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AWING/WATER COLOR

빌리샤월의 꽃그리기 : 오다주운 장미 들여다 보기 feat. moment lens

d0u0p 2018. 10. 14. 0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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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집 하노 가는 길목에 작은 가두 꽃집이라 할 만한 곳이 있는데 꽃이 한창인 철에는 다듬다가 상품 가치 없는 꽃들은 밖으로 솎아 두시고 그냥 가져가도 좋다 써 놓으셨길래 한 송이 주워왔다. 새로 산 꽃이나 땅에 뿌리 박고 살아 있는 꽃은 칼을 대서 들여다 볼 엄두가 나지 않았지만, 오다 주운 꽃이니까 칼을 대 보기로 했다. 

빌리샤월 선생의 책에서 보았다. 직접 눈으로 자세히 보는 것이 좋으니 단면을 잘라 보라고 했다. 돋보기도 필요하다고 했다. 그리고 그 책이었는지 다른 책이었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접사를 하면 좋다는 뉘앙스의 글을 보고는 마침 모먼트 매크로 렌즈가 있으니 다양하게 근접해서 보는 것이 가능할 것 같았다.

장미꽃잎의 맥은 아마도 수분 전달하기 위한 길인 것 같다. 다른 다양한 꽃들 중에 꽃잎에 화려한 무늬가 있는 꽃들은 번식과 생존을 위해 진화하게 된 결과 중 하나로 벌과 나비가 암술과 수술에 접근하기 쉽도록 일종의 유인책을 만들어 낸 것이라고 했다. (식물노트 작성법에서 읽었다.) ​

이 부분까지 오게 되니 사실 좀 무서웠다. 내 몸 속을 잘라 보는 느낌도 들고, 씨를 가지고 있을 법한 저 곳에 근종이 자라고 있다는 생각과 심지어 저 볼록 볼록한 부분들이 근종처럼 보이기도 했다. 분화와 통합, 기관과 기관의 체계적이고 복잡한 관계, 유기체는 너무 어렵다. 디자인사를 관통하고 있는 유기적 형태가 바로 이런 것이구나 새삼스럽다. 

우리 집 좁은 마당에 다양한 꽃이 피면 열심히 잘라 보겠지만 몇 종류 되지 않아 안타깝다. 일단 매크로 렌즈나 열심히 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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