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AWING/WATER COLOR

아무도 알려 주지 않는 수채 물감 브랜드 별 가격 비교해 보기

d0u0p 2020. 12. 16.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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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블로그 유입 검색어를 살펴 보는데, 빌리샤월의 물감을 미젤로 미션으로 대치해서 사용이 가능한지 궁금하신 분의 키워드가 보였다. 나도 궁금했다.

처음 수채화를 시작할 때 아는 게 별로 없으니까 책에서 사용하는 물감 브랜드였던 미젤로 미션 골드 클래스를 36색 세트 정도로 구해 놓으면 될까 싶어서 팔레트 세트(나름 소용량)로 마련해 두었다가 서랍 속에 모셔 두고 있었는데, 그 미젤로 미션을 다시 꺼내 비슷한 색상으로 구성이 가능할지 맞춰 보기 시작했다. 어차피 색상표를 만드는 참이었다.  

상: 윈저뉴튼 프로페셔널 / 중: 시넬리에 /하: 미젤로미션 골드클라스

중간에 오페라 자리에 브라이트 바이올렛을 잘 못 칠해버린 채 그냥 중간 과정 사진을 가져왔는데, 칸을 채우다 보니 얼추 비슷하게 맞아서 나머지도 모두 채우고 싶은 욕심이 났다. 퍼머넌트 옐로우 딥이 아니라 라이트라서 약간 다른 기운인 것도 고쳐주고 싶었다. 추가로 낱개 구매할 물감을 살펴 보다 보니 국산 물감이라고 마냥 다 저렴하지는 않은 느낌이 들었다. 미젤로 홈페이지에 가서 전체 물감 색상 차트를 확인해 보니 각각의 색상에는 투명도와 분리 정도, 가격 등급이 정해져 있는데, 세트에 포함되지 않은 고급 물감을 찾아 보면 5,000원이 홀랑 넘어갔다. 

빌리 샤월이 사용하라고 권장하는 컬러들도 반 정도는 각 물감 브랜드에서 나눠진 등급에 의해 나눠 보면 비싼 물감들이었고, 미젤로 미션 역시 등급이 나누어져 있으니, 물감이란 게 원래 재료에 따라 가격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또 궁금해졌다. 

빌리샤월은 왜 중간에 물감 브랜드를 바꿨을까? 책 두 권이 서로 연관성 있어 보이지만 서로 다른 물감을 안내하는 바람에 나처럼 독학하는 사람들은 혼돈에 빠질 수 밖에 없는데 대체 왜?! 물론 다른 책을 새로 발권하면서 전에 쓰던 물감이 어쩌니 저쩌니 미주알 고주알 내용을 다 넣을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을 수 있다. 시넬리에 물감에 대해서는 천연 벌꿀이 함유되어 있어서 좋다고 했던 것 같다. 자세한 뉘앙스는 기억나지 않아서 책을 다시 열어봐야겠다. 

미젤로 미션 물감에서 추가할 색상이 궁금해서 홈페이지를 찾아가 보니 발암 가능성이 있는 화학물질에 대해 언급하고 있었다. 특히나 카드뮴을 넣지 않은 건강과 환경을 생각한 물감이라고 강조하고 있었다. 애초에 물감을 구매할 때에도 봤을 것 같은데 그 때는 아무것도 모르는 무지렁이 수준이라 눈에 들어오지 않았던 그것, 발암 화학 물질인 카드뮴, 그것이 윈저 뉴튼의 밝은 계열 색상에는 많이 포함되어 있다. 아마도 카드뮴 때문에 물감을 바꿔 쓰시는 것 같다. 붓도 차츰 천연모를 사용하지 않는 추세인 것처럼 카드뮴도 인체에도 해롭지만 환경에도 유해한 물질이니 되도록이면 쓰지 않는 편이 좋을 것 같다. 그래서 미젤로에서는 유해한 물질을 넣지 않고 만든 물감임을 강조하고 있었던 것이다. 

조금 더 찾아 보니 카드뮴 계열 물감이 피부에 묻었을 때는 정말 깨끗이 닦아내야 한다고 한다. 그동안 붓에 손에 발암 물질을 덕지 덕지 바르고 손도 대충 씻었다고 생각하니 아찔하다. 

재료는 그렇다 치고, 컬러 차트를 만들다 보니 생각보다 물감이 쭉쭉 줄어 들면서 통장이 쪼그라드는 소리가 들리는 듯 하니 무턱대고 시넬리에를 계속 이렇게 쓸 수는 없다는 생각도 했는데 아직 초급 수준이니 이번 기회에 비싼 물감 더 이상 낭비하지 않고 국산이면서 인체에 무해하고 저렴하기까지 한 미젤로 미션으로 바꿔야겠다고 다시 한 번 결심하면서 일단 비교 가격표를 만들어 봤다. 

용량이 비슷한 윈저 뉴튼과 비교해도 두 배 정도 차이 나고, 시넬리에보다 세 배 이상 저렴하다. 단위 그램당 가격으로 환산하면 차이는 더 커지겠다. 전체 색상표에서 투명도와 안료를 고려해서 선택해 봤는데, 기본 구성에서 들어 있는 두 가지 색상은 가격 등급이 꽤 높아서 깜짝 놀랐다. 어느 쪽 컬러가 더 좋을지는 다 써봐야 알 것 같다. 

인디고 컬러도 기본 팔레트에 원래 들어 있었는데, 윈저 뉴튼의 인디고와 간극이 있고 오히려 프러시안 블루가 비슷해 보여서 일단 프러시안 블루를 넣어 놓았는데, 이 색은 대체로 어두운 부분에 소량 들어갈테니 둘 중 어느 것이라도 비슷하지 않을까 상상해 본다. 반불투명한 프러시안 블루보다는 반투명한 인디고를 사용할 때 조금 더 맑은 느낌으로 마무리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또 맨땅에 헤딩인가. 그래도 투명도와 내광성을 고려했을 때 이 정도면 최선일 것 같기는 한데, Bright Clear Violet은 다시 확인해 봐야겠다. 

그린골드와 퀴나크리돈 레드, 블루바이올렛, 퍼머넌트 옐로우 딥, 퀴나크리돈 퍼머넌트 마젠타까지 일단 다섯개를 추가 주문해 놓았다. 퀴나크리돈 골드도 비슷한 느낌이 그린골드라고 확신하고 주문해 보았는데 아직 알 수 없다. 

그림이 늘지 않는 것은 물감 탓이 아니다. 내 탓이다. 고체 물감 탓인 것 같아서 시넬리에 튜브형으로 바꿨던 바보 같았던 과거의 나를 꾸짖어 본다. 시넬리에는 고이 모셔 두고 연습이나 열심히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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