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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직장인 출근길 : 걷기 시작

d0u0p 2021. 10. 20.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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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기 시작한 날

아직 날은 덥고 처음부터 걸으면 왕복 만 보인 거리가 부담스럽다며 고민하다가 교통카드란 놈을 다시 쓰기로 했다. 얼기설기 3D 펜으로 마감해 놓은 티머니 카드는 아직 문제없이 작동한다. 

대방역까지 두 정거장을 타던지, 신길역까지 한 정거장을 타고 나머지를 걸으면 만보에서 오는 부담을 줄일 수 있는데 왜 진작 생각을 못했나 모르겠다. 지하철을 출근 시간대에 타는 것 자체가 부담스러운 일이라 선택지에 넣지 않았었을 수는 있다. 출근 시간대를 변경한 지금은 지하철을 타 보니 복잡하지 않아서 스트레스가 훨씬 덜하다. 진작 타고 다닐걸 그랬다. 1,250원 쓰니까 이런 파란 하늘 아래를 걸어 출근할 수도 있으니 너무 행복하다. 

돌아오는 길은 그 때 그 때 상황에 맞춰 바꾸면 되는데, 날이 더워서 적당히 짧게 걷는 대방역으로 향했다. 일몰 시간보다 약간 늦게 나와서 해 지는 모습은 제대로 볼 수 없었지만 그 시간 이내가 주는 나름의 즐거움이 있어 좋았다. 

파스텔로 칠한 것 같은 하늘이 마냥 반가워 걷다 말고 멈췄다.

추석 전 반 달을 만난 날

이번에는 서둘러 나와서 또 일몰 시간을 제대로 맞추지 못했다. 아직 모기가 기승을 부리던 때라서 풍뎅이들이 이파리를 모두 먹어 치운 모습을 구경하다가 발목을 잔뜩 물려 돌아왔다. 

해가 넉넉히 남아 있는 시간이었는데, 멀리 달까지 떠 있었다. 역 근처에 도착하니 딱 좋은 자리에 반달이 둥실 떠 있어서 신이 났다. 대방역 뒷 편에서 이렇게 달이 잘 보이는구나 싶으면서, 보름달은 어디쯤 뜨려나 궁금했지만 보름달이 뜨는 추석에는 퇴근할 일이 없으니 대방역 보름달은 못 보겠다며 아쉬워했다. 

하늘 그라데이션이 아름다웠던 날, 사무실 > 신길역

신길역으로 향하면 걷는 거리가 약간 늘어난다. 해가 길어서 여유가 있거나 마음이 여유롭고 컨디션이 좋을 때에는 신길역으로 향했다. 신길역쯤 닿으면 굳이 한 정거장을 지하철을 탈까 말까 고민의 기로에 서게 된다. 이 날은 신길역에 도착하니 하늘이 더 어두워진 상태라 일단 지하철을 탔다. 

해 지기 전에 퇴근했어야 하는데 아쉬운 마음에 바빴던 날 

대방역으로 가는 길에 건너는 다리에서 어느 쪽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보이는 풍경이 다르다. 처음 선택했던 길에서는 아파트와 빌딩들이 이뤄내는 야경이 꽤 먼 거리에 있어서 다음 번에는 다른 쪽으로 건너야겠다고 마음 먹었었다. 

다른 쪽으로 건너기는 했지만 애매하게 어두워진 시간이라서 또 아쉬웠다. 해 지는 시간에 맞춰 퇴근하려면 해 뜨는 시간에 맞춰 툴근해야 하나, 지난 번에 샛강다리 앞에서 대기중이시던 진사 분들은 분명히 날씨와 일몰 시간을 확인하고 오시는 것 같았는데 노을이 좋은 날을 구별하는 노하우가 있는지 궁금하다. 일몰 시간이야 기상청 사이트에서도 볼 수 있고, 스마트폰에서도 매일 확인이 가능하니까 어려운 일은 아니다. 일몰 시간에 맞춰 퇴근하는 일이 어려운 일이다. 어디 마음대로 퇴근할 수가 있나. 

다시 반 달이 뜬 날

다리 앞에 있을 때 이미 왼 쪽에 달이 둥실 떠 있는 모습이 보였었는데, 중간 쯤 올라가서 사진 앱을 켜고 보니 반달이었다. 이렇게 한 달이 빨리 지났나.  

아이폰이 자동으로 저속 뭐시기 모드로 촬영하는데 사용법을 미리 확인하지 않아서 어리둥절하며 대충 찍을 수 밖에 없었다. 덕분에 지나는 분들이 미래인간처럼 흐르게 나와서 좋긴 한데, 달이 선명하지 않다. 손각대로는 많이 부족하다. 

예상보다 비가 많이 오는 가을이라 한 달 동안 많이 걷지는 못 했다. 이제 본격적으로 시원해졌으니 걸어볼까 했는데 또 비가 오고 있고, 게다가 바람이 슁슁 부는 한파가 찾아왔다. 가을에 한파라니 무슨 일이야. 가을에 입겠다고 바람막이를 구매했는데 패딩을 입어야 할 날씨가 되어 버려서 당황하고 있다. 

내일은 걸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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