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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직한 직장인 여의도 마실, 카페콤마 그리고 원형들 딜케이크 접수

d0u0p 2023. 4. 20.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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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콤마에서 취향저격서적을 발견했다. 스티브킹이라니, 너무 반가워서 한 권 집어 들고 브렌디향이 난다는 커피 한 잔을 주문해 자리를 잡았다. 

아침 일찍 들렀더니 구석에 있는 리클라이너를 차지할 수 있었다. 발끝까지 신나 보인다. 팀장님이 오시기 전까지 부지런히 읽었는데, 집에 돌아와서는 뒷 내용이 계속 궁금해서 다른 책이 눈에 들어 오지 않았다. 두 권 짜리던데 카페콤마에 부지런히 가야한다. 

쓰디쓴 자기의 심장을 먹는 심정을 느끼는 순간이 죽기 전에 올까 모르겠지만, 영원히 모르고 싶은 순간이기도 하다. 심장의 맛은 모르겠고 나른한 봄에 자극이 될만한 칼칼한 매운 즉석 떡볶이를 점심으로 먹었다. 직장인 점심시간이 거의 끝나갈 무렵에 가서 오래 기다리지는 않았는데 먹다 보니 뒤에 또 줄이 생겨서 식겁했다. 

그래도 급하게 사무실로 돌아가야 하는 상황은 아니라 천천히 즐겁게 먹을 수 있어 좋았다. 신나는 음악 소리에 정신은 혼미했지만 맛있게 먹었으니 그만이다. 이미 후식을 달콤한 케이크로 정해 놓았으니 밥은 볶아 먹지 않았다.

의외로 초라했던 원형들 팝업 스토어는 그야말로 이해 못할 이미지로 점철된 현실에 존재하지 않을 것 같은 그 무슨 상상 속의 심상 같은 그런 이미지였다. 

엉성함을 그대로 드러내는 것이 목표인지, 성의를 다 해 그 무엇을 만들어 내는 일을 비웃는 퍼포먼스인지 모를 애매한 아이소핑크 또는 우레탄 폼 정도로 만들어 놓은 크고 가짜다운 가짜 케이크와 그 케이크에 어떤 흠집 하나 내지 못할 푹신한 솜방망이 포크와 나이프가 쓰러질 듯 위태롭게 케이크에 기대어 서서 우릴 반겨주고 있었다. 

케이크는 두 종류처럼 보이지만 색만 다를 것 같은 딜 케이크 한 종류였고, 특별히 더현대서울의 개점을 기념하기 위해 기획된 팝업 스토어에서 특별히 소라 딜 케이크를 선보인 것이라고 하니 소라 딜 케이크를 주문했다. 

평화로운 채소들과 케이크를 선보이는 곳, 힙지로에 가면 고수 케이크를 먹어 볼 수 있다고 해서 그동안 오매불망 언제 한 번 가 봐야지 노리고 있던 곳이었는데 여의도에 잠깐 왔다 하니 호기심을 해결해야만 했다. 

크리미한 버커 크림에 가려진 케이크는 신기할 것 없는 일반적인 시트 케이크 맛이었는데, 그래도 향긋한 딜을 함께 씹으니 느끼한 맛이 아주 약간 상쾌함으로 가려져 궁합이 꽤 괜찮았다. 

알바님들이 테이블에 앉아 있는 손님들이 제발 빨리 일어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음악을 크게 틀어대는 것이었는지, 음원의 상태 때문인지, 오디오 시스템의 문제인지, 음악이 바뀔 때마다 볼륨이 천차 만별이라서 너무 거슬렸다. 그 날 두통이 없었길래 망정이지 두통 있는 날이었으면 십 분도 버티기 힘들었을 것 같다. 왠지 굳이 을지로까지 발걸음하지 않아도 될 것 같은 느낌이랄까, 원형들의 첫인상은 그랬다. 고수 케이크가 궁금하면 동네에서 가장 맛있는 버터 케이크를 하나 사다가 고수를 꽂아 먹으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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