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KING

여유부릴 날을 기약하며 꺼내 보는 자수 손거울

d0u0p 2019. 2. 28.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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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쁜 프랑스 자수들을 구경하던 어느 날, 나에게도 십자수를 할 때 쓰던 실이 많이 남아 있음을 문득 깨달았고, 무언가 완제품이 만들어지는 것이 중요하겠다 싶어서 자수와 관련된 책을 두 권 구매했는데, 한권은 꽃 자수였고, 한 권은 이니셜 자수였는데, 꽃 자수는 거의 동양 자수라서 생소한 기법이 많은데다가 중학교 실습 시간에 새틴스티치를 유난히 못하던 내가 다시 떠올라서 꽃 자수는 다시 고이 접어 두고, 프랑스 자수 기법으로 빨리 마무리해서 선물까지 할 수 있는 아이템에 도전하고자 이니셜 자수를 해 보기로 했다. 

멀리 있는 친구에게 손거울을 만들어 보내기로 하고, 천과 부속 손거울 재료를 주문했다. 손거울 제작하기 위한 부재료가 사실 딱 마음에 드는 제품이 별로 없어서 지금도 다시 만들고자 하는 의욕이 그렇게 크지 않다. 

이니셜 자수 책에 있던 이니셜 도안인데, 원래 알파벳 별로 장식 요소가 조금씩 들어가는데 그 중 마음에 드는 꽃과 스티치로 변형해서 만들어 보려고 수를 놓을 때는 일부를 변경했다.  

처음 꽃 한 송이를 성공했을 때 정말 너무 예쁘게 나와서 기뻤다. 대체로 알고 있는 스티치들이라 쉽게 따라할 수 있었다. 색상도 뒤엉켜서 굴러다니는 모든 실들을 보빈을 한 번 구매해서 모두 감아 속시원하게 정리한 후, 가진 색상에서 선택해서 적당히 사용했다. 

이니셜 작업은 생각보다 순조롭게 끝났는데 둘레 라인을 좀 특별하게 마무리하고 싶어서 핀터레스트를 뒤지다 찾게된 스티치로 넣어 보았다. 

결과물은 아주 마음에 들지만, 이 스티치가 간격이 일정해야 하는데 잠시만 정신을 놓으면 산으로 가기 때문에 수 놓는 동안 다른 생각은 할 수 없었다. 집중을 하는 것도 한시간이 한계인 것 같았다. 한 시간이 지났다 싶으면 어김없이 땀이 고르지 못하고 춤을 추고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몇 번 뜯어 고치기도 하고, 외곽선이 오히려 제일 힘들었던 부분이었다.

마무리는 태팅레이스를 만들면서 사용했던 직물 전용 풀을 사용했다. 어디선가 튜토리얼을 보면서 그걸 쓰면 된다고 해서 이게 붙겠냐며 반신반의하며 일단 있는 거니까 써 보았는데 생각보다는 잘 붙었다. 이니셜 정리해 둔 파일에 이니셜이 H 말고 세 개가 더 있었다. 원래 계획은 네 개를 만드는 것이었던 것 같은데, 하나는 분명 내 것인 것 같은데, 이 거울 하나 완성하고 삼 년은 지난 것 같다. 

자수 상자는 책장 높은 곳에 치워져 있다. 

여유 부리며 수 놓을 그날을 손꼽아 기다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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