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1/28 - [WRITING] - 필기하며 아픈 손가락 달래려고 구매한 엔젤 그립
우여곡절 끝에 엔젤그립을 구했지만, 쓰고자 하는 아크로볼과 제트스림을 넣어 쓸 수 없어서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래도 일단은 좌절하지 않고 가물가물한 기억을 다시 떠 올려 보았는데, 처음 엔젤 그립 쓰시던 쓰앵님을 보았을 때 분명히 제트스트림을 쓰고 있었다. 제트스트림이 안 들어갈리 없다. 어떻게 꽂았을까 고심하다가 일단 고무 그립을 벗겨 내 보았는데, 손가락이 닿는 부분에 고무가 없으니 굴곡 있는 부분에 손가락이 닿아 오래 쓰기에 불편할 것 같았다.
우하 : 고무그립 벗겨낸 제트 스트림, 좌 : 고무 앞부분을 깎아낸 파이로트 아크로볼
이 방법은 일단 아닌 것 같아서, 조금이라도 들어가는 느낌이 있는 앞 쪽 고무를 물리적으로 깎아내면 더 들어가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아크로볼을 공략하기로 했다. 아크로볼의 그립 중 앞 부분을 연필 깎듯이 깎아내기 시작했다. 힘을 주어 넣으니 원하는 부분까지 들어가기는 하지만 유격이 크게 벌어지고, 앞 부분도 듬성듬성 깎아내어 보기에 좋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블로그 검색어 목록에서 '엔젤그립 제트스트림'을 발견했다. 역시 나만 엔젤그립과 제트스트림을 한꺼번에 쓰고싶어 하는 것이 아니었다는 깨달음을 얻고 설마 끼우는 방법이 따로 있을까 싶어 나 역시 검색을 해 보았다.
검색 결과에서 단번에 찾지는 못했는데, 상위 결과에는 고무그립을 빼고 넣은 사진이 있었고, 나중에 들여다 본 블로그에 넣는 방법이 자세히 설명이 되어 있었다. 이렇게 쉬울 수가 없다.
제트스트림의 고무 그립을 빼 낸다.
고무 그립이 빠진 제트스트림에 엔젤그립을 넣는다. (넉넉하게 여유가 있어 잘 들어 갈 것이다.)
빼 냈던 고무 그립을 다시 제 자리에 넣는다.
뒷 쪽으로 밀려 있는 엔젤 그립을 앞으로 당겨 자리를 잡아 준다.
왜 미처 생각을 못 했을까 했지만, 이미 쓰던 제트스트림의 고무 스트립은 칼로 잘라 낸 상태라 버렸다. 되돌릴 수 없는 상태라서 이 방법을 적용해 보려면 볼펜을 더 사야 하니 일단 뒤로 미뤄 두고, 방망이 깎는 노인처럼 깎던 아크로볼을 마무리해 보는 쪽으로 마음을 먹었다.
아크로볼의 고무그립을 일단 빼 보려고 했는데, 이게 왠일인지 아크로볼의 그립은 몸통과 일체형이라서 뺄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구조가 궁금하기도 하고 중간부분은 깎아도 그립을 끼우면 안 보이게 될 부분이니까 이왕 깎던 거 더 과감하게 열심히 깎아 보니 구조는 확실히 일체형이고, 하나의 소재가 바깥쪽만 특수 처리되어서 부드럽고 매트한 느낌이 나게 만들어진 것 같다. 중심부부터 외측까지 소재는 한가지인데 바깥쪽은 탄성이 있고, 무광인 실리콘 비슷한 느낌을 내고 있는 것이다. 의외의 부분에서 다시 한 번 정교하게 만들어진 제품이라는 것에 깜짝 놀랐다. 얼마 안되는 볼펜 하나에 이런 디테일이 살아 있는 디자인이라니 경의를 표하고 싶다.
아크로볼은 여유분으로 한 자루 더 있었기 때문에 이제 과감하게 남은 한 자루를 다시 깎아 보기로 했다. 내가 쓰는 필기구 내가 만들어 쓰겠다는 장인정신으로 방망이 깎듯 디자인하여 깎기 시작했다. 엔젤 그립을 넣다 뺐다 해 보니 안 들어 가는 이유가 앞 부분보다는 뒷쪽이 두꺼워서임을 깨달았고, 그립으로 가려질 부분을 선택적으로 깎아 내서 넣어 보기로 했다.
1차로 넣어 보니 너무 마음에 들었다. 처음부터 중간을 깎았어야 했다. 깎을 때 그렇게 깔끔하게 깎이지 않아서 그립을 벗겨 내면 사실 엉망 진창이지만, 벗겨 내고 쓸 일은 없을 테니까 이것으로 족하다.
1차로 조립했던 것을 쥐어 보고 써보고 조금 덜 들어간 느낌에 불편한 감이 있어서 조금씩 더 깎아내서 손에 쥐기 편한 자리를 찾다 보니 거의 그립 끝 쪽에 위치하게 되었다. 유격이 없지는 않지만 이정도면 나름 성공적이라 생각하고 두 자루의 아크로볼 잉크를 다 쓸 때까지 일단 아크로볼을 계속 쓸 계획이다.
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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