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RITING

어디에서 무엇으로 공부해야 하는가, 영원한 노답

d0u0p 2018. 12. 5.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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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도도 없고 정답도 없다. 백이면 백 다 다른 환경에서 자라서 다른 성격을 갖는데 어떻게 답이 하나일 수 있겠나, 한 해를 넘겨 버리기 전에 그 동안 뭘 얼마나 했었나, 노력은 했었나 돌아 보면서 헤매던 곳들을 추려 본다. 필기도구는 늦게나마 인터넷 강의를 듣고 있었는데 강사님이 어느날 갑자기 느닷없이 필기구에 대한 조언을 해 주시는 바람에 필기구를 대폭 수정하게 되었다. 필기구 이야기는 조금 더 있다가 하기로 하고, 일년 동안 책을 펴들었던 곳들은 이러하다. 

홈스위트홈

산만하다, 엄마마님은 돈 벌면 됬지 왜 공부를 더 하는지 이해 못 하신다, 티비와 아주 가까운 곳에 책상이 위치해서 책상을 쓰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했고, 늦은 밤에 잠깐 쓰거나 다른 방에 좌식 탁자를 펴 보았으나, 몰래 하다 보니 마음이 불안해서 집중하기 어려웠다. 집에서는 그냥 쉬는 것이다. 책상 위에는 지금 라이팅박스와 화판이 널브러져 있다. 

사무실 

필요한 문서를 최소화해서 꺼낸다 하여도 이미 키보드와 모니터가 반은 차지하고 있어서 정신 사납다. 틈틈이는 정말 집중도 안되고 눈치도 보이니까 차라리 시원하게 업무가 끝나고 남아서 적당히 하는 편이 나았지만, 늦게 남아 계시는 분들이 더러 있어서 그것도 쉽지는 않았다. 주로 사무실에서는 각종 문서를 프린트하고 제본하는 소소하고 확실한 횡령을 하는 편이었다. 

난장판이었다, 사장님 죄송합니다.

신영빌딩 반디앤루니스

1층과 2층 모두 독서가 가능한 공간이 있고, 직장인만 가득한 동네라 저녁시간에는 꽤 여유가 있었다. 여름에는 에어콘 바람이 은근히 강한데다가 사실 의자가 모두 불편해서 오래 앉아 있기 어려운 곳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말에 잠시 들렀을 때 거의 개인 독서실처럼 짐을 펼쳐 두고 스터디를 하시는 분들이 있었고, 과외를 하시는 분들도 있었고, 중학교 시험기간에는 난리도 아니었다. 가봐야 두 시간 정도 앉아 있다가 집에 가곤 했는데, 어느날부터는 여기에서는 책을 읽으셔야지 공부나 과외를 하시지 말라는 패널이 붙어 있었다. 음, 굳이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니었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없는 것이 사실 나도 오래 앉아 있고 싶기는 했다. 다만 물리적인 환경이 그렇게 조성되어 있지 않아서 불가능했을 뿐이기는 한데,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하루 종일 있을 수가 있는지 신기할 뿐이다. 1층은 그럭저럭 조용한 편이지만 의자는 정말 불편하고, 2층은 테이블이 넓어서 괜찮은 느낌이었지만 특정 구역에서는 서라운드로 뮤직카페의 음악과 서점의 음악이 모두 혼합되어 세 종류의 음악이 한꺼번에 들려서 어지간한 집중력 아니고서야 앉아 있기는 힘들었다. 

