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밋밋한 까렌다쉬 골리앗심과 뻑뻑한 파카 조터 큉크 플로우 심 표준 규격 제트스트림 볼펜심으로 교체하기

d0u0p 2019. 3. 1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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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체한 아크로볼과 제트스트림 리필심이 다 마음에 들어서 열심히 쓰다 보니 잊고 지냈던 파카조터와 까렌다쉬849 볼펜의 아쉬웠던 필기감이 생각났고, 설마 그 두 펜에 사용하는 리필심을 교체할 수 있는 심이 없을까 싶어서 한동안 열심히 찾아 보았다. 

2017/06/14 - [WRITING] - 볼펜 필기감 비교 : 모나미153, 파커, BIC, 까렌다쉬

파카 조터에 사용되는 심은 파카에서 나오는 큉크플로우심이고, 까렌다쉬에 사용되는 심은 까렌다쉬 전용 골리앗심이었다.  두 볼펜 모두 생각하는 만큼의 먹색이 아니라 나도 모르게 더 꾹꾹 눌러 쓰게 되고 손가락이며 손이 너무 아팠다. 모나미 심의 색이 제일 진하게 나오는 편이었고, 까렌다쉬는 부드럽게 잘 써 지지만 애매한 느낌의 흑색이었고, 파커는 뻑뻑한데다가 흐름이 너무 거지같아서 한동안 쳐다보지도 않았었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까렌다쉬를 다시 애용하고 싶어서 한 번 쥐었다가 흐름이고 필기감이고 컬러는 둘째치고 검지손가락 근육이 너무 아파서 다시 포기하고 보관만 하는 중이었는데 새로 구매한 엔젤 그립에 이 두 가지 볼펜이 잘 맞는 걸 보니 심을 바꾼다면 유용하게 잘 쓸 것 같아서 일이 커지게 됐다. 

까렌다쉬 골리앗은 잉크 용량을 강점으로 내세우며  필기를 정말 많이 할 수 있다는 점을 소구점으로 삼고 있는데, 요즘 누가 그렇게 볼펜 하나를 오래 많이 쓰나 싶어서 내게는 와닿지 않았다. 차라리 힘이 좀 덜 들어 가도 짙은 색이 나오게 만들어 주면 좋겠다. 파카 조터는 다시 써 봐도 앞 부분에 거의 필기가 되지 않는 구간이 있고, 색도 흐릿한데다가 뻑뻑하기가 이루 말할데가 없다. 그에 비하면 까렌다쉬는 훨씬 나은 편이지만 그래도 더 입맛에 맞는 심으로 바꾸고 싶었다. 찾다 보니 까렌다쉬는 호환되는 규격의 심은 골리앗심 외에는 없는 것 같고, 그나마 파카 조터의 심은 국제 규격이라서 비슷한 국제 규격의 심이 맞는다는 내용을 발견했다. 옛날 포스팅에 덧붙여 이야기하자면 BIC은 이제 과감히 필기도구에서 빼기로 했다. 핑크색과 보라색이 마음에 들어서 필기에 많이 사용했는데, 1년 정도 지나니 잉크가 죄다 번져 있었다. 필기를 모두 새로 해야 할 지경이다. 

다시 리필심 이야기로 돌아와서, 다행히 제트스트림에서 나오는 볼펜 중 호환 가능한 국제규격심을 사용하는 모델이 있었다. 리필 심은 SXR-600이었고, 제트스트림 프라임 싱글 펜 용으로 판매되고 있다. 국제 규격 사이즈는 ISO12757-2 G2라는 것 같다. 파카 조터 큉크플로우 심의 바디에 규격이 적혀 있는데, 표기 중에 G2라고 되어 있어서 펜텔 G2펜 심과 호환 가능한가 혼동할 뻔 했다. 구매 전에 까렌다쉬와 파카 조터의 심을 꺼내서 보았을 때, 까렌다쉬 골리앗심이 길이가 약간 짧긴 했는데 어찌 우겨 넣으면 제트스트림 SXR-600도 들어가지 않을까 싶어서 리필심을 일단 여러 개 주문했고 일단 넣어 보았다. 

까렌다쉬는 동영상 찍는 걸 잊고 말았는데, 조터에 새로운 심을 넣고 작동시켜 보니 볼펜 심이 제 자리로 다시 들어가지 않아서 잠시 놀랐지만, 심을 잘 못 끼웠던 것이었다. 리필 심 뒷 쪽에 사선으로 홈이 파여 있는데 그 홈을 잘 맞춰 넣었어야 했다. 마구잡이로 넣으면 이렇게 작동하는데 오류가 생긴다. 까렌다쉬도  원래의 심보다 길이가 긴 것을 밀어 넣었으니 조터와 비슷하게 삐걱댔다.  

그래서 호기롭게 또 한 번 결단을 내렸다. 볼펜도 깎아봤는데, 심이라고 못 깎겠나 싶어 원래의 리필심 길이에 맞게 깎아 내기로 했다.

2019/02/10 - [WRITING] - 엔젤그립과 아크로볼 합체기

플라스틱 쪼가리로 된 뒷꼭지 따위 칼로 안 깎이겠냐 싶어서 깎기 시작했다. 

어렵지 않게 잘 깎였다. 사선으로 된 홈이 있는 부분이라 밀도가 치밀한 부분이 아니라서 그 부분은 쉽게 깎아냈고, 좀 더 밀도 높은 부분은 힘을 쓰면 깎아지기는 할 것 같았지만 이 정도로도 충분할 것 같아서 넣어보니 잘 맞았다. 만족스럽게 작동한다.

제트스트림 잉크가 완벽하게 깔끔하지는 않고 약간 잉크가 흘러서 군데 군데 똥을 싸고 있는 느낌이 아주 가끔 있다. 그래도 BIC만큼은 아니라서 이 정도면 만족하고 잘 쓸 수 있을 것 같다. 비로소 짙은 검정 색의 유성 노크식 볼펜의 완성형이 만들어졌다.

그리고 하나만 사서 써 보고 있던 엔젤 그립을 색상 별로 주문해서 골고루 맞춰 넣었다. 필통이 좁아져서 들고 다니기는 조금 버거워져서 이제는 그냥 사무실에 널어 두고 골라 사용하고 있다. 필기가 즐거워 졌지만 공부를 하지 않고 있으니 큰일이다. 필기 도구도 완벽해졌고 날도 따뜻해졌으니 이제 슬슬 움직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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