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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직장인 점심 : 감염병 대응 2.5단계 식단, 포장하고 포장하고 또 포장하고

d0u0p 2020. 9. 8.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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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딩 내 배달 반입이 안되는 줄 알고 부지런히 사들고 와서 먹었는데 언제부터인지 모르지만 배달 반입이 가능한 것을 나만 모르고 있었다. 억울한 마음도 있긴 하지만 그렇다고 또 다음 주부터 당장 모든 음식을 배달 주문해서 먹을 것 같지는 않고 여전히 앱을 이용해서 선 주문 후 픽업이 가능한 오더 서비스를 열심히 사용할 것 같다. 사무실 내에서 식사를 하게 되면서부터 유일하게 점심 먹으러 걸어 나가는 일이 없으니 운동량이 거의 없어져 버려서 자차 출근중인 나같은 사람은 그 짧은 운동할 기회마저도 사라지게 되었다. 그러니 일부러 걷기도 할 겸 오더를 사용하며 되도록이면 꽤 먼 거리 식당을 찾아 다녔다. 

1. 제일 먼 곳에 있지만 이제는 조심해서 먹어야 할 스쿨푸드 딜리버리 모짜렐라 스팸 계란마리 8,500원

나만 그럴지 모르겠으나 가끔 따끈하고 짭조름하고 가벼운 계란 마리가 생각날 때가 있어서 집 근처 백화점 매장에서 사다가 맛있게 먹고는 했는데, 사무실에서 딜리버리 전용 매장으로 주문해 먹은 마리는 어찌된 일인지 먹고 나니 뱃 속이 편치 않았다. 그냥 편치 않은 정도가 아니라 재료 중 무언가 하나 쯤 잘못 됬을지도 모르겠다 싶을 정도로 불편해서 그 날 오후 이미 어지럼증 상태가 나아지지 않고 있는 상태라 병원에 가 봐야 했고, 뱃 속에는 수시로 가스가 차 오르고 있어서 그 상태로 병원에 갔다가는 십중팔구 진료중에 민망한 상황이 일어날 것 같아서 걱정스럽기까지 했다. 

세 시간 쯤 지나니 뱃 속 불편함이 겨우 가라앉아 병원에 다녀 오기는 했으나, 몸이 불편한 날이어서 김밥을 먹고 뱃 속까지 불편했었다고 하기에는 평소에도 먹은 단백질의 양호도에 따라 위와 장이 예민하게 반응하는 편이니 마리의 재료 상태를 일차적으로 의심할 수 밖에 없었다. 위와 장이 튼튼해야 먹지 그냥 이 상태의 몸뚱이로는 일단 당분간 먹을 수 없을 것 같다. 

2. 바스버거의 하와이안 버거 7,700원

점심 포장 메뉴를 찾으면서 우선적으로 고려해볼 수 있는 메뉴가 햄버거인데 맘스터치 말고 아이엠버거가 사라진 자리를 대체할 버거가 있을까 싶었다. 앱에서 주문 가능한 식당을 들여다 보다가 바스버거가 보이길래 일단 주문해 보기로 했다. 물론 고기 굽기 정도를 선택해서 먹을 수 있는 작고 비싼 브루클린 버거 조인트도 있지만, 미리 앱으로 주문해서 포장해 올 수 있는 매장으로는 등록되어 있지 않으니 두 배 발품 팔 각오가 필요한 곳이라 브루클린 버거 조인트는 잠시 미뤄두고 있다. 바스 버거는 팀장님이 예전에 딱 한 번 가 보기는 했다고 하셨지만 거리가 멀어서 그런지, 그 때는 아이엠 버거가 있어서 그랬는지, 햄버거를 좋아하지 않으시는지, 딱히 가 보자고 권하지는 않으셨던 곳이라 가 본 적이 없었다.

