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ATING

여의도 직장인 점심 : 비린내 없는 닭고기 도시락이 있긴 있네

d0u0p 2020. 12. 9. 08:00
728x90
반응형

맛있는 치킨의 비결은 상상을 초월하는 염지에 있다고 했다. 밑간을 과하다 싶을 정도로 세게 해서 잡내와 맛을 잡는 것이라고 그 옛날 언젠가 미디어를 통해 흘려 들었던 기억이 있다. 닭 요리가 포함된 도 시락을 살 때마다 닭 비린내가 두려웠다. 못 먹을 정도로 맛이 없지도 않고, 참고 먹을 수는 있지만 이왕이면 비린내 없이 맛있게 요리된 닭이라면 훨씬 기분 좋게 먹을 수 있을테니 언제나 아쉬운 마음이 있었다. 

2020/11/26 - [EATING] - 여의도 직장인 점심 : 스트레스가 머리 꼭대기까지 차 올랐을 때 월급 털어 기분 풀기 좋은 오투타워 퍼스트+에이드와 히노노리

 

여의도 직장인 점심 : 스트레스가 머리 꼭대기까지 차 올랐을 때 월급 털어 기분 풀기 좋은 오투

마음 간절한 산방식당 밀면도 올 해는 못 먹고 지나갈 정도로 오투타워는 사무실에서 거리가 먼 곳에 있는데, DHL 찾아 삼만리를 하던 중 우연히 산방식당이 있는 오투타워 1층에 새로 생긴 식당

d0u0p.tistory.com

'퍼스트플러스에이드'의 연어 구이는 더할 나위 없이 고소하고 좋았지만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매콤한 양념이라 접근하기에 좋았던 치킨에서는 의외로 냄새가 나서 다시 선택하고 싶지 않은 메뉴가 되었고, 따끈하고 신선한 쌈밥을 즐길 수 있는 '마켓온오프투고'의 닭볶음탕 도시락에서도 역시 닭비린내가 났으니 마음이 좋지 않았다. '마켓온오프투고'의 쌈밥이 너무 마음에 들지만 곁들여 나오는 약간의 단백질 구성 반찬 라인업을 살펴 선택하려고 보면 막상 마음에 드는 메뉴가 없어서 주문할 때마다 고민하고 있다. 그냥 쌈밥만 한 팩 먹어도 괜찮을 것 같은데 그런 단품 메뉴는 없으니 돼지고기나 오징어, 햄버그, 닭 등 사이드를 반드시 선택해야 하고, 그나마 닭볶음탕은 대한민국의 식당이라면 그 어디에서 먹어도 기본은 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선택했던 것이었는데 닭 비린내가 미해결과제로 남아 있는 상태라서 실망했다. 

'마켓온오프투고'에서는 진정 다이어트하는 마음으로 두부고구마 스테이크를 먹는 것이 좋겠다. 메뉴가 분명히 여러가지이고 재료도 여러가지인데 그것이 닭이거나 돼지이거나, 간장양념이거나 고추장 양념이거나, 무엇을 선택해도 뭔가 도시락 반찬스러운 공통 뉘앙스가 있어 그런지 같은 맛일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것은 나만의 착각일까, 이 각각의 메뉴를 매일 바꿔 먹는다고 상상해 보면 어제는 간장 돈불백이고 오늘은 고추장 제육이라 분명히 다른 메뉴를 먹고 있는데 맛에서는 큰 차이를 못 느끼는 그런 느낌적인 느낌일 것 같다. 매일 식단이 바뀌는 구내 식당의 밥이 언제나 같은 맛인 것처럼 느껴지는 것과 같은 맥락일지도 모른다. 차라리 새우 부추전이나 고추장 빈대떡이 옆에 들어 있으면 좋을 것 같지만 그건 또 건강식하고는 거리가 멀지 않나, 양배추 쌈밥과 케일 쌈밥만 먹고 싶다는 말을 참 길게도 썼다. 쌈밥은 또 너무 좋으니, 아쉬워서 그렇다. 자주 먹고 싶은데 자주 먹지 못하는 이 안타까운 마음을 아시려나 모르겠다. 

닭 비린내에 그렇게 놀라고는, CJ 더마켓에서 화려한 도시락 라인업에 홀려 닭 비린내 따위는 다 잊고 그 중 다 팔리고 덩그러니 마지막 하나 남아 있던 숯불닭갈비 도시락을 사들고 온 것은 각종 도시락이 가득 찬 진열대에서 하나밖에 안 남아 있는 메뉴는 잘 팔리는 도시락이기 때문이리라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숯불 닭갈비 도시락은 믿음을 져버리지 않고 맛이 있었다. 희한한 것은 숯불 닭갈비 도시락이 하나 남아 있는 것을 보았을 때에는 틀림없이 맛이 있기 때문에 하나밖에 남지 않았다고 확신하고 사 왔지만, 그 남은 도시락이 숯불 닭갈비가 아니라 소불고기였다면 팀장님의 의견대로 팔리지 않아서 다른 도시락보다 수량을 덜 준비해 둔 것일지도 모른다며 신포도 기제를 발휘하고 말았을 것 같다는 것이다. 숯불 닭갈비에 대한 믿음이 달콤한 레몬은 아니었으니 참 다행이다. 비린내도 나지 않았고 짭조름하게 간이 된 버섯과 함께 곁들여 먹으니 꿀맛이었다.  

한 때 엄마마마님과 떨어져 살면서 CJ의 각종 제품들을 경험하면서 CJ 없이는 못 살겠다 생각했던 적도 있었다. 도시락에 떡하니 CJ 더마켓이라고 표기되어 있으나 상호명은 아직 올리브마켓인지 CJ마켓인지 불분명한 난잡한 브랜딩 때문에 혼란스럽기는 하지만 도시락은 일단 흠잡을 데 없이 좋았다. 브랜드에서 중구난방이 느껴지는 만큼 도시락의 맛도 종류별로 다 좋겠냐는 의문이 따라 붙기는 하지만 적어도 그 날 선택한 숯불 닭갈비 도시락과 차돌우렁강된장 & 계란국은 괜찮았다.

계산을 하면 데워 주시기도 하는데, 들고 오는 동안 어차피 식을 것이라면 사무실에도 전자레인지가 있으니 사무실에서 데울 요량으로 그냥 들고 왔는데 들고 오면서 이렇게 길다란 상자가 레인지에 들어갈까 고민했던 것도 사실이었지만 꺼내 보니 밥과 반찬이 각각 분리되는 패키지라 밥과 치킨만 따로 편리하게 데울 수 있었다. 괜히 걱정했다.  

CJ THE MARKET 메뉴

  • 참치마요 컵밥 6,000원
  • 마늘 닭강정 5,000원
  • 차돌우렁강된장&계란국 9,000원
  • 삼색 야끼도리 덮밥 10,000원
  • 소시지&스팸 김치 볶음밥 9,000원
  • 소불고기 도시락 10,000원
  • 숯불 닭갈비 도시락 11,000원
  • 하와이안 연어 아보카도 포케 11,000원
  • 비빔밥 9,000원

계산대 쪽으로 돌아가면 진열되있는 메뉴가 조금 더 있었는데 손님들로 북적이는 상황이라 미처 다 확인하지 못 했다. 데리야키 소스와 마요네즈로 덮어 놓은 참치마요 컵밥 빼고는 꽤 궁금한 메뉴들이 많다. 스팸 먹고 싶을 때 다시 가야겠다. 김치볶음밥이라 더 좋을 것 같기는 한데 짤 것 같기도 하고, 궁금하다. 일단 가 보자.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