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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봄 화단 현황

설마하는 마음으로 쑥부쟁이를 뿌려 두었지만 새들이 수시로 날아들고, 밤이면 고양이가 와서 자고 갔는지, 넓은 상자 안에 빈터가 좋아 뒹굴었는지 흙이 파헤쳐져 있었다. 언제 이래놓고 갔는지 모르겠다. 도라지는 해마다 옮겨 심어야 한다고 해서 일단 다 캐 봤는데, 한 뿌리는 이미 물컹 물컹하게 사망하신 상태라 포기하기로 했다. 성한 아이들은 일단 자리를 바꿔 줬다. 한 뿌리는 보라색 기운이 돌고 있는 것이 곧 가지가 자라나올 것 같다. 접시꽃 잎이 얼마나 맛있는 잎인지 벌레가 남김없이 먹어 치우는 바람에 성한 놈이 거의 없었는데 꿋꿋하게 튼튼한 뿌리를 가진 놈이 남아 있긴 있었다. 올 해는 부디 무사히 잘 자라 줬으면 좋겠다. 핑크색인 줄 알고 사 오셨는데 흰색 모란이 피어서 엄마마마님이 시큰둥해 하시던 모..

GROWING 2021.03.20

목련 w/Takumar 1.4 200mm

쌩 눈에 쌩 손으로 핀 맞추기가 이렇게 어려운 일이었다. 몇 십 년 만에 매뉴얼 포커스로 찍으려니 정신이 혼미했다. 날씨도 더운데 털 달린 후드를 쓰고 마스크까지 쓴 탓에 진짜 아찔해지기까지 했다. 수동카메라에 쓰던 반자동 렌즈를 디지털SLR이 어디까지 받춰주는지 잘 모르는 상황에서 일단 스크류마운트 하나만 있으면 다 해결되는 줄 알고 마운트만 덥썩 사 놓고는 거의 방치해 뒀더니 이게 렌즈 상태 탓인지 내 손 발 눈이 부족한 탓인지 모르겠다. 조리개나 제대로 설정한 건가, 카메라에 붙이면 초점거리는 선택하라고 나오고 200mm렌즈를 선택하고 나면 조리개값은 렌즈에 붙어 있는 조리개링을 돌리면 Av, 조리개 우선 모드에 적정한 노출로 바디에서 알아서 촬영해 주는 것 같기는 한데, 셔터 우선 모드나 프로그램..

SHOOTING/FLOWER 2020.03.27

봄이니까 라일락

곱고 향기도 좋아서 기분이 마냥 좋아야 하는데, 실은 라일락 나무가 우거진 이 곳은 만인의 흡연 장소 앞이다. 꽃 향기도 제대로 만끽할 수 없게 다들 바로 앞에서 뻑뻑 연기를 피워댄다. 처음 이 거리를 지날 때에는 겨울이었고, 피어오르는 담배 연기 때문에 피하고만 싶은 길이었는데 봄이 되서 파릇 파릇 잎이 나기 시작할 때도 라일락인 줄 몰랐다. 이제 꽃도 피우고 향기도 짙어지는데 담배 연기는 줄어들 줄 모른다. 심지어 모먼트렌즈 매크로로 찍은 이 사진들 원본에는 새카만 먼지들이 있었다. 이 동네에는 꽃 뿐만이 아니라 사무실 안에서도 새카만 먼지를 볼 수 있는데, 하필 지급받은 노트북도 하얀 색이라 일주일만 그냥 두면 군데 군데 새카만 먼지를 볼 수 있다. 서울 시내라서 유별난 건지 모르겠지만 사진 보고는..

SHOOTING/FLOWER 2018.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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