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ANKSGIVING

신세계 멤버스바에서 받아 마시는 커피

d0u0p 2019. 7. 10. 08:20
728x90
반응형

"우수고객으로 선정되셨습니다."

매월 이런 메시지를 받고 있다. 처음에는 백화점 내에 멤버스바가 생길 것이라는 표지판 등을 이미 보았던 터라 거기 가면 뭘 주나보다, 지난 달에 내가 뭘 많이 샀나보다 반성하면서 올라가서 커피를 받았는데, 몇 달 꾸준히 같은 메시지와 혜택이라며 이런 안내가 오고 있는 걸 보니 우수고객이 말이 우수고객이지 그냥 한 번이라도 들러 뭐라도 사면 우수고객이라고 대우해주고 음료 서비스 그까이꺼 얼마나 한다고 후하게 주는가보다.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정말 백화점 근처에 살고 있어 주말에는 거의 반드시 백화점 근처를 어슬렁거리기 때문에 멤버스바에 들러 커피 한 잔 받는 일이 어렵지 않다. 

이 날도 뭘 사긴 샀다. 커피 마시러 간다는 핑계로 쇼핑을 더 많이 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호구인증)

마음 먹고 노트북을 들고 나서면 무료 커피와 여유를 만끽하는 호사를 누릴 수도 있다. 다만 이렇게 여유로운 시간을 갖기 위해서는 점심 때가 지나기 전에 가야 하기 때문에 부지런떨지 않으면 실패하기 십상이고, 이제는 날도 더워서 바깥 공간에서는 더 이상 여유롭게 앉아 있을 수 없다. 안쪽에도 테이블이 있긴 하지만 대부분 만석이고 줄 서는 곳과 가까워서 그 공간은 소란스럽다. 지지난주 쯤에는 혹시하는 마음으로 토요일 오후, 점심 시간이 막 지났을 무렵 들렀다가 아예 멤버스바 음료 주문 줄만도 너무 길어서 그냥 포기하고 다른 커피를 찾아 갈 수 밖에 없었다. 여유를 누리려면 부지런을 떨어야 한다. 뫼비우스나 좋아할 일이다. 

한 달에 음료를 받을 수 있는 횟수와 한 번에 받을 수 있는 음료의 수량이 제한적이었는데, 제한된 횟수보다 더 많이 백화점에 가는 일은 불가능하고, 그냥 어쩌다 시간되는 주말에만 챙겨서 들르고 있으나, 커피 한 잔이 뭐라고 무슨 흑마술에 걸린 것처럼 참새 방앗간에 들른 김에 뭐라도 안 사면 안될 것처럼 매번 무언가 사고 있다. 이것이 멤버스바의 노림수인 것 같은데, 이렇게 쉽게 걸려들 줄 몰랐다. 

더 더워지기 전에 밖에 나가 색칠 좀 하자며 색연필을 챙겨 들고 옥상에 앉은 날이었다. 생각보다 색연필을 약하게 쥐고칠해야 해서 영상 결과물이 성에 차지 않았고, 불어 오는 바람소리와 아이들 뛰어 노는 소리만 기억에 남는 그런 날이었다. 커피 머신 오작동이 있었고, 커피 주시던 분이 약간 당황하시는 걸 보았지만, 이내 해결하시길래 별 생각 없이 커피를 받아 들고 나왔는데 한 입 마셔 보니 엉망이었다. 추출 과정에 문제가 있었던 것 같아서 쓴 맛만 잔뜩이고 텁텁해서 마실 수 없어서 일단 버렸다. 공짜가 그렇지 뭐 싶어서 훌훌 털고 돌아서며 그만 와야겠다 생각했는데, 문자 메시지를 또 받았고 그 날만 커피가 이상했을 수도 있지 않나 확인은 해야겠어서 다시 찾아갔다. 

팀장님이 주신 어정쩡한 12온스 텀블러는 스타벅스에서 톨 사이즈를 담기에는 작은 사이즈라 따뜻한 음료를 마시는 날씨가 되기 전까지 영영 못 쓰게 될 줄 알았는데, 멤버스바에서 누군가 텀블러에 커피를 받던 모습이 생각나서 챙겨 들고 나갔다. 사무실 옆 커피코트에서도 아이스 드립 레귤러와 사이즈가 맞아서 지금은 아이스 음료 마시고 싶을 때 잘 쓰고 있는데, 멤버스바의 일회용 컵은 아이스나 따뜻한 음료나 모두 동일하게 종이로 된 컵을 제공는데 아이스 음료를 받아 마시고 있으면 컵이 금세 눅눅해지는데다가 어디까지나 일회용이라 신경쓰였는데 텀블러를 쓸 수 있는 적당한 기회인 것 같았다. 다시 받아 본 커피는 예전 그 맛 그대로였다. 엄마마마님께 굳이 한 잔 받아드린 적이 있었는데, 엄마마마님의 입맛을 만족시키기는 어려웠지만 그냥 지나는 길에 맹물대신 공짜로 한 잔 얻어마시는 커피라고 하기에는 딱 적당한 그런 맛이다. 

혜택 다섯 가지 중에 나에게 쓸 모 있는 혜택은 딱 음료 뿐이다. 차를 타고 가봐야 차가 많아서 주차가 힘들고, 걸어 가도 그만이니 주차권도 필요 없고 할인은 이모찬스로 받고 있는데다가 주말 프로그램이 부실한 아카데미에 등록할 일은 절대 없다. 가끔 아카데미 프로그램 뭐 있나 보기는 하는데 마음에 드는 프로그램은 대부분 주중 한낮이라 전혀 쓸모가 없다. 커피라도 마실 수 있으니 그냥 뭐 다행이란 말이다. 자주 가서 제발 빈 손으로 돌아와야 할텐데 말이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