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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직장인 점심 : 얼티밋 얼큰 쌀국수를 찾아서, 미미쌀국수

d0u0p 2020. 11. 17.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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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원하고 깔끔한 국물의 양지 쌀국수라면 당연히 사무실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하노이의 아침에 가서 작은 사이즈의 쌀국수를 먹으면 되는데 쌀쌀한 바람이 부는 날에는 어김없이 나타나는 얼큰하고 매콤한 쌀국수에 대한 염원을 해소할 길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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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직장인 점심 : 고마운 하노이의 아침

장도 위도 좋지 않은 상태지만 쌀쌀한 날씨 덕에 따끈한 국물이 필요했고 그나마 쌀국수는 매운 칠리만 넣지 않는다면 속 편하게 먹을 수 있을 것 같아서 하노이의 아침에 가기로 했다. 7,500원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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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콤하고 얼큰 쌀국수라면 떠오르는 맛집이 두 군데 있지만 둘 다 여의도가 아닌 다른 곳에 있다. 

좌 : 르번미 토마토해산물쌀국수 / 우 : 포하노이 퍼깝쌈떼

김포 현대 아울렛에 있는 르번미의 얼큰한 쌀국수가 먹고 싶어서 일부러 김포에 가고, 포 하노이의 얼큰한 쌀국수가 먹고 싶을 때에는 파주 신세계 아울렛까지 찾아 갔었다. 포하노이는 여의도 IFC몰에도 있다는 것을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서 문을 닫고 말았고, 신세계 아울렛도 역시 식당 리뉴얼을 하면서 매장이 사라져서 그 맛있는 마늘 후레이크와 보드라운 어묵이 올라간 얼큰한 해물 쌀국수를 다시는 먹을 수 없었다. 종로에 또 다른 포하노이가 있다지만 종로까지 쌀국수만 먹으러 일부러 갈 일이 없다. 아울렛은 쇼핑도 하고 바람도 쐴 수 있으니 맛있는 쌀국수까지 먹고 올 겸 겸사 겸사 마음먹고 다녀올 수 있지만 복닥거리는 종로까지 일부러 찾아갔다가 쌀국수 한 그릇 먹고 붐비는 버스를 타고 집에 돌아올 생각을 하면 피곤한 기분이 먼저 앞 서 복잡한 마음이 드니 종로에 국수만 먹으러 갈 일은 없을 것 같다. 그나마 르번미는 아직 김포 아울렛에 남아 있어 다행이지만 맛있는 얼큰 쌀국수를 먹자고 일하다가 말고 김포까지 찾아갈 수는 없으니 사무실 근처에서 먹을 수 있는 얼큰 쌀국수가 없어서 못내 섭섭해하고 있던 차에 팀장님이 오랜만에 새로 생긴 쌀국수집을 추천해 주셨다. 

가기 전에 메뉴를 미리 탐색해 보니 얼큰 쌀국수가 눈에 띄었으니 아무리 거리가 멀다 해도 안가볼 수가 없었고, 그 날 따라 라멘이 더 좋다하시는 팀장님을 채근하여 정반대 방향인 미미쌀국수에 가보기로 했다. 저렴하고 양이 많은 집이라길래 캐주얼한 식당이라면 고수 없이 밋밋하게 먹어야 하는 쌀국수집일지도 모르겠다며 걱정도 했는데 출입문 메뉴판에 적힌 '고수 추가'를 보고 마음이 놓였다. 

미미쌀국수 메뉴

  • 소곱창 쌀국수 9,900원
  • 미미 쌀국수 6,900원
  • 얼큰 쌀국수 7,900원
  • 특왕갈비 쌀국수 10,900원
  • 얼큰 특 왕갈비 쌀국수 11,900원
  • 숙주 또는 면사리 추가 1,000원
  • 고기 추가 2,000원

지극히 개인 취향이겠으나, 고수가 없는 집은 쌀국수 집 목록에 넣어 주고 싶지 않다. 붉은 국물 위에 새하얀 양파와 싱그러운 초록 고수를 푸짐하게 얹었을 때 비로소 완벽한 한 그릇이 만들어진다. 르번미나 포하노이는 해물이 들어간 쌀국수인 반면에 미미쌀국수는 고기가 들어 있었다. 푸짐한 고기에서 고기 잡내가 전혀 없지는 않았지만 고수가 있어 괜찮았고, 얼큰한 국물이라 또 괜찮았다. 

