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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직장인 점심 : 칼로리 제한 다이어트하면서 지겨운 샐러드 말고, 영양소 골고루 챙겨먹기 딱 좋은 본도시락 반상, 그리고 앗, 나의 실수

d0u0p 2021. 12. 6.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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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신체 충실 지수 '나'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줄 알았는데 코로나로 인해 현격히 줄어든 야외 활동 덕에 이제 신체충실지수 '다'인 정상 체중 범위의 '정상 인간'이 되었지만, 입던 바지를 입지 못하고 큰 맘 먹고 샀던 값비싼 원피스를 더 이상 입을 수 없음이 괴로워 적당히 현재 체중에서 4kg 정도만 감량을 해 보기로 했다. 인생 최초로 도전하는 다이어트라고 할 수 있다.
움직임이 줄어든 만큼 운동을 해야겠다며 아주 가끔 운동을 하기는 했지만 감량을 위한 운동이라 하기에는 어림반푼어치도 없는 운동량이었을 것이고, 먹고 싶은 음식은 가리지 않고 주책없이 꾸준히 양을 늘려 가며 먹었으니 나왔던 배가 다시 들어갈리는 만무했다. 일단 체중관리와 식단관리를 도와줄 앱을 하나 설치하고, 현재 신체 상태를 넣고 목표 체중을 입력해 보니 목표 체중에 도달하기까지 매일 지켜야 할 하루 기초 대사량이 나왔다. 예전이라고 하기에는 꽤 옛날 소싯적에는 기초대사량이 꽤 높은 편이라 마음껏 먹어도 문제가 없는 상태였지만 지금은 하루 1,180kcal를 지켜야 두 달 후 쯤 목표 체중에 도달할 수 있다는 청천벽력 같은 결과가 나왔다.
하루 기초 대사량은 다시 아침, 점심, 저녁과 간식으로 나누어 제시되는데 몇 일 동안 확인해 보니 그나마 아침은 추천 열량보다 조금 덜 섭취하는 편이고, 저녁도 집에서 먹으니 추천량 근처에서 조금 덜 먹는 편이었는데 문제는 점심과 간식이었다. 사무실에 종일 앉아 있다 보니 오후 서너시 쯤에는 입이 궁금해서 군것질 하는 횟수가 조금 늘어나 있었고(전에 없이 과자를 가끔 뜯어 먹었다), 건강 챙긴다고 열량 높은 아몬드를 꾸준히 먹고 있었으니 간식 열량이 초과하는 상태였던데다가, 별 생각 없이 선택해 먹은 점심 메뉴가 추천량의 곱배기인 날이 여러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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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을 간단하게 먹겠다며 냉동실에서 먹은 빠겟도그 하나가 520kcal였는데, 그것도 모르고 단백질은 더 먹어도 된다며 신나게 300kcal 쯤 되는 마른 오징어 한마리를 더 먹어놓고는 주말이라고 꼼짝하지 않고 누워만 있었던 날이 있었음을 알게 되었고, 그렇게 먹고 누워 지냈던 날이 비단 하루 이틀이 아니었음을 자각하게 되었으니 이제는 두 달만이라도 점심 메뉴를 꼼꼼히 챙겨서 먹어보겠다는 마음으로 급기야 저울을 쓰기 시작했는데, 그간 모르고 저질렀던 또 다른 치명적인 실수가 백일하에 드러나 버렸다. 이걸 기뻐해야 하나 슬퍼해야 하나, 그간 맛있게 먹었던 마녀 김밥의 떡볶이 한 팩의 칼로리를 계산하기 위해서 중량을 재 봤더니 떡볶이 한 팩이 1인분이 아닌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에 소름이 끼쳤다.

