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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직장인 점심 : 바쁘지 않았지만 바빴던 홍콩 쌀국수, 남기분면

d0u0p 2019. 8. 1.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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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찌감치 열한시