신영증권빌딩 뮤직카페

이 곳은 운영주체가 어떻게 된 상황인지 모르겠으나 2층 반디앤루니스 한 켠으로 뮤직카페가 있고, 중간 쯤 있는 뮤직샵과 공동 운영되고 있는 희한한 공간이다. LP가 준비되어 있고 요청하면 LP를 틀어준다고 하지만 그 누구도 요청하지 않았고, 나도 해본 적은 없다. LP를 고르기만 하다가 결정을 못하고 그냥 앉았다. 뮤직샵은 주로 아이돌 음반들을 판매하고 있고, 뮤직샵에 있는 좌석도 앉으려면 뮤직카페에서 음료를 주문해야 한다. 
뮤직카페는 손님이 많지 않고 조용한 편이고 매킨토시앰프를 갖추고 있는 곳이라 적당히 들려 오는 음악소리가 참 좋다. 이름이 뮤직카페이듯이 한 마디로 음악을 듣기 위한 공간으로 만들어져 있는 것 같지만 반전은 알바생인지, 점장인지, 점원인지, 뮤직카페에서 근무중인 그 분들이 카페 안에서 제일 시끄럽다는 것이다. 손님이 많지 않을 때는 아예 테이블 하나를 차지하고 모여 앉아서 열심히 이야기를 나누신다. 
왜 남들 이야기 나누는 곳에서 공부하면서 무슨 헛소리인가 싶을 수 있다. 그러나, 나는 카페에 책을 들고 갈 때에는 일단 그곳이 모든 사람에게 열린 곳이고 일정 소음이 존재하는 곳이고 음악도 있는 곳이라는 것은 감수하고 간다. 사실 집중하다 보면 그렇게 크게 신경쓰이지도 않을 뿐더러 여러 사람이 쓰는 공간이니 소음은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일반적인 카페와 달리 음악을 집중해서 들을 수 있게 만들어진 카페에서 음악을 들으러 온 손님은 아랑곳하지 않고 수다삼매경인 분들은 신경이 좀 쓰였다. 다시 찾아갈 일이 있어도 꺼려 지게 되는 편이었다. 너무 빡빡한 공부에 지쳐저 잠깐 여유 부리고 싶을 때 잠깐 가는데, 훌륭한 사운드 시스템이 점원들의 수다에 빛이 바래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집중할 필요가 있을 때는 도서관에 가지만, 동네에 있는 시립 도서관은 삭막했다. 중학생 때부터 시험기간이면 다니던 곳이었는데, 판교 도서관 다니다가 동네에 돌아오니, 예전 도서관이 얼마나 낙후되었는지 자연스럽게 깨닫게 되었고, 환기도 환풍도 잘 안되고 식당에 라면도 없었다. 라면이라도 있었으면 다닐 수 있었을까? 그보다는 시립 도서관에 가는 길이 거리로나 교통편으로나 애매한 편이었다. 버스로는 겨우 두 정거장 거리지만, 나머지 한 정거장 반 정도는 걸어야 하는 애매한 여정이라 길을 나설때마다 고민에 빠진다. 그래서 집에서 쉽게 빠르게 닿을 수 있는 공간을 찾다 보니 여의도 전경련 회관 바로 뒤에 있는 여의도 디지털 도서관과 큐브카페를 찾게 되었다. 

큐브카페 

큐브카페는 돈이 많이 드는 것 빼고 다 좋았다. 건물 15층에 있고, 창가쪽으로는 시원하게 철길과 주변 도로, 하늘을 볼 수 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시시각각 변해가는 하늘을 보며 공부할 수 있다는 것이 나에겐 큰 장점이었다. 다만 창가 좌석은 오후에는 자리가 없을 때가 많아서 반드시 일찍 가야 한다. 디큐브와 붙어 있어서 점심이나 저녁은 현대백화점 식당가를 이용할 수 있으니 맛있는 음식을 다양하게 먹을 수 있어 좋지만 한 번 내려갔다가 잘 못하면 쇼핑의 나락으로 빠지는 수가 있어서 조심해야 했다. 게다가 시간 단위로 요금을 계산하니 점심 저녁시간을 최소화해야 해서 마음이 바빠지기는 한다. 그 덕분에 화장실 가는 시간도 아까울 정도로 집중할 수 있어서 좋긴 했다. 최대한 짧은 시간 동안 초집중할 수 있는 공간이었다. 분위기도 너무 조용하지도 시끄럽지도 않아 딱 적당했다. 

사진은 없지만, 동네 독서실에도 한 달 정도 다녔는데, 그런 유료 독서실은 평생 처음 가 보는 곳이었는데 볼펜 딸각 소리 마저 눈치 볼 정도로 쥐죽은 듯이 고요한 곳이었다. 공부하는 사람이 없어서 그랬었는지 모두 눈으로만 글을 읽는 것인지 심하게 조용해서 숨이 막히고 갑갑한 느낌이었다. 아무리 휴게 공간 인테리어 잘해 놓아도 소용없다. 생각보다 공기도 좋지 않았고, 독서실을 다닐 때 쯤에는 아이패드로 문서를 확인할 일이 많았었는데, 아이패드에 독서실등이 다이렉트로 반사되어서 매우 불편했다. 한 달 겨우 잠깐씩 저녁에 가서 책 보고 연장은 하지 않았다. 숨막히고 공기 불편한 곳보다는 큐브카페가 훨씬 나았다.

