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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직장인 점심 : 해장옥

d0u0p 2019. 8. 5.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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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 이름에 어울리게 해장에 의한, 해장을 위한, 해장의 식당인 해장옥이다. 전 날 와인 두 잔 마시고 늦은 시간까지 놀다 지쳐 아침부터 헤롱대다가 팀장님에게 해장옥에 같이 가시기를 요청해 보았다. 

열한시 반에 나섰는데, 이미 만석이었고, 줄을 섰고, 앉아서 주문하고 음식을 받으니 이미 열 두시가 지났고, 오히려 열한시 반이 아니라 이 동네는 열두시 십 분이 지나가면 여유로운 식사가 가능한 동네인 것 같다. 밥을 다 먹고 나오는 시간에는 줄도 없었다. 

미나리 꽁치 비빔밥은 싫다고 하셨다. 가시 발라내기 싫어서 싫다고 하셨는데 비빔밥용 꽁치라면 살만 들어 있지 않겠는가 상상해 보았지만 알 수 없는 일이고 다음에 혹시 주문해서 가시가 있으며 발라드리겠노라 일단 호언장담을 하였고, 우리는 소고기 우거지국밥와 소고기 비빔메밀을 주문했다. 

김치와 깍두기도 적당히 익어서 맛이 있었고, 소고기 우거지국밥이 하이라이트였다고나 할까, 그렇게 찾아 헤매이던 그 옛날의 빨간 곰탕 집의 빨간 곰탕과 유사한 맛을 내는 국밥이었다. 물론 국물 베이스도 다르고 우거지가 들어 있지만 일단 얼큰한 국밥이라는 것과 뜨끈하다는 것이 마음에 들었다. 빨간 곰탕보다는 가볍고 개운한 편이고, 우거지를 와작 와작 씹어 먹는 맛이 좋다. 

메뉴가 나오기 전에 메뉴판에 비빔메밀에 붙은 고추 표시를 보고 어느 정도로 맵길래 맵다고 표시한 것인지 궁금했다. 비빔메밀보다 소고기 우거지 국밥이 먼저 나왔고, 상당히 얼큰한 맛이었는데 소고기 우거지 국밥에는 고추 표시가 없으니까, 이 메뉴보다 더 맵기 때문에 표시를 한 것이라면 정말 엄청나게 매울것 같아서 걱정스럽기도 했고, 그냥 메밀이지만 간장메밀이 아니라는 뜻으로 무의미하게 붙여 놓으신 것일까 싶기도 해서 궁금해하며 기다렸는데 막상 받아 보니 맵기보다는 달았다. 단 맛이 강했고, 심하게 맵지는 않았다. 그러나 이미 매우 얼큰한 국밥을 먹고 있었기 때문에 맵고 매운 메뉴 두 가지를 한꺼번에 먹는 일이 쉽지는 않았던 걸 보면 맵기는 매운 편이었나보다. 

국밥이 이정도로 얼큰하면 약간 중화시켜줄만한 메뉴가 필요할 것 같아서 다음에는 팀장님이 싫다하시는 꽁치 비빔밥을 빼고 떡국으로 드시자 하니, 가시만 아니면 드시겠다고 하여 가시를 발라드리기로 했다. 정말 가시 있는 채로 꽁치를 줄까? 

식사를 마치고 매운 입을 호호 불며 식당을 나서는데 바로 건너 편에 고디바 매장이 보였다. 매운 맛을 가시게 해 줄 궁극의 그 맛이겠지 싶어서 달려갔다. 새로 나온 망고 라즈베리 소프트 아이스콘으로 시원하고 달콤하게 마무리하며 돌아올 수 있어서 좋았다. 그건 그렇고 고디바 소프트 아이스콘의 상태가 언제부터인가 바뀌었다. 맨 처음 고디바에서 소프트콘을 사먹을 때, 사진과 한치의 오차도 없이 똑같이 만들어 줘서 기분좋게 먹었었는데 언제부터인지 똑같이 만들어 주지 않았다. 특히 소프트콘의 꼭대기 꼬랑지가 늘 이렇게 뭉텅뭉텅한 상태인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왼쪽이 2013년 처음 받았던 콘, 그 다음은 가로수길이니까 2017년쯤일까 그 때까지만 해도 괜찮았던 것 같다. 

화룡점정은 콘의 꼭지가 뾰족하게 살아 있으면서 초코 시럽을 두르는 것이 아니라 세 방울을 똑 똑 똑 떨어 뜨려 데코해 주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건 나뿐인지 모르겠다. 물론 중간 콘도 시럽이 흘러 버렸으나 기록해 놓은 걸 보니 이 때 시럽 올려 주시는 분의 떨리는 모습을 보고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올 해부터는 이 모양이다. 매력이 사라졌다. 맛은 물론 그대로인데 그 이미지가 아니다. 먹어 치우면 그만인 소프트콘의 모양따위 뭐가 중요하겠냐 할 수도 있겠지만, 이 소프트 아이스크림의 가격이 가지고 있는 가치는 그 환상적인 이미지까지 포함하고 있는 것이라는 인식이 있으니 비싼 돈 내고 사 먹는 것인데, 그 중 일부가 망가져 버린 것이다. 제발 다시 예쁜 소프트 아이스크림으로 돌려주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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