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AWING/WATER COLOR

수채 음식 일러스트 도전기, feat. 카키모리 롤러볼펜

d0u0p 2023. 7. 17.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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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그림을 그릴지 여전히 정하지 못했는데, 어느 날 갑자기 달력을 주문했는데 손바닥만한 미니 드로잉북을 사은품으로 받았다. 사이즈도 귀엽고 종이도 좋아 보여서 그냥 소소하게 맛있게 먹었던 점심 메뉴들이나 그려 보기로 했다. 사진으로 포스팅하는 것보다 특별해 보이고 싶어서 그림을 잘 그려 넣고 싶기는 한데 그림을 또 잘은 못 그리는 것 같으니까 일단 연습도 하고, 다양한 재료도 써 보기로 했다.

스케치는 굴러다니던 팔로미노 블랙윙으로 시작했다. 뒷꼭지에 지우개가 달려 있어서 편하긴 한데 약간 닳은 상태라 조심해서 사용하지 않으면 종이에 상처가 날 수 있다. 리필 지우개를 사서 어디다 두긴 했는데 기억이 나지 않는다.

닳아 버린 지우개는 끄집어 내면 지우개를 조금 더 밖으로 꺼낼 수 있는 구조로 만들어져 있어서 일단 급한대로 지우개를 조금 더 꺼내 쓰기로 한다.

수채 물감을 사용해도 번지지 않는 다양한 멀티라이너들이 있지만, 유튜브에서 만년필로 쓱쓱 스케치하는 모습이 좋아 보여였다. 방수 잉크도 물론 종류가 많은데, 그 중 누들러 잉크를 사용한다 하니 또 잉크를 냉큼 새로 사고 싶었지만 가지고 있는 잉크를 먼저 테스트해 보기로 했다. 캘리그라피에 사용하는 수미 잉크도 방수라고 알고 있긴 했는데, 카키모리 잉크 역시 일반 수성 잉크와는 다른 피그먼트(염료) 잉크라고 하니 써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게다가 잉크를 넣어서 사용하는 롤러볼펜까지 있으니 만년필 대신 카키모리 잉크를 넣은 롤러볼펜으로 외곽선을 마감해 주고, 해칭을 신경써서 넣어 주려고 했는데 역시나 집중력과 끈기가 부족했다. 일정 시점이 되면 만사 귀찮아서 선을 대충 긋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해칭을 넣을 때에는 끝까지 용기를 가지고 진정성 있게 단단하고 꼼꼼하게 마무리하자, 제발.

구석에 짱박아뒀던 미니 찰리 팔레트와 휴대용 붓을 하나 꺼내들고 칠하기 시작했다. 염료 잉크라 그런지 번지지 않고 수채 물감으로 덧칠을 할 수는 있었는데 롤러 볼펜이라 선이 꽤 굵다. 카키모리 만년필은 얼마나 굵으려나 또 궁금해진다. 나도 만년필 한 자루 들고 밖에 나가서 스케치 신나게 하고 싶다. 카키모리 잉크니까 카키모리 만년필은 감당할 수 있겠지 싶다. 괜히 다른 만년필에 넣었다가 말라 비틀어지지 않으려나 노심초사하다가 정말 말라비틀어져서 만년필을 버리게 될 지 모르겠다는 걱정이 앞선다. 롤러볼펜도 잉크가 마를 수 있으니 매일 꼬박꼬박 써 줘야 한다고 주의 사항이 적혀있었다.

미니 팔레트에 있던 색으로 꾸역 꾸역 섞어서 칠해 마무리했다. 칠하다 보니 사용하고 있는 여행용 붓이 휴대하기가 좋긴 한데 붓의 두께가 적어도 두 종류는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붓 하나로 아주 작은 세부 묘사까지 하려니 힘들었다. 이왕 만드는 김에 양 쪽으로 붓을 달아서 열었다 닫았다 뚜껑을 조립하고 연결해서 사용할 수 있게 만들면 안되나 싶었다. 설마 그런 붓이 이미 있을까? 연필은 본 적 있는데 붓은 모르겠다. 한 쪽은 세필, 한 쪽은 중간 붓이면 참 좋으련만 두 개 들고 다니려니 세필은 또 휴대용이 아니라 들고 다니기가 번거롭다. 어디서 뚜껑이라도 구해봐야 할까, 뚜껑 달린 세필을 구해야 할까, 도화지가 크면 상관 없겠는데 일단은 도화지가 조막만하니까 세필을 찾아 봐야 한다. 그러니 펜 역시 조금 더 가늘어야 한다.
다음 그림에서는 일단 펜을 바꿔 보기로 하고, 칠도 좀 깔끔하게 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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