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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직장인 점심 : 줄 서서 기다려야 하는 아웃백

d0u0p 2019. 11. 8.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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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멤버쉽으로 받을 수 있는 시원찮은 다양한 혜택 중 그나마 쓸 만한 것이 한 달에 한 번 영화를 볼 수 있는 것이었다.

상시 할인 혜택이라고 제목이 붙어 있으면서 내용에는 월 1회 이용가능이라고 적혀 있는 음료 사이즈 업 혜택같은 말도 안되는 복잡한 조건들이 조잡하게 적혀있는 혜택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소소하고 복잡한 그것들 중 부득불 그나마 챙겨 사용하기 편한 것이 영화 관람이라 매 월 영화 관람으로 포인트를 소진하고 있었는데 그것도 갑자기 어느날 연간 한도가 생겨버렸다. 무료 영화관람 연 한도는 원래 매월 한 번 한 가지 혜택만 골라쓰는 것 중 하나였으니 열 두번이었는데 그 횟수를 여섯 번으로 제한했고, 이미 영화 관람 횟수는 다 채워버려서 더 이상 영화관람으로는 포인트를 소진할 방법이 없었다. 

그래서 그 소소하고 하찮고 다양한 항목들 중에서 겨우 찾아낸 것 중 하나가 아웃백 할인이었다. 사무실 바로 앞에 위치하는데도 그간 한 번도 가보고 싶은 의지가 생기지 않아 잊고 있었던 철 지난 패밀리 레스토랑 할인이라니 일단 가 보기로 했다. 다른 패밀리 레스토랑들은 많이 없어졌는데 그 중에서 의외로 아웃백이 선전하고 있는 것인지 자본의 힘인지 다시 큰 규모로 오픈한 매장이 있어서 궁금해하고 있었기도 했다.

설마 요즘에도 찾는 사람이 있을까 하는 마음으로 어슬렁거리며 천천히 갔는데, 문 앞에서 말문이 막혔다. 그 날이 유별했었던 것인지 무려 다섯 팀이나 기다리고 있었고 태블릿으로 대기 등록을 하고 기다리는 중에 들어서는 대부분의 손님들도 기다려야 한다는 사실을 놀라워 하며 반 정도는 발길을 돌렸다.  

오랜만에 허니브레드를 만났다. 철없던 때에 철 모르던 친구가 오지 치즈 프라이 예찬을 하며 아웃백을 소개하던 기억이 있다. 그 때는 새로운 맛이어서 혹했고 지금도 있으면 군소리없이 손이 가는 메뉴이긴 하지만, 간절히 찾아 먹고 싶은 메뉴는 아니다. 

런치세트로 주문을 하면 음료와 커피, 사이드 디쉬 정도가 제공된다고 하여 런치세트 중 크리스피 치킨 샐러드와 베이비 백립을 주문했다. 베이비 백립도 오랜만이다. 립은 토니로마스가 좋았다. 지금이라도 썬 앳 푸드가 토니로마스를 다시 살려 주면 좋겠다. 

아웃백에서는 스테이크를 주문했어야 옳았으려나 베이비백립은 너무 짰고, 크리스피 치킨 샐러드의 크리스피 치킨은 튀김 옷이며 닭이며 뭐 신선한 느낌도 없고 바삭한 느낌도 없고 팀장님이 치킨은 그나마 좋아하시니 주문했지 그냥 채소만 먹는 편이 나을수도 있겠다 싶었다. 식사 중 식사는 괜찮냐며 매뉴얼같은 질문을 하시길래, 가감없이 내 입에 짜니 짜다고 했더니 당황을 했고, 그러면 확인하고 다시 가져다 준다고 하지만, 다시 가져다 준들 이보다 맛있는 립이 나올 것 같지도 않았고 이미 먹었는데 새 립을 또 한 접시 받아 좋다고 먹을만한 위를 갖지도 않은 우리는 그냥 필요없다 하고 말았다. 아니면 곁들여 먹을 채소를 더 가져다 주겠다고 해서, 짜면 채소를 같이 먹으면 되는 해결되는건가 싶어서 사실 피식 웃음이 났다. 에이드가 제일 맛있었다. 

멤버십 할인을 미미하게 받고, 팀장님의 치트키로 추가 할인을 또 미미하게 받아서 약간 저렴하게 먹었다고 해도 이제는 맛이 없어서 또 갈 일이 없겠다. 나이가 들면서 입 맛이 바뀐 것인지, 그냥 바뀐 것이 아니라 좋은 것만 자꾸 찾아 먹는 까다로운 입 맛이 된 것인지, 그냥 아웃백 메뉴가 원래 맛이 없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다시 찾지 말고 그냥 묻어 두자고 하려니 토니로마스는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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