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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직장인 점심 : 십년 전부터 있던 명동칼국수

d0u0p 2018. 12. 22.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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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장님의 오묘한 가림수 때문에 그동안 못 갔었던 것이다. 전에는 늘 줄이 길었고 마늘 팍팍 넣은 김치가 진짜 명동에 있는 명동칼국수 못지 않았었던 것 같았는데 예전만 같지는 않았다. 팀장님의 가림수는 '명동칼국수 전보다 많이 비싸졌어'였는데, 팀장님이 전이라고 했던 가격은 4천원이었다. 그 정도로 싸진 않았었던 것 같지만 팀장님 기준으로는 4천원이던 칼국수가 7천원이 되었으니 많이 비싸졌다고 하셨던 것이었는데, 내 기준으로는 정확하지 않으나 6천원 정도였었는데, 많이 비싸졌다고 하시니 설마 만원이 넘으려나 어림짐작했던 것이었는데 칼국수는 아직 7천원이었다. 

​남대문에서 명동 칼국수가 6천원이었는데 굳이 비교해 보자면 지금은 남대문 단암타워에서 먹던 칼국수가 더 괜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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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이천원짜리 만두국도 잘 드시는 팀장님의 비싸졌다는 말씀은 핑계일 뿐이고 너무 진하게 냄새 나지 않고 적당히 후추향도 가미되어 있고 매운 고추 다대기 섞어 먹으면 내 입맛에는 꽤 괜찮은데, 그냥 팀장님 입맛에 맞지 않는 집인 것이다. 칼만두를 드셨지만 만두 퀄리티에 까다로우신 편이라 흡족해 하지 않으셨다. 

생각해 보면 너무 진하지 않은 사골느낌의 명동 칼국수 육수가 내가 고깃국 비슷한 국물을 먹을 수 있게 된 시작이었던 것 같다. 어릴적 집에서 엄마마마님께서 끓여 주시는 고깃국은 한 입도 먹지 않아서 엄마마마님 속 좀 썩이는 어린이었는데 어느 새 갈비탕도 먹고 사골 베이스 육수의 칼국수도 먹고 곰탕도 먹는 직장인이 되었다. 이제는 가끔 삼겹살과 양념돼지갈비를 먹고 싶어하는 그런 평범한 직장인이다. 

​먹고 나와서 새삼스럽게 간판을 보시더니 정말 세월의 흔적이 보이는 간판이라 하셨지만, 또 가자고 하면 가시기는 하겠지만 좋아하시지는 않을 것이고, 좋아하시지 않으니 일부러 가자고 하긴 그렇고, 팀장님 안 계실 때 가야겠다. 양념이나 국물 맛은 아직 비슷한 맛이 유지되고는 있는데 면은 잘 모르겠다. 그 날 유난히 약간 퍼진 상태였는지 면의 컨디션이 전체적으로 나빠졌는지는 한 번 가서는 모르겠다. 

칼국수는 특히나 쫀쫀한 느낌이 살아있는 맛을 좋아하는데 그 느낌이 덜해서 실망한 것 같기도 하다. 최근에 딘타이펑에 갔을 때 느낀 것도 마찬가지였다. 사천탕면을 주문했는데 면에 힘이 너무 없어서 심드렁했었다. 개인취향 탓이라고 해야 하나, 딘타이펑은 중국 사람 입맛에 맞췄냐 싶을 정도라 마음에 들지 않았다. 명동 칼국수는 몇 번 더 가봐야 알 것 같다. 칼국수를 이 계절에 먹으려면 진주집에 가는 것이 안전한 선택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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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나는 가양 칼국수가 일번이지만, 진주집이 호불호 없이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공리주의적 맛집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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