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RITING

필기하며 아픈 손가락 달래려고 구매한 엔젤 그립

d0u0p 2019. 1. 28.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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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가 있다. 지난 주 전참시를 보다가 개그맨 이승윤이 엠비씨 라디오 시그널을 녹음했다면서 나온 내용에 자극을 받아 용기가 다시 나기는 했지만, 딱 시청할 때 뿐이고 월요일이 되니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의욕없이 하루를 보냈다. 너무 의욕이 없어서 그냥 머리를 비우고 일을 했을 뿐이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는 것은 아니다. 

싸워서 졌다고 실패한 것이 아니고, 싸웠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성공한 것이라 했지만 원점으로 다시 돌아가 새로운 마음으로 봤던 것을 또 봐야 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그래도 원하던 바는 아니었지만 무료로 획득하게 되었던 연계강의가 2월 말에 종료되기에 흘리지 않고 챙겨 듣겠다며 일단 마음을 비우고 워밍업하는 자세로 강의를 들으며 필기를 했고, 덧붙여 미진했다고 생각되었던 교과 내용지식들을 더 챙겨 보겠다는 마음으로 교과서를 정리하는데 손가락이 정말 계속 아파왔다. 

그리하여 예전에 쓰앵님께서 언급하셨던 그 무언가를 폭풍검색해 보았다. 

2018/12/05 - [WRITING] - 어디에서 무엇으로 공부해야 하는가, 영원한 노답

심지어 실기 학원에서 그것을 사용중인 다른 쓰앵님을 보았더랬다. 어디서 무엇을 사신 것이냐고 묻고 싶었지만, 모두들 열심히 그림을 그려야 했기 때문에 그럴 사정이 못 되었다. 

이제서야 열심히 찾아 보는데, 키워드 넣기가 막막했다. 연필 그립, 볼펜 그립, 볼펜 고무우우???? 볼펜 깍지???? 옆에서 팀장님은 볼펜 '깍대기'라는 비어도 제안해 주셨지만, 모든 키워드를 넣어도 답답하게 원하는 제품은 나오지 않았다. 

스폰지 재질에 애벌레 모양인 것과 밋밋해 보이는 놈이 있었는데, 사실 원했던 제품은 바로 이 엔젤그립이었다. ​

​수시로 검색을 해보다가 겨우 찾아 낸 엔젤 그립도 주문하기 전까지 꽤 힘들었다. 일반 문구 사이트가 아니라 화방용품 전문점에도 있을 것 같아서 별도로 사이트에 들어가서 키워드를 넣어 보았지만 원하는 제품은 나오지 않았고, 한 개에 천원 이하인 제품이라 배송료만 이천오백원이 더 들어서 바로 주문하기도 곤란한 것들이었다. 하필 화방용품 사이트라 결국 종이와 펜케이스만 충동구매하게 되었고, 엔젤그립은 나중에 다른 곳에서 겨우 찾았다. 

받자마자 열어 보니 설명서가 많았다. 쥐는 법과 고무링 사용법이었는데, 고무링 사용법은 별 내용은 아니고 헐거우면 링을 보조로 넣어 쓰면 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원래 쓰고자 했던 아크로볼 볼펜에 엔젤 그립은 쓸 수 없었다. 멀티펜은 두꺼우니까 당연히 다 못 쓴다. 원래 얇고 가는 펜들이 장시간 쥐고 쓰면 아귀가 아프니까 보조적으로 쓰라고 만들어진 제품이었던 것이다. 아크로볼은 포기하고 가장 얇아 보이는 빅을 넣어 보았다. 빅은 오히려 헐겁게 쑥 들어가서 고무링이 필요했는데, 고무링을 넣으면 또 뻑뻑해서 위 사진처럼 유격이 생겨 버렸다. 

이 펜도 저 펜도 죄 맞지 않는 느낌이다. 

​그나마 가는 볼펜인 빅 볼펜들이 맞아서 끼워넣고 써 보기는 했는데, 무게 중심이 바뀌어서 원래 무리가 가던 검지손가락 바깥쪽은 통증이 없었지만, 쥐는 방법에 따라서 묘하게 다른 곳이 아팠다. 

잘 못 쥐어서 그럴 수도 있고 방법을 달리 하면 괜찮을 수도 있을 것 같기는 한데, 일단은 사용할 수 있는 볼펜이 너무 한정적이라 더 써볼 수 없었다. 확실히 그립을 사용하면 펜만 쥐었을 때 보다 힘을 덜 줘도 쉽게 써지는 느낌은 있었지만 다만 내가 원하는 제트스트림이나 아크로볼을 쓸 수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일단 집에 있던 다른 볼펜들을 모두 소환해 보기로 한다. 까렌다쉬도 교육학 논술 하나 쓰고 검지손가락 아작나는 느낌이라 던져 버렸는데 소환해서 사용해 봐야겠다. 

그리고 앤젤 그립이 잘 들어가지 않아서 다시 징징대고 있던 모습이 안됬는지 팀장님이 동네 문방구를 가 보시겠다더니 이런 무쓸모 제품을 사 들고 오셨다. 아침부터 즐겁게 해 주시려고 작정하고 사 오신 것 같다. 마음은 정말 고맙게 받았습니다, 팀장님, 컬러도 일단 너무 유치뽕짝이라 한없이 궁시렁대며 포장을 뜯어 펜에 넣어 봤는데, 이건 뭐 얇은 빅 볼펜에도 안들어 간다. 정말 연필용인것 같다. 중국산인데다가 심지어 화기엄금이라고 써 있는 걸 보면 소재 또한 너무 의심스럽지만 버리기는 아까우니 다른 연필들에나 기념으로 꽂아 두어야겠다. 엔젤그립은 이제 보니 무려 ABS를 사용했다. 그래서 좀 무리하게 넣어도 깨지지 않고 오히려 유격이 생기는 것인가 보다. 그나 저나 이 중국산 연필 교정기를 천연 나무 소재인 까렌다쉬 연필에 꽂아야 한다니 마음이 안 좋긴 하다. 

계획이 자꾸 바뀌어서 한 동안 긴 글 쓸 일이 있을지 아직 잘 모르겠다. 짧은 글은 키워드가 중요하니까 한 가지 굵기로 필기를 전부 하는 것은 좀 게으른 일이 아닐까 싶어서 볼펜으로 긴 글 쓰기는 뒤로 미룰 것 같다. 손에 잘 맞는지 더 확인하고 싶은데 일단 손가락이 너무 피곤해서, 펜쥐는 공부와 펜을 안 쥐어도 되는 공부를 좀 섞어서 해야겠다. 

아프다. 많이 아프다. 

손가락 부서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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