미미쌀국수의 얼큰쌀국수

매운 맛을 좋아하지 않으시는 팀장님은 기본인 미미 쌀국수를 드셨는데, 아마도 나라면 얼큰하지 않은 기본 메뉴는 먹을 일이 없을 것 같다. 하노이의 아침과 달리 국물에 기름도 동동 떠 있었고 기름 냄새도 솔솔 풍겨서 그 옛날 엄마마마님이 끓여 주시던 기름 뜬 소고기 국이 생각났다. 그 기름 냄새 역시 개인 취향인데, 크면서 소고기를 넣어 끓인 국이라면 양지머리로 끓인 맑은 국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 때부터는 양지로 끓인 국을 좋아했으니 그런 내 입에는 '하노이의 아침'에서 먹는 쌀국수가 입에 더 잘 맞을 수 밖에 없다. 

뿌옇고 흐리지만 이 분은 코엑스에서 쌀국수 먹고 나왔을 때 만난 연예가중계 촬영중이신 '고수'님 (뜬금없지만 갑자기 생각나서 꺼내 보았다)

얼큰 쌀국수는 정말 고수가 살렸다. 아마도 고수가 없었다면 아무리 매콤해도 고기냄새가 솔솔 나는 고기를 함께 맛있게 먹기가 힘들었을 것 같다. 음식을 가져다 주시면서 양파에 대해 뭐라고 하신 것 같기는 한데 마스크 때문에 무슨 내용인지 제대로 듣지 못했고, 내가 받은 쟁반 위에 양파가 한 접시 있길래 신나게 내 그릇에 다 털어 넣었더니 옆 테이블에 전달하시면서 나눠 드시라 하셔서 당황했다. 다행히 팀장님은 양파를 특별히 더 넣어 드시는 분은 아니라 혼자 맛있게 잘 먹었지만 고기와 고기 냄새가 가득한 기본 쌀국수를 드시던 팀장님은 반 쯤 드셨을 무렵 단무지를 찾으셨지만 단무지 역시 기타 반찬으로 준비되어 있지 않았으니 또 당황했다. 그래서 대부분 단무지 없이도 먹기 쉬운 얼큰쌀국수를 드시는 것일지도 모른다. 

메뉴판에서 사리와 함께 고기나 숙주를 추가할 수 있다는 것도 의아하기는 했었는데 막상 그릇을 받아 보니 숙주의 양이 부족했다. 쌀국수를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는 면만큼 가득 들어 있는 숙주가 몸에도 좋고 맛도 좋고 포만감을 느끼는데도 좋으니 탄수화물을 덜 섭취할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한데 숙주를 추가해야 다른 쌀국수집과 비슷한 수준만큼 숙주를 먹을 수 있으니 추가요금을 내고 숙주를 추가하고 나면 다른 쌀국수집의 가격과 크게 차이도 나지 않으니 단무지도 없는 캐주얼 식당이라고 정의내리기에는 석연치 않은 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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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직장인 점심 : 바쁘지 않았지만 바빴던 홍콩 쌀국수, 남기분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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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으면서 내내 르번미의 해물 쌀국수에 들어 있던 토마토가 이 그릇에 들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먹었다. 진짜 너무 옛날 일이지만 일천구백구십칠년에 베트남에 처음 갔을 때 토마토국을 먹어 보게 되었는데 쇼킹하기도 했지만 입에 잘 맞아서 맛있게 먹었고, 르번미의 쌀국수에도 토마토가 들어 있어서 너무 좋아하는 것이고, 심지어 토마토가 메인인 남기분면의 토마토면도 팀장님 때문에 못 먹을 뿐인 나는 얼큰 쌀국수 국물에 토마토가 둥둥 떠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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