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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직한 직장인 문래동 마실, 영일분식, 극락왕생, 서울 아트책보고까지

d0u0p 2023. 4. 26.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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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벛꽃이 절정일 무렵 문래동에 드디어 다녀왔다. 그간 궁금해 죽을뻔 했던 영일분식의 비빔칼국수를 점심으로 먹고 고척돔에 새로 생긴 아트책보고를 다녀오는 것이 그 날의 목표였다. 

가까운데 애매하게 접근성이 떨어지는 문래역에 내리니 벚꽃이 흐드러진 공원에 부지런히 아침 운동을 하시는 분들이 계셨다. 신나는 음악에 맞춰 열심히 움직이시는 모습을 보니 신기하고도 재미있었다. 무려 1990년에 청소년 도서관이 있어서 가끔 다녔던 척박했던 문래공원 벚나무들은 이제 모두 아름드리가 되었고, 골목 골목마다 분홍색 꽃망울을 뽐내고 있었다. 

영일 분식이 있는 그 골목에 들어서자 마자 기억 속에 묻혀 있던 친구들이 떠올랐다. 처음 기타를 잡았던 그 때 커팅 주법을 가르쳐 줬던 그 친구가 살던 골목 근처였다. 마냥 신기하고 재미 있었다. 영일 분식이 있는 그 골목 언저리는 많이 변하지 않았다. 함께 몰려 가 만화책을 보며 놀았던 친구도 이 근처에 살았었다.  

그 동네에 있는 맛집을 찾아가는 날이 올 줄은 그 땐 정말 몰랐었다. 정우성과 이정재가 나란히 걸어 들어갔던 그 길에는 이미 줄이 길어서 쏟아지는 햇살을 그대로 받으며 기다려야 했다. 머리 꼭대기가 뜨끈해져 올 쯤 다행히 자리가 생겼다. 그나마 면 요리라 회전율은 높은가 보다. 

굵은 면발이 반겨줄 줄 알았는데 상추가 한 움큼 들어 있어서 의외였다. 망향 비빔국수에서 받는 딱 한 장 짜리 상추와 대조적이지만, 상추는 사실 한 장으로도 충분한 것 같기도 하다. 비빔양념은 진주집에서 먹던 비빔국수와 비슷한 뉘앙스였는데, 진주집은 약간 간이 센 편이라 살살 달래가며 먹었어야 했는데, 영일 분식은 간이 딱 맞았다. 겉절이를 곁들여 먹어도 부담스럽게 짜지 않았고, 게다가 상추도 있어 좋았다. 

국수를 호로록 먹고 자리를 털고 나와 문래동을 한바퀴 도는데 의외의 장소에서 희한한 카페를 발견했다. 홀린듯이 카페 제목에 끌려 들어가고야 말았는데, 그야 말로 극락의 맛을 보여주는 에그타르트가 있어서 정말 반가웠다. 

간판 만으로는 점도 봐주실 것 같은 분위기였고 들어가는 입구가 주차장을 지나가는 지하라서 일단 죽음의 문턱을 넘어야 극락을 가는 건가 싶게 무서웠지만 실내는 각종 부처님들이 반겨 주는 요란한 레트로 스타일로 인테리어가 되어 있었다. 

궁서체와 바탕체, 굴림체, 심기가 불편하지만 참고 메뉴를 읽었다. 이제야 한 쪽 벽에 아메리카노가 적힌 차림표가 또 있었음을 깨닫고 약간 후회하고 있다. 에그타르트는 지금까지 에그타르트를 맛있게 먹는 사람들을 단 한 번도 이해한 적이 없던 내가 에그타르트가 원래 맛있는 음식이었음을 알려주는 그런 환상적인 맛이었지만, 달콤한 디저트에 절대 달콤한 음료를 마시지 않는데 아이맥 화면에는 달콤한 음료만 있어서 당황한 나머지 그 중 그나마 덜 달아 보이는 메뉴를 선택해서 주문했던 것이다. 오른 쪽 벽에 있는 차림표를 일찌감치 눈치챘더라면 더 좋았었을 뻔 했다. 

아쉬운대로 주문한 극락라떼와 스모어크림라떼도 사실 많이 달지 않아서 괜찮았다. 단지 취향이 쓰디 쓴 아메리카노일 뿐이라 아쉬웠다는 것일 뿐이다. 

갓구운 에그타르트를 먹어 보신 분들은 이해하실 수 있을지 모르겠다. 정말 바삭하고 부드럽고 적당히 달콤한 타르트였다. 기회가 된다면 자주 먹고 싶은 맛이었다.

즐거웠던 극락왕생을 뒤로 하고 문래동을 벗어나 작년에 새로 문을 열었다는 아트책보고에 들렀다. 구일역에 내려서 고척스카이돔으로 가면 스카이돔의 지하에 공간이 따로 마련되어 있다. 소식은 작년에 들었는데 반 년이나 지난 지금에야 겨우 가 볼 수 있었다. 그래도 그나마 그런 공간을 누릴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으니 다행이랄까. 

일단 판매되는 서적이 전시되어 있는 공간에서 신기한 책들을 하나 하나 꺼내 구경하는데도 시간이 한참 흘렀고 건너편에는 아트북이 가득한 열람실이 있었는데 일단 들어서면 반나절은 족히 보낼 것 같은 두려움에 들어가지 않았다. 아예 날 잡고 오전에 다시 찾기로 하고 가볍게 장소 확인만 하고 나왔다. 쉽게 볼 수 없는 책들을 구경할 수 있다고 하니 너무 흥미진진하고 궁금하다. 스카이돔 근처 식당을 미리 알아 보고, 자주 가야겠다. 이렇게 가까운데 찾아가지 않으면 손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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