큐브카페 창가

역시, 큐브카페 창가

큐브카페에 돈을 쓰다 보니 찾아보면 저렴한 곳이 있지 않겠나 싶어서 찾게 된 것이 여의도에 있는 디지털 도서관과 노량진에 있는 독서실들이었다. 

여의도 디지털 도서관

디지털 도서관은 별도의 회원 관리가 없었다. 개방된 공간이었고 1층에는 어린이 도서관과 카페가 있고, 2층에는 열람실이 있었는데 디지털 도서관이다 보니 반 정도는 컴퓨터와 DVD등 다양한 매체들을 관람할 수 있는 공간이었다. 
문제는 2층에 컴퓨터가 같이 있어서 그런 것인지 나만 유별난 것인지 공기가 텁텁해서 집중이 되지 않았다. 개방되고 소음이 있는 공간에서도 어지간하면 집중할 수 있는 편인데, 이 곳은 조금 달랐다. 눈이 자꾸 감기고 답답한 느낌이 많이 들었는데, 처음에는 날이 덥고 에어콘이 신통치 않아서 그런가 보다 싶어서 1층으로 내려갔는데 1층 공기는 시원하고 적당했는지 책을 잘 볼 수 있었다. 그리고나서는 가을이 되어 선선하니까 여름보다는 상쾌하겠지 싶어 찾아갔는데 역시나 힘들었다. 2층 공간은 적응할 수 있는 공간이 아니었다. 

1층 카페는 트여있어 전망이 좋지만, 창가 좌석은 높은 의자라 오래 있을 수는 없었다.

​노량진 리얼타임

얼마만의 노량진인가, 큐브카페보다 시간당 가격이 저렴하고 접근성도 좋아서 딱 한 번 시도해 보았다. 공간디자인이 우수하다는 것을 내세우고 있고, 스터디카페 내부에서 커피와 간단한 베이커리를 판매하고 있다. 시간당 가격은 큐브카페보다 저렴하지만 시간당으로 사용하는 경우 공부할 수 있는 공간이 제한되는데, 제한된 구역의 공간은 의자가 대부분 편하지 않았다. 삼십분 쯤 앉아 있다가 결국은 일결제로 바꿔서 자리를 잡았다. 일결제해서 앉을 수 있는 공간의 의자는 괜찮기는 했는데 바깥 공간보다 인구밀도가 높다고 해야 하나 좌석이 조밀하게 배치된 느낌이었다. 다같이 빡세게 공부하는 느낌이 들어서 좋기는 했는데 일결제를 하면 그래도 최소한 열시간 정도는 앉아서 공부해 줘야 할 것 같은 느낌이라 마음이 무거워서 더 갈 수 없었다. 

브리오슈도레

디지털 도서관은 일요일에 먹을 수 있는 메뉴가 매우 한정적이다. 토요일에는 다른 일정이 있어서 부득이하게 일요일에 가는데, 일요일은 주변 식당이 대부분 문을 닫아서 카페에 준비된 김치쌀국수 정도나 중국집에서만 식사를 해야 했다. 그래서 주변에 뭔가 더 없을까 하며 찾아 본 것이 브리오슈도레였다. 프랑스 브랜드이고 서울에 오픈한 지 얼마 안된 베이커리 카페인데 여의도역에 바로 있었다. 특히나 2층 공간은 여유롭고 한가하고 밝고 트이고, 커피가 맛이 없는 것 빼고는 괜찮았다. 특히 빵은 모든 종류가 다 맛있고, 소파와 테이블은 정말 딱 원하던 규격인지라 편하게 앉아서 마음껏 책을 볼 수 있었다. 서둘러 가면 모닝셋트를 먹을 수 있는데 정말 맛있었다. 이걸 왜 이제야 알았나 싶을 정도인데다가, 아침을 굶고 나와도 될 것 같았다. 

다만 처음에 갔을 때는 음악때문에 약간 혼란스러운 마음이 있었다. 프랑스 빵집이라고 하기에는 어울리지 않는 괴러블한 팝이 흘러나오는데 이게 그냥 막무가내 선정된 느낌이기도 하고, 딱히 주제가 있어 보이지도 않으면서 메이저 느낌도 아니라 한 곡 한 곡 지날 때마다 물음표가 동동 떴었다. 최근 들어 마지막으로 방문한 날은 너무나 당연한 오, 샹젤리제!가 흘러 나오고 있었는데 어찌나 반갑던지, 이렇게 구태의연하고 어찌보면 고지식한 선곡이라 할 수도 있을 법한 음악이었는데 기뻤다. 그냥 기뻤다. 주말에 조카들 데리고 브런치 먹으러 들러도 좋을 곳이다. 

