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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직장인 점심 : 망할 뻔 했던 불굴의 4주차 다이어트 메뉴

d0u0p 2022. 1. 4.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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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무게는 주중에는 감량세를 보이다가 주말이면 마음껏 먹고 누워만 지내서 다시 증량세를 보여 느린 보합세가 나타나고 있다. 이래가지고야 목표한 기한 내에 목표 체중에 도달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주말에 진짜 너무 추웠다. 크리스마스라고 사층빵집에 들러 바나나초코쉬폰과 초코 스모어 쿠키를 사다가 먹어치우면서 손가락 몇 번만 까딱거려 크리스마스 캐롤을 재감상하고 붓을 들어 미뤄둔 그림을 살짝 덧칠하는 일 외에는 거의 미동도 없이 누워 지냈더니 그리되었다.

그래서 월요일부터 샐러드를 먹었다.

월요일 : 아직도 잇샐러드, 스트레스 릴리즈 1/2 (190g), 드레싱까지 495kcal

조금 넘치는 열량을 개의치 않기 시작했다. 이대로 괜찮을까, 운동하지 뭐, 더 먹은만큼 운동하면 되는 것이다.

단백질이 탄수화물보다 많은 구성이라 자주 먹으면 좋겠지만, 돼지고기 잡내는 못 참겠다. 냄새는 또 기호에 따라 다르니 잘 드시는 분들이야 괜찮겠지만 아무래도 돼지고기가 식은 상태라 그런지 냄새가 솔솔 났다. 고기가 고기 냄새가 나는 것이 정상이라고는 하지만 즐겁지는 않았다. 

다음 주에는 열량 계산이야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를 일이지만 일단 커스텀 샐러드를 주문해 보기로 한다. 잇샐러드는 모든 재료를 다 잘게 썰어 버려서 어느 재료가 얼마나 들어 갔는지 도무지 가늠할 수가 없으니 열량은 무슨 수로 계산할 지 모르겠다. 

화요일 : 먹다 남긴 스트레스 릴리즈 1/2 (190g), 드레싱까지 495kcal 

엉겁결에 사무실에 들어와 버린 라이언 냉장고에 샐러드 반을 남겨 두었다가 다음 날 잘 먹었다. 카카오 메이커스에서 주문이 열릴 때에만 구매할 수 있는 제품이라 나중에 구매가 시작되면 그 때 알림을 받겠다고 지난 주에 설정을 해 두었는데, 설정한 바로 다음 날 뜬금없이 구매가 시작되었고, 원래 계획은 새 해가 되고 나면면 그 언젠가에 들여보자 했던 것이었는데 급작스럽게 크리스마스 전에 주문이 열려서 크리스마스 이브에 냉장고를 받게 되었다. 주문 생산 방식이라는 제품이 주문을 넣고 몇 일 지나지 않아 바로 온 걸 보면 재고로 남아 있던 제품일 수도 있고, 교환품일 수도 있고, 수선품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떨칠 수는 없었지만 뭐 기능만 멀쩡하면 그만이다. 

하필 금요일에 도착해서, 주말에 보고 싶어서 출근할 뻔 했다.

냉장 설정 권장 온도는 5도라는데 다들 온도가 시원치 않다길래 일단 처음에 3도로 설정해 보았다가 너무 찬 느낌이라, 다시 4도로 설정했고, 샐러드를 먹을 때 보니 5도라도 괜찮을 것 같았다. 한 살 더 먹어 그런가 너무 찬 음식은 달갑지 않다. 5도가 딱 적당하다. 

라이언 냉장고가 시원하게 잘 품고 있는 나머지 샐러드 반

나만의 냉장고라니, 너무 기쁘다. 팀장님이 기념으로 제로 콜라 몇 병 사서 넣어 주시고 집에서 탄산수와 우유 등등을 들고 와서 채워 놓았더니 뿌듯하기까지 하다. 입 심심하다고 괜히 엄한 군것질 하지 않고 우유나 탄산수 꺼내 마실 수 있으니 더 좋다. 