요즘 한창 꽂혀 있는 오설록의 아이스 녹차와 함께 먹을 생각으로 버거만 주문했다. 주문하려다 보니 요즘 배달 주문이 밀려서 혼잡한 상황이라고 하기에 문 열자마자 서둘러 주문했더니 20분 이내에 준비되니 늦지 않게 가지러 오라는 알람을 받았다. 거리가 제법 있어서 20분 이내라는 말은 지금 당장 받으러 오라는 말과 같으니 지체없이 길을 나서야 했다. 게다가 안내문 중간에 있는 '늦지 않게'라는 표현은 늘 나를 서두르게 한다. '음식이 식기 전에'라던지, '적당한 시간에' 가지러 오라고 하면 안되는 것일까. 날씨가 도와서 그나마 걸을만 했지만, 무더운 여름에는 힘든 거리다. 사진에서는 버거의 내용물이 자세히 보이지는 않지만 짭조름하고 달콤한 아이들이 어울려 있어 맛은 꽤 괜찮았다. 칠면조 버거와 와사비 마요 쉬림프 버거 맛도 궁금하다.

  • 9월 이달의 버거 세트 : 하와이안 버거 + 해쉬브라운 토핑, 어니언링, 쉐이크 13,500원
  • 바스버거 세트 8,800원
  • 바스 치킨 버거 세트 9,900원
  • 하와이안 버거 세트 10,200원
  • 칠면조 버거 세트 11,200원
  • 머쉬룸 버거 세트 11,500원
  • 더블베이컨 치즈 버거 세트 11,200원 
  • 더블 바스 버거 세트 11,200원
  • 더블 바스 버거 세트 11,200원
  • 와사비마요 쉬림프 버거 세트 13,200원
  • 탐욕버거 세트 14,300원 
  • 바스 버거 6,300원
  • 바스 치킨 버거 7,400원
  • 하와이안 버거 7,700원
  • 칠면조 버거 8,700원
  • 머쉬룸 버거 9,000원
  • 와사비마요 쉬림프버거 10,700원
  • 탐욕버거 11,800원

매장 문 앞에 도착하고 보니, 제로페이 결제가 가능하다는 스티커가 붙어 있었는데 앱에서 결제 연동은 언제 되는 건지 모르겠다. 영영 안되는건가? 난이도 있는 작업인가? 중요도가 낮은건가? 왜 연동 안시켜주냐고 갑자기 떼 쓰고 싶어진다. 먼 거리를 찾아 가서 직접 주문 해 들고 오는 사용자의 여정은, 식당에 도착한 시점에 새 주문이 들어가게 되고, 새 주문이 들어간 시점에는 이미 전에 들어온 밀린 주문을 처리중일 것이고, 그 시점에 주문한 음식이 차례를 기다렸다가 만들어져 나오기까지 또 얼마나 더 걸릴지 모르는 일이니, 제로페이로 결제하겠다고 그런 두 배 발품을 파는 모험을 겪고 싶지 않다. 그러나 또 제로페이 7% 할인의 유혹을 참기도 힘든 상황이니, 일단 여기서 엄한 서비스 구멍을 트집 잡아 본다. 주라 주라 제로페이 연결 해 주라. 

3. 건강한 맛이니까, 맛도 좋으면 더 좋을 것 같은 닥터로빈 스파이시 타이라이스 18,000원

월요일에 정형외과에서 까이고, 이비인후과에 다시 들러 물리치료를 받고 약을 타오고, 다음 날 햄버거까지 맛있게 먹었지만 오후부터 다시 어지럼증이 도졌는데 가라앉을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중심을 못 잡고 투 스텝까지 밟는 상황이 발생했으니 다시 한 번 병원을 갈 것이냐 귀가를 할 것이냐 고민 끝에 귀가를 택하고 쉬었더니 극적으로 어지럼증은 가라앉은 상태라 건강을 위한 점심이라면 더 볼 것도 없다며 가격 따위 아랑곳하지 않고 주문하게 되었다. 주문할 때 숙주 피클을 추가할 수 있게 되어 있길래 설마 피클을 안 주나 싶어서 추가 주문을 넣었더니 숙주 피클이 두 개가 되었고, 심지어 볶음밥에도 숙주가 한가득 담겨 있어서 숙주로 푸짐한 점심을 먹었다. 장 건강에 좋겠다 싶기도 했고, 숙주도 좋아하는 편이니 신나게 잘 먹었다. 숙주 피클은 그대로 싸들고 와서 집에서 밥 먹을 때 함께 먹었다. 

