 주시면 되는데) 잠시 기다리라더니 엄청난 심혈을 기울여서 굉장한 일을 한 것처럼 (계산기를 두드려 봤는데) 전체 취소는 안타깝게 안될 것 같다고 하셨다. 

동의를 해야 환불해 준다고?

전체 환불은 못 해 주지만 적당히(70%정도)는 돌려주겠다며 동의하시냐고 묻길래, 그 환불이 안되는 부분은 수수료로 가져가는 거냐 아니면 규정이 어떻게 되는 거냐 그래서 정책 어떻게 되냐 읊어 봐라 했는데 이 대목에서 자기는 정책은 모르는 내용이라며 발을 뺀다. 궁금하면 니가 인터넷에 찾아 보면 되고, 애플스토어 내규가 어쩌고 전자 상거래법에 의거한다는 둥 헛소리를 계속 했다. 뭐 정책으로 어떻게든 뭔가 규정을 지어 놓았겠거니 싶었고, 내부지침이 이미 내려와 있을텐데 환불 정책을 모른다는 것은 정말 앵무새처럼 입만 가지고 자리에 앉아 있다는 이야기 아닌가, 월급 받으니까 자기 얼굴에 침 뱉는 상황이어도 다 괜찮은거겠지만 그 월급 고객이 내 주고 있지 않나? 환불정책은 그렇다 치고 앱은 정상적인 절차로 등록된 것이냐 저 앱을 그대로 둘 거냐 하니 원래 구독형 앱이 있고, 사전에 분명 고지가 되어 있어서 어쩔 수가 없다는 반응이었는데, 아무리 기억을 짜 내 보아도 앱 내 구매였을 것 같기는 하지만, 구독이라고 써 있었대도 그걸 보고 크게 개의치 않고 설치를 했었을 법 하다. 구독은 취소하면 되니까 설치를 했던 것인데, 뭐 한 달 안에 취소하자 생각하고 있다가 잊었던 것이었는데 그게 실은 주간 구독이었던 것이 크나큰 함정이었고, 생각보다 잦은 텀으로 아이튠즈에서 돈을 가져갔지만, 아이튠즈의 메시지에는 어떤 앱으로 가져가는지 표기가 안되고 큰 금액이 아니었기 때문에 그냥 매주 쉽게 넘어갔던 것이다. 이래 저래 따져 보자면 미환불 금액 중 최초는 어차피 내가 잊었기 때문에 아이튠즈가 가져간다고 해도 뭐 어쩔 수 없으나 이미 앱을 지운 이후에 과금이 되고 있었던 상황이었고, 그렇게 과금되는 상황에서 아이튠즈에서 상세 내역을 고지하지 않았다는데에 일부 책임이 있다고 볼 수 있으니 소비자 보호원이든 어디든 신고를 해 볼 수 있지만 못 주겠다는 그 금액이 만 원 남짓이라 만 원 더 받자고 기운 쓰기 싫었다. 

전체 금액은 아니고 일부를 환불처리하는데에 동의를 하겠냐고 묻는 것은 동의를 한 이후에는 이의를 제기하지 않을 것으로 간주한다는 말이기도 할 것이라서, 나머지 부분은 내가 알아서 싸워 보겠다 하고 싶었지만 동의를 안하면 70% 정도도 돌려 주지 않겠다고 나올 것 같은 상황인데다가 괜한 알바생인지 비정규직인지 모를 학생을 갓 벗어난 고객센터 직원과 실갱이를 하고 싶지 않아서 오냐하고 말았다.  

그리고 나중에 취소되는 내역이 줄줄 오는 걸 보니, 환불이 안된다고 한 기간에는 아마 내 디바이스 1, 2 중 어디에라도 흔적이 남아 있어서인것 같기도 했다. 아이패드에 설치했는데 아마 다른 아이패드와 아이폰에 동시에 자동 설치가 되었던 것을 그냥 뒀다가 2주 쯤 지나서 보고 지웠던 기억이 났다. 그래, 뭐 일부는 내 책임이라고 하자. 그렇게 자동으로 여러 군데 설치되는 것이 원래 옵션으로 내가 해 뒀던 것이기는 하나, 이런 상황이라면 설치 전에 좀 물어보게 해주던가 해줘야지 싶다. 

뭐 숫자 별로 색칠하기 앱은 적당한 수준에서 환불은 받았으니 이쯤에서 넘어간다. 

그리고는 지금은 ROOM도 말썽이다. 이전 버전과 한국어 버전이 꼬여서 이전 버전 실행이 안되고, 새로 과금하는 상태였고, 조카가 기다리고 있어서 급한 마음에 일단 결제는 해줬지만 씁쓸하다. 그냥 다른 디바이스에 다시 다운로드를 받은 것이었는데, 예전 디바이스에도 새 버전이 설치되었고, 예전 버전의 앱 다운로드는 또 서비스를 하지 않고 있어서 이건 또 어느쪽의 문제인가 싶기도 한데, 뭐 매 주 돈 내는 거 아니라 일단 또 참아 보는 나는 앞으로도 계속 호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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