수요일 : 무슨 일인지 정말 바빠서 포장도 더뎠던 본 도시락, 짬뽕 순두부 (밥 반 공기) 381kcal

배달 앱에서 선착순으로 할인 쿠폰을 뿌리는 것을 스치며 본 것 같기는 한데, 정말 그 때문이었는지 원래 주문하려고 했던 시간보다 일찍 주문을 넣었는데도 포장 메뉴 준비도 한참 걸릴 것 같다며 매장에서 다시 전화가 왔다. 그나마 일찍 주문해서 열 두 시 근처에는 받아 올 수 있었는데, 그게 40분 전 쯤 주문했던 것이라 여느때처럼 열 한 시 사십 분 쯤 주문했었다면 아마 그 날은 도시락을 못 받았을지도 모르겠다. 다른 식당은 앱에 설정된 대로 포장이 오래 걸리면 오래 걸리는대로 그냥 소요시간 찍어서 알려주는데, 포장 메뉴 준비가 늦는 것이 걱정스러우셨는지 직접 전화까지 해 주셔서 고마웠다. 

밥은 적당히 덜어 120g을 먹고, 순두부는 전체 무게를 재고 나중에 먹고 남은 양을 계량해 보니 145g 정도를 먹었다. 고기는 기름을 어차피 떼고 먹을 거라 감안해서 계산했고, 달걀후라이도 앱에 나와 있는 한 개 중량보다는 덜 나가서 다시 계산해 넣었다. 김도 팀장님이 개봉하신 데에서 한 장 집어 먹고 말았다. 그냥 밥만 반 정도 줄여 먹으면 준비된 찬은 다 먹어도 무난한 식사일 것 같다. 마음 놓고 먹어도 되겠다. 

아쉽게도 이번 주에도 고들빼기가 없어서 솔찬히 아쉬웠다. 

목요일 : 바르다 김선생, 키토 크림치즈 호두 김밥 대략 471kcal 이하

앱이며 뭐며 아무리 뒤져도 일반 크림치즈호두김밥 열량만 나와 있고, 키토 크림치즈 호두 김밥의 열량은 나와 있지 않아서 그냥 471kcal 이하라고 적었지만, 사실 계란 지단이 밥알보다 열량이 낮겠냐 하면 그렇지 않을 수도 있을 것 같기도 해서 알쏭달쏭하다. 그냥 471kcal 언저리라고 생각하는 게 속 편하겠다. 

크림치즈 덕에 키토 새우 튀김 김밥보다는 덜 짜고 부드러워서 좋았다. 이 질깃한 식감이 사실 별로라고 생각했는데 바르다 김선생에서는 씹는 식감을 살리기 위해 만들었다고 하니 아이러니하다. 

금요일 : 대망의 회식, 유방녕 회식, 고삐 풀고 먹었다가 운동하느라 힘들었던 날, 못해도 790kcal 이상 섭취

가장 가벼워 보이는 정식으로 주문했는데, 오랜만이라 그랬는지 자장면이 너무 맛있고 짬뽕이 너무 판타스틱해서 젓가락질을 멈출 수가 없었다. 정식이니까 자장면과 짬뽕은 온전한 1인분을 주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가정 하에 적당히 대충 계산했다. 

레몬 크림 소스와 칠리 소스가 함께 나온 새우 튀김은 다 해 봐야 네 마리니까 그 중 두 마리를 챙겨 먹었고, 탕수육은 그래도 두어 점만 먹었다. 잘 참았다. 

자장면은 작은 앞 접시에 저 정도 양으로 세 번은 넘게 먹은 것 같고 짬뽕은 국물을 조금 더 즐기기로 하고 면은 앞 접시로 두 번 정도 즐겁게 먹고 났더니 이미 점심만 790kcal, 사실 이것보다 더 먹었을 수도 있다. 저녁까지 먹고 나니 하루 총 소비량에 빨간 불이 들어왔다. 저녁을 안먹었으면 괜찮겠지만, 우리 집에서는 굶을 수는 없다. 한 번 잃은 한 끼는 영원히 다시 찾아 먹을 수 없는 한 끼라며, 끼니를 굶는 일을 엄하게 다스리시는 어마마마마님이 계시니 굶고 넘어가는 일은 있을 수가 없다. 그래서 먹었고, 그래서 운동을 해야 했다. 그래도 표면적인 숫자만 봤을 때에는 운동으로 해결해 볼 수 있는 양이라 위로가 되었다.  

나이키 앱으로 짧고 굵게 10분 동안 고강도 트레이닝으로 30kcal 정도를 해결하고 나머지는 실내 자전거를 25분 탔다. 허덕거리며 운동을 하고 초록 불로 바뀐 앱을 보니 그나마 마음이 놓였다. 뭐 조금 더 먹었을 수는 있는데, 남들 다 하는 치팅이라고 치면 또 너무 먹은 것은 아니지 않나 싶다.

일단 당분간은 몸무게를 재지 않아야겠다. 결과를 모르고 싶다. 외면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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