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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직장인 점심 : 특별해 보이지만 지극히 평범한 도이농

d0u0p 2019. 3. 20.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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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노시젠이 계속 휴업중이다. 지난 번에 갔을 때 휴업이라 리나스로 가는 길에 잠시 도이농 앞을 지나쳤는데 사람이 매우 많았다. 줄 서서 기다리는 곳이었다. 이번에도 타노시젠의 지라시즈시를 먹고 싶어 갔는데 아직도 휴업중이라 내친 김에 줄이 길던 도이농에 가 보기로 했다. 

2019/02/27 - [EATING] - 여의도 직장인 점심 : 롤링핀과 리나스 샌드위치

그 전에 길었던 줄이 무색하게 한가해서 머쓱해 졌다. 뭔가 굉장한 음식이 있을 것 같았는데 그 시간대가 그냥 붐비는 시간이었던 것 같다. 뭐, 새로운 음식에 도전하는 마음으로 들어가 자리에 앉았다. 

소고기 국수는 9,800원 / 등갈비 국수도 9,800원 / 팟 크라파오 무쌉 (제대로 발음해서 주문하시는 분도 있을까?) 12,000원 / 페낭 치킨 커리 13,000원 / 2인 A세트 : 소고기 국수 또는 밥 + 팟 크라파오 무쌉 + 타마린 계란 + 음료 2잔 34,000원 / 2인 B세트 : 등갈비 국수 + 팟 크라파오 무쌉 + 얌 살몬 + 음료 2잔 39,900원 

이 날 오랜만에 자유롭게 메뉴를 정할 수 있는 날이라 조금 먼 건물까지 갔던 거라서 호기롭게 세트메뉴라도 주문해 볼까 했지만, 음료 두 잔이 굳이 필요한 구성인가 싶어서 단품 메뉴로 선택했다.

점심에만 가능하다는 등갈비 국수와 팟 크라파오 무쌉을 주문했다. 주문하면서 메뉴 이름이 어려워서 손으로 집고 서버가 어떻게 말할까 기대했었는데, 앞 단어는 다 떼 버리고 간단하게 무쌉이라고 말해서 시큰둥해졌다. 

무쌉은 흰 밥과 다진 돼지고기를 바질과 굴 소스로 양념해 볶은 덮밥이라고 했으나, 바질 향은 느낄 수 없었고 인도네시아 나시고랭과 비슷한 그저 그런 맛이었고, 등갈비 국수는 쪽갈비가 들어 있는 태국식 쌀국수였는데 밋밋했다. 내가 생각하는 태국 음식보다 맛이 없었다. 그 옛날 먹었던 짭조름하게 간이 밴 고소한 닭고기 바나나잎 찜 요리같은 느낌을 찾을 수 없었다. 메뉴에 없는 것 같았는데, 볶음 국수를 먹었어야 했을까? 

그 날은 왜 사람이 많았을까 궁금해진다. 

메뉴 상단에는 다이닝의 모범인 코요테살룬(몰라서 죄송한데, 이렇게 적으시려면 적어도 누구나 들어도 알 법한 식당 이름이어야 하는데, 모르겠어요)으로 시작해서 미세스 농을 존경하는 마음으로, 본토 맛 그대로 만든 태국 쌀국수가 멋진 기억을 선사하고, 지친 일상을 새롭게 채워 준다는 구구절절한 설명문이 적혀져 있다. 

분위기는 새롭기는 한데 음식 맛은 평범을 넘어 지루한 느낌도 있다. 생 어거스틴은 간이 세서 이것이 태국의 맛이라고 착각하게 되는 걸까? 자극적인 것만 좋아하는 내 입맛이 문제일 수도 있다. 이연보고 셰프가 현지에서 먹힐까에서, 간이 약하면 사람들이 싱겁다고 하지 않고 맛이 없다고 한다고 할 때 뜨끔하기도 했다. 새롭지만 그냥 늘 먹던 맛의 무언가 다른 음식을 원하신다면 한 번 쯤 가 보시는 것도 괜찮을 것 같기는 한데, 점심보다는 저녁에 맥주 한 잔 기울이며 가볍게 드시기를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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