설탕이 아닌 스테비아 잎에서 추출물을 사용한 시럽을 사용한다고 꽤 강조하고 있는데, 단 맛이 단 맛이지 원재료가 다르다고 해서 몸에 좋고 나쁘고 크게 차이가 나는지는 모르겠다. 숙주 피클 맛이 꽤 달았다. 개인 취향이지만 과하게 단 맛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여러 가지 양념이 혼재되어 있을 때 그 중 단 맛의 비중이 크게 느껴지는 음식은 그 단 맛의 원료가 몸에 아무리 좋다고 해도 입에 달게 느껴져 자연스럽게 손도 덜 간다. 제일 작은 사이즈에 담긴 두 팩의 숙주는 결국 다 먹지 못했다. 

  • 헬시 세트 : 1인 단호박스프+아메리카노 10,900원
  • 나혼자 세트 : 까르보나라+아메리카노 20,900원
  • 풀코스 세트 : 1인 단호박스프+버섯크림리조토+아메리카노 20,900원
  • 싱글 세트 : 매콤버섯크림파스타+마늘바게트 21,900원
  • 커플 세트 : 까르보나라+봉골레파스타 37,900원
  • 패밀리 세트 : 피자+버섯크림리조또+미니햄버거 로제펜네 53,900원
  • 1인 단호박 스프 : 9,500원
  • 마늘 바게트 3조각 : 4,700원
  • 통단호박 크림 스프 2~3인용 : 19,500원
  • 리코타 치즈 샐러드 : 14,000원
  • 머쉬룸 샐러드 : 16,000원
  • 치킨 시저 샐러드 : 17,000원
  • 수란 품은 새우 새러드 : 18,000원
  • 마르게리따 피자 : 16,000원
  • 닥터로빈 피자 : 17,000원
  • 갈릭 딥소스 피자 : 18,000원
  • 리코타 치즈 & 구운 가지 피자 : 19,000원
  • 베이컨 날치알 파스타 : 17,000원
  • 매콤 버섯 새우 크림 파스타 : 19,000원
  • 계란 노른자를 품은 까르보나라 : 19,500원
  • 트러플향 가득한 할라피뇨 버섯 크림 파스타 : 19,000원
  • 수제 햄버거 스테이크 크림 파스타 : 21,000원
  • 알리오올리오 16,000원
  • 봉골레파스타 20,000원
  • 아라비아따 17,000원
  • 해산물토마토파스타 18,500원
  • 미니 햄버거 로제 펜네 19,500원
  • 수제 햄버거 스테이크 토마토 파스타 21,000원
  • 버섯 크림 리조또 19,000원
  • 가지 비프 토마토 리조또 18,000원
  • 스파이시 타이 라이스 18,000원
  • 더블 햄버거 스테이크 23,500원

차라리 탄수화물을 덜 먹는 편이 나을 것 같아서 도시락 안에 있는 숙주는 남김없이 다 먹고 대신 밥을 남겼다. 남겼다고 하기엔 엄마마마님께서 가장 싫어하시는 딱 한 숟가락 양 정도를 남겼으니 밥 양이 많은 편은 아니다. 볶음밥이니까 고슬고슬하겠지 생각하며 씹기는 했는데 생각보다 더 열심히 씹어야 했고, 매움 1단계의 스파이시 타이 라이스라고는 했지만 매운 맛보다는 단 맛이 조금 더 강한 편이었다. 간이 너무 센 편은 아니라 그럭저럭 괜찮았으나 오징어나 홍합이 약간 건조한 느낌인 것이, 건강은 챙겼을지 모르겠으나 전체적으로 막 너무 맛있으니 꼭 또 먹고 싶은 그런 맛은 아니었다. 코로나19 감염병 대응 2단계로 격상되기 이전에 팀장님 안 계신 날 혼자 가서 해산물 토마토 파스타를 먹고 온 적이 있는데, 그 때도 먹긴 먹었으나 맛있는 인상이 남는 파스타는 아니었다. 그렇다고 또 못 먹을 만큼 맛이 없었냐 하면 그렇지도 않았고 새콤한 토마토 소스임이 느껴지면서도 부드러운 느낌이 있어서 신기하다고 생각하기는 했었다. 