미니 저울이라 도시락 반찬 그릇에 나누어서 무게를 쟀는데 130g + 132.2g + 142.8g + 73.7g, 전부 합해서 478.7g, 대략 480g이 나왔고 앱에서 찾아 본 떡볶이 중 1인분 표시가 붙은 죠스 떡볶이는 273g, 집에서 먹는 궁중 떡볶이는 250g, 공주 떡볶이는 230g이었으니 그 두 배나 되는 중량의 마녀김밥 떡볶이 한 팩은 응당 2인분이다. 그간 한 팩이니까 1인분이려니 생각하고 혼자 신나게 다 퍼먹었다는 생각을 하니 아찔했다. 배가 그냥 나온 것이 아니었다. 이제 꼭 반만 먹기로 하자, 한 달에 딱 한 번만 먹자며 결심에 또 결심을 했다. (안 먹겠다고는 못하겠다.)
1,000kcal가 넘는 떡볶이 열량에 큰 충격을 먹고는 점심에 먹을 수 있는 500kcal 이하의 안전한 메뉴를 찾아보기 시작했다. 앞으로 얼마나 계속 열량을 지켜먹을 수 있을지는 몰라도 노력은 해 보기로 했다.
팀장님이 점심 메뉴로 제시한 직화 오징어제육 볶음 도시락에 힌트를 얻어, 다른 도시락이 또 없을까 찾아 보니 본도시락이 눈에 들어왔는데, 지금까지 왜 눈에 안 보였는지 모르겠다. 가끔 '멘슈'에 라멘 먹으러 갈 때 그 근처에 도시락 집이 있다는 것을 알고는 있었는데 그 때는 점심을 밖에서 마음대로 먹던 때라 당연히 눈길이 안 갔을 것이고, 지금은 '멘슈' 근처에 있는 식당으로 점심 메뉴를 포장하러 갈 일이 없어서 또 눈에 안 들어왔었나 보다. 도시락은 포장 주문해서 받아올 수도 있었지만 일단은 사무실에서 약간 멀기도 하고 날씨도 춥고, 15,000원 이상 주문하면 무료 배달이 가능한 매장이니 시원하게 배달 주문을 넣었다. 우리만 모르고 있던 인기 만발 도시락집이었던 것이었는지, 주문한 도시락은 한 시간 후에나 받을 수 있었지만, 다행히도 그나마 이른 시간에 주문을 했고 도시락도 앱에서 알려준 시간에 거의 정확하게 맞춰 도착을 해서 무사히 점심 시간 내에 먹을 수 있었다. 다음부터는 서둘러 주문을 하던지, 직접 받으러 가던지 해야겠다.

메뉴는 크게 한상과 반상, 단품으로 구분할 수 있었는데 딱 봐도 반상 정도가 적당한 양인 것 같았다. 한상은 대체로 메인 반찬 두 가지에 국 포함인 메뉴였고, 반상은 메인 반찬 한가지와 기본 반찬으로 구성된 메뉴였으니 각 잡고 비싼 가격으로 푸짐한 양을 제공하는 도시락에 나름대로 불만이 있었던 내게는 '반상' 도시락이 반가웠다. 먹고 싶은 메뉴를 먹고 싶은 만큼만 먹고 싶은데 그게 쉽지 않다. 맛있는 메뉴는 맛도 있고 양도 많아 늘 남기기 일쑤였고, 먹고 싶은 만큼만 먹고 남은 음식을 버려야 할 때에는 늘 기분이 좋지 않았다. 그런 면에서 비슷한 반찬을 제공하지만 '반상'과 '한상'으로 나눠져 있어 선택적으로 양을 줄여 먹을 수 있다는 점이 마음에 쏙 들었다.

