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님의 오묘한 가림수 때문에 그동안 못 갔었던 것이다. 전에는 늘 줄이 길었고 마늘 팍팍 넣은 김치가 진짜 명동에 있는 명동칼국수 못지 않았었던 것 같았는데 예전만 같지는 않았다. 팀장님의 가림수는 '명동칼국수 전보다 많이 비싸졌어'였는데, 팀장님이 전이라고 했던 가격은 4천원이었다. 그 정도로 싸진 않았었던 것 같지만 팀장님 기준으로는 4천원이던 칼국수가 7천원이 되었으니 많이 비싸졌다고 하셨던 것이었는데, 내 기준으로는 정확하지 않으나 6천원 정도였었는데, 많이 비싸졌다고 하시니 설마 만원이 넘으려나 어림짐작했던 것이었는데 칼국수는 아직 7천원이었다.
남대문에서 명동 칼국수가 6천원이었는데 굳이 비교해 보자면 지금은 남대문 단암타워에서 먹던 칼국수가 더 괜찮았다.
2018/05/09 - [EATING] - 직장인 점심메뉴 : 남대문 시장 극과극 체험
만이천원짜리 만두국도 잘 드시는 팀장님의 비싸졌다는 말씀은 핑계일 뿐이고 너무 진하게 냄새 나지 않고 적당히 후추향도 가미되어 있고 매운 고추 다대기 섞어 먹으면 내 입맛에는 꽤 괜찮은데, 그냥 팀장님 입맛에 맞지 않는 집인 것이다. 칼만두를 드셨지만 만두 퀄리티에 까다로우신 편이라 흡족해 하지 않으셨다.
생각해 보면 너무 진하지 않은 사골느낌의 명동 칼국수 육수가 내가 고깃국 비슷한 국물을 먹을 수 있게 된 시작이었던 것 같다. 어릴적 집에서 엄마마마님께서 끓여 주시는 고깃국은 한 입도 먹지 않아서 엄마마마님 속 좀 썩이는 어린이었는데 어느 새 갈비탕도 먹고 사골 베이스 육수의 칼국수도 먹고 곰탕도 먹는 직장인이 되었다. 이제는 가끔 삼겹살과 양념돼지갈비를 먹고 싶어하는 그런 평범한 직장인이다.
먹고 나와서 새삼스럽게 간판을 보시더니 정말 세월의 흔적이 보이는 간판이라 하셨지만, 또 가자고 하면 가시기는 하겠지만 좋아하시지는 않을 것이고, 좋아하시지 않으니 일부러 가자고 하긴 그렇고, 팀장님 안 계실 때 가야겠다. 양념이나 국물 맛은 아직 비슷한 맛이 유지되고는 있는데 면은 잘 모르겠다. 그 날 유난히 약간 퍼진 상태였는지 면의 컨디션이 전체적으로 나빠졌는지는 한 번 가서는 모르겠다.
칼국수는 특히나 쫀쫀한 느낌이 살아있는 맛을 좋아하는데 그 느낌이 덜해서 실망한 것 같기도 하다. 최근에 딘타이펑에 갔을 때 느낀 것도 마찬가지였다. 사천탕면을 주문했는데 면에 힘이 너무 없어서 심드렁했었다. 개인취향 탓이라고 해야 하나, 딘타이펑은 중국 사람 입맛에 맞췄냐 싶을 정도라 마음에 들지 않았다. 명동 칼국수는 몇 번 더 가봐야 알 것 같다. 칼국수를 이 계절에 먹으려면 진주집에 가는 것이 안전한 선택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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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나는 가양 칼국수가 일번이지만, 진주집이 호불호 없이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공리주의적 맛집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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