대신 창가 자리는 시야가 확 트여 있어서 가끔 혼자 앉아 여유 부리기에는 좋은 식당이었다. 맛은 적당히 타협하고 가벼운 샐러드 정도 먹고 싶을 때 조용하고 환한 창가 자리 찾고 싶은 날 가게 될 것 같다. 

4. 사보텐 카레라이스 정식 12,000원

매장에 직접 찾아가는 일은 처음이라 길을 잘 못 들어 돌아가다 보니 훨씬 더 멀게 느껴졌던 곳이다. 점심 시간보다 훨씬 일찍 받아 놓고 나중에 먹는 밥이라서 모짜렐라 치즈 가스는 바른 선택은 아니었다. 카레는 뭐, 누구나 다 아는 프랜차이즈라 익히 아는 그 맛이고, 오랜만이라 더 맛이 있었다. 특히나 일본 음식에서 느낄 수 있는 특유의 향신료(이름을 잘 모른다)가 들어 있어서 좋다. 그냥 일반적인 향신료가 아니라 밋밋하지 않아서 좋다. 

거대한 포장을 해체해 나면 이 정도 그릇으로 정리할 수 있었다. 돈가스도 바삭해야 하니까 별도로 담아주신데다가 모든 식재료들을 다 별도로 담으니 포장이 거대해질 수 밖에 없나 보다. 포장에 비해 돈가스가 너무 쪼꼬매서 놀랄 수 밖에 없었지만 사실 양은 딱 좋았다. 예전에 혼자살이할 때 돈가스 정식을 집으로 가져간 적이 있었는데 한 끼에 다 못 먹고 나눠 먹었던 것 같다. 게다가 돈가스만 가득하면 아무리 소스가 함께 있다 해도 장국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퍽퍽함이 있으니 내 입에는 카레 정식이 제격이다. 모모가스도 이제 포장이 가능한 것 같으니 다음 주에는 모모가스의 카레돈가스를 먹어봐야겠다. 

  • 사보텐 벤또 도시락 16,500원
  • 로스카츠 샌드 10,000원
  • 사보텐정식 15,500원
  • 모짜렐라 치즈 카츠 정식 14,000원
  • 비프함박카츠 16,000원
  • 히레카츠 정식 14,000원
  • 카사네 카츠 정식 14,500원
  • 모짜체다 치즈 카츠 정식 14,500원
  • 코돈부르카츠 16,000원
  • 24겹 치즈김치카사네 15,000원
  • 명란치즈카츠 15,500원
  • 와규동 정식 15,000원
  • 김치카츠동 정식 13,500원
  • 카레라이스 정식 12,000원

5. 가볍게 먹기 딱 좋은 브로트아트 크로와상 샌드위치 7,500원

맛있으니까 또 갔다. 자꾸 생각나서 또 갔다. 점심 시간 근처에 갔지만 샌드위치 종류가 고를 수 있게 꽤 남아 있었고 가볍고 열량 높은 크로와상으로 만들어진 샌드위치가 있어서 주저하지 않고 크로와상 샌드위치를 선택했다. 

아침에 분명 버터가 가득한 앙버터를 먹고 나왔는데, 버터의 풍미란 바로 이런 것이라고 후각 중추를 때리는 맛이었다. 씨앗 가득 크로와상으로 만들어졌다면 더 좋을 것 같기는 하다. 씨앗 크로와상 샌드위치라면 매주 먹을 것 같다. 남들같지 않게 위장이 반으로 접힌 위하수라 그런것인지 그냥 뱃 속이 가득한 느낌이 싫은 까다로운 사람이라 그런 것인지 많이 먹고 배가 가득 찬 느낌을 좋아하지 않아서 자연스럽게 소식을 일삼고 있는 나에게는 이정도가 딱 적당히 기분 좋은 양이었다. 크로와상이니 열량도 충분할테니 더할 나위 없다. 

다음 주는 또 다른 메뉴들이 기다리고 있으나, 안에서 먹는 즐거움도 있지만 밖에서 먹는 즐거움도 있는 법! 이제 제발 1단계로 돌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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