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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직장인 점심 : 코로나 바이러스 확진자 방문 식당은 푸짐한 식당이더라.

d0u0p 2020. 5. 12.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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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확진자 동선에서도 식당 이름은 다 지워져서 모든 식당을 다 알 수는 없지만, 처음 동선이 공개되면서 식당 이름들을 알게 되었을 때 우리가 다니던 식당인가가 제일 중요했지만, 막상 한 번도 가 본 적이 없는 식당 이름을 확인하는 순간 떠오르는 생각은 '내가 모르는 맛집인가?'였다. 

몇 군데는 정말 취향이 확연히 달라서 맛집이라고 해도 관심이 가지 않는 곳이었고 그 중 몇 군데는 호기심이 생겼다. 수제비로 유명하다는 식당은 방송 중 포장해서 먹는 장면도 본 적이 있었고, 누군가의 단골 식당이라고도 하니 정말 맛있나 궁금해졌다. 

본격적인 사회적 거리두기가 한 풀 꺾여 조금씩 근처 식당에 나가 점심을 먹기 시작할 무렵 수제비 식당에 일단 가 보기로 했다.  

확진자 식당으로 소문난 식당은 손님이 없다고 누가 그랬을까, 찾아간 식당은 오래 기다리지는 않았지만 식당 안은 이미 만석이었다. 수제비는 소문만큼 반죽이 찰진 느낌은 덜 받았는데 그 때 그 때 컨디션이 다른 것인지 밀가루 반죽 고유의 성질인지 구분하기가 좀 애매하다. 사무실에서 더 가까운 곳에 있는 비빔만두집에서 옹기 수제비를 주로 먹다 보니 자연스럽게 옹기 수제비와 비교하게 되었고, 옹기 수제비는 아마도 감자 전분이 들어가서 그럴까 조금 더 쫀득한 느낌이다.

2018/12/01 - [EATING] - 여의도 직장인 점심 : 비빔만두 맛집, 옹기수제비

 

여의도 직장인 점심 : 비빔만두 맛집, 옹기수제비

팀장님의 추천으로 종종 비빔만두를 먹으러 갔었는데, 비빔만두집이라고만 알고 있었지 가게 이름이 옹기수제비라는 것은 지난 엊그제야 알게 되었다. 여의도가 아니더라도 비빔만두를 먹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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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신 내 입 맛에는 이 식당의 수제비 간이 딱 좋았다. 옹기 수제비는 약간 슴슴하다는 느낌이 있다. 게다가 물김치와 겉절이, 익은 김치를 세 가지나 주셨는데 세 가지 모두 맛이 있었다. 반죽 질감이 기대와 약간 달랐다는 것을 빼면 다 좋았다. 가격도 저렴하고 양도 푸짐하고, 부족하신 분들은 밥도 더 드실 수 있게 따로 준비되어 있었다. 손님이 많을 수 밖에 없다. 너무 멀지만 않으면 자주 갈 것 같기는 한데, 엑스 스몰 사이즈의 위장을 가진 나에게는 과한 양이라 늘 남기게 될 것이 고민이라 수제비를 먹으러 선뜻 먼 길 나서기는 어려울 것 같다. 

그리고 다음 날은 직화구이 식당에 찾아갔다. 가까운 곳에 있었는데 수요미식회(를 믿지는 않지만)에도 나왔다는데 가 본 적이 없는 식당이라 의아했다. 역시 이 식당도 만석이었고, 심지어 줄을 서서 기다려야 했다. 

처음 들렀으니 어떤 메뉴가 좋을지 고민하고 있는데 줄 앞에 서신 분들의 이야기가 들렸다. 여러 번 드신 분들인 것 같았고 쭈삼이 좋았다고 하시는 이야기를 듣고, 우리도 쭈삼을 주문하기로 했다. 

  • 오삼직화(2인분) 16,000
  • 제육직화(2인분) 16,000
  • 낙삼직화(2인분) 18,000
  • 쭈삼직화(2인분) 18,000
  • 오징어직화(2인분) 19,000
  • 낙지직화(2인분) 20,000
  • 쭈꾸미직화(2인분) 20,000
  • 해물모듬직화(2인분) 20,000
  • 순두부 6,000
  • 청국장 6,000

2018/11/11 - [EATING] - 여의도 직장인 점심 : 오징어덮밥이 먹고 싶을 뿐

 

여의도 직장인 점심 : 오징어덮밥이 먹고 싶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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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 덮밥을 찾던 때에 알았으면 좋았을텐데 그 때는 전혀 몰랐다. 중앙빌딩의 오삼볶음집과 달리 주방에서 진짜 열심히 불맛을 입히고 계시는 모습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정말 불 맛임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어 좋긴 했지만 마음이 그렇게 편하지는 않았다. 

뜨거운 불 앞에서 저렇게 힘들게 볶아 주시는 일이 보통 이 아닐텐데, 이런 음식이라니 경건한 마음으로 먹어야 할 것 같다. 문제는 양이었다. 양이 너무 푸짐한 것도 문제라면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잘 드시는 옆 테이블에서는 순두부까지 추가하셨지만 2인 테이블인 우리는 딱 2인분짜리 쭈삼을 받고 많아서 당황했다.

그러고보니 문 닫은 곤드레 나물집에 새로 생긴 직화구이집이 또 떠오른다. 직화구이는 직장인들에게 통하는 메뉴라고 생각하셨을 것 같은데 주변 식당 벤치마킹은 전혀 안하셨던 것 같다. 

2019/10/10 - [EATING] - 여의도 직장인 점심 : 두루치기는 역시 흑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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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한 명칭은 아니지만 곤누리 직화집 외에도 다른 빌딩에 새로 생긴 주점에서 점심 시간에 직화구이를 한다고 해서 한 번 갔었는데 그 집 역시 마찬가지였다. 맛이고 뭐고 두 번 돌아볼 식당이 아니었다. 이미 푸짐하고 맛있는 직화구이, 두루치기 집들이 성업중인데 전략도 없이 배포도 참 두둑하시다. 흑돈가의 두루치기도 그렇지만 맨하탄빌딩 지하에 있는 식당도 양과 질에서 전혀 부족함이 없었다. 

쭈삼이 탁월한 선택이었던 것은 쭈꾸미보다 얇게 저며진 삼겹살이 양념이 더 잘 배어 있어 짭조름하니 좋았다. 아마도 쭈꾸미나 낙지만 있었으면 조금 더 밋밋한 느낌이었을 것 같다. 쭈삼은 당연히 남았고, 남은 쭈삼은 민망하지만 포장을 부탁드렸다. 너무 많이 남았기도 했고, 그대로 가져다가 쫑쫑 썰어 밥 볶아 먹으면 너무 맛있을 것 같았다. 앉아서 먹는 일은 또 남길테니 어려울 것 같고 통째로 포장가능한지 한 번 더 가봐야겠다. 

두 식당 모두 푸짐하기만 한 것은 아니고 맛도 있으니 많이들 찾으시는 식당들이지만 가끔 어린이 메뉴가 있는 식당에 가면 정말 진지하게 어린이 메뉴를 주문할까 고민하는 반동강 사이즈 위장을 가진 사람에게는 어려운 식당들이다. 괜히 더 먹으려고 해봐야 배탈만 나는데 남기면 또 남기는대로 송구스러우니 뭐 일단 내 스타일은 아닌 걸로 한다. 그래도 가끔은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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