이건 뭐 공부가 아니고 그냥 한량짓이라고 보아도 좋을 정도이지만, 동네에서 아주 잠깐씩 들렀던 곳들은 오월의종X카페리브레와 던킨도너츠정도인데, 카페리브레는 평일에 시간있을 때나 괜찮지 주말에는 언감생심 자리도 없고 무엇보다 워낙 공간 자체가 울림이 있는 곳인데 주말 소음은 상상을 초월하기 때문에 초강력정신상태가 아니고서야 책을 들고 갈 수는 없다. 평일에는 선곡도 편안하고 혼잡하지 않고 좋다. 오월의 종에서 빵도 사 먹을 수 있어서 더 좋다. 

던킨도너츠는 사실 이 동네를 찾는 사람들이 잘 모르는 외진 곳에 있어서 주말 오후에도 늘 자리가 있고, 날씨 좋은 날 야외 테이블에 앉아서 책을 보는 호사를 누릴 수 있는 곳이다. 늦잠을 자고 너무나 제정신이 돌아 오지 않지만 뭐라도 한 글자 보고 싶을 때 앉아서 잠을 깨려고 노력해 보는 공간이었다고 할 수 있다. 

교육학 수업 중에 추천을 받았던 펜 중 귀에 쏙 들어왔 던 것은 아크로볼과 제트스트림이었다. 원래 유니 시그노XD로 결정했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중성펜이 안된다는 규정은 없지만 된다고 규정된 펜은 흑색 유성펜이기 때문에 엄격하게 말하면 안되는 펜이라 문제를 삼자면 충분히 문제가 될 수 있으니 그냥 유성펜으로 준비하라시는 말씀에 울며 겨자먹기로 일단 원래 가지고 있던 제트스트림을 꺼내 들었다. 

마음에 쏙 들지는 않았다. 가격대를 높여 보면 저중심 설계펜이 있고, 무게중심이 잡히고 펜대가 적당히 굵기가 있는 멀티펜이어야 손에 무리가 덜 간다고 하시는 말에 혹하여 폭풍검색을 했고, 퓨어몰트 멀티펜과 아크로볼을 구매했다. 시험장에서 무슨일이 생길 지 모르니 여유분으로 반드시 세 자루는 준비해야 한대서 여분의 볼펜심도 함께 준비했다. 아니나 다를까 주문하고 나서 다른 핑크색 볼펜으로 필기 하던 중에 난데없이 볼이 빠지는 불상사가 생겼다. 정말 세 자루 필요한 것​이다. 

아는 내용은 아는대로 모르는 내용은 모르는 대로 줄창 논술 쓰는 연습을 하니 손가락이 남아나지 않는다. 세네시간 손으로 글을 쓰다 보면 아프지 않은 곳이 없었다. 새로 구매한 아크로볼은 잘 써지기는 하지만 펜대가 가늘어서 까렌다쉬 볼펜과 마찬가지로 두번째 손가락의 바깥쪽이 너무 아팠다. 전체적으로 관절은 다 아프지만 특히 더 아픈 느낌이어서 결국 멀티펜을 썼는데, 멀티펜 쓸 때도 0.5를 쓸 지, 0.38을 쓸 지 고민되서 볼펜심은 두 가지를 준비하고 두 가지를 혼합해서 썼는데, 0.5가 굵지 않냐는 생각이 늘 있었는데 막상 시험장 답안지에 0.5가 괜찮았다. 1교시에 쓰고나서 괜찮아서 계속 0.5를 사용했다. 오히려 답안지에 얇은 유성볼펜은 힘이 없어 보이는 느낌이었다. 

끝날 것 같지 않은 공부를 얼추 끝내 놓고 이제는 시험이라는 것이 있었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 전설같은 시험을 보고야 말았다. 어떤 의미의 전설이었나, 폭설 첫눈이 내린 전설의 시험이었나, 2초만 더 생각해도 답을 쓸 수 있었는데 오답을 쓰고 나와서 고배를 마시는 전설이었나, 내년이나 되야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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