  • 바싹불고기 제육 한상 9,400원
  • 바싹불고기 닭구이 한상 10,400원
  • 바싹불고기 오징어 한상 11,400원
  • 곤드레밥 소불고기 한상 12,400원
  • 주꾸미 꽈리닭 한상 13,400원
  • 우렁강된장 삼겹쌈밥 한상 13,900원
  • 주꾸미볶음 삼겹살 한상 14,900원
  • 낙지 버섯소불고기 한상 15,400원
  • 광양식바싹불고기 반상 7,400원
  • 부추제육볶음 반상 7,900원
  • 여수꼬막불고기 반상 8,900원
  • 궁중떡갈비 반상 6,900원
  • 수작 돈까스 반상 7,900원
  • 버섯소불고기 반상 8,400원
  • 춘천식 닭구이 반상 8,400원
  • 순살코다리조림 반상 8,900원
  • 매콤오징어볶음 반상 9,600원
  • 겨울 한정 짬뽕 순두부 8,900원
  • 돼지고기 묵은지 찌개 8,100원
  • 얼큰소고기 가마솥 국밥 8,400원
  • 스팸 김치 볶음밥 5,800원
  • 치킨 마요 5,200원
  • 땡초 된장 제육덮밥 5,400원
  • 로제떡볶이 6,400원
  • 닭강정 7,200원
  • 핫윙콤보 7,900원
  • 고구마 샐러드 5,200원
  • 닭가슴살 샐러드 5,900원
  • 오리구이 냉채 샐러드 7,500원

'한상'과 '반상'의 메뉴가 모두 일치하지는 않지만 반상과 단품 메뉴도 다양하니 메뉴를 선택하는데에는 문제가 없었다. 일단 광양식 바싹 불고기 반상을 주문하고, 열량을 전부 확인하겠다며 중량을 재기 시작했다. 밥은 딱 봐도 많아 보이니 반을 덜어 먹기로 하고 고들빼기를 비롯한 밑반찬 세 가지는 김치로 묶어 사사오입 없이 그냥 대략적으로 계산하기로 했다.

흑미밥 120g, 바싹 불고기 80g, 계란말이 25g, 김말이 튀김 15g, 김치전 20g, 고들빼기 김치 20g까지 계산하면 전체 492kcal 정도니까 아침 저녁으로 조금만 신경써서 움직이기로 하면 마음 푹 놓고 먹을 수 있는 안전한 식단이다. 영양소도 골고루 섭취하고 심지어 고들빼기가 밑반찬으로 들어 있어서 정말 좋았다. 고들빼기라면 매일 먹어도 질리지 않을지도 모른다.

햄버거의 유혹을 물리치고 한식을 선택한 보람이 있는 날이었다. 날도 추운데 차가운 샐러드 억지로 먹는 것 보다는 양을 줄여 먹는 편이 훨 나은 것 같다. 샐러드도 막상 열량 확인해 보면 괜찮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느낌도 있다. 앱을 몇 일 더 사용하다 보니 하루 기초 대사량이 정해져 있지만 운동 정보와 연동을 시켜 놓으면, 운동량이 있을 때 해당 열량 만큼 다시 계산이 되서 그 날 먹을 수 있는 열량이 늘어나서 움직인 만큼 더 체워 먹을 수도 있고, 더 빨리 감량하고 싶으면 감량하고 싶은 만큼 더 움직이면 되니까 여러모로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긴 한다. 프로페셔널 버전으로 업데이트하면 두통에 좋은 식단을 볼 수 있다고 해서 혹하긴 했지만 앱은 일단 당분간은 무료 버전으로 버텨 볼 예정이다. 일단 원인을 찾았으니 됐다.

바싹불고기는 크게 기대 이상도 기대 이하도 아닌 적당히 먹을만한 느낌이었지만, 반상 메뉴에서도 아직 궁금한 반찬도 몇 가지 더 있고 국밥이며 된장찌개까지 다양하니 본도시락은 앞으로 당분간 계속 애용할 예정이다. 다이어트에 적당한 양으로 먹을 수 있어 좋고, 가끔씩 엄마마마님께 특별 반찬으로 고들빼기를 요청하는 나에게는 특히 이보다 더 좋을 수가 없다. 고들빼기 만세! 두 달이면 정말 딱 원하는 만큼 감량할 수 있을 것만 같은 기분도 든다. 떡볶이는 당분간 안녕을 고하고, 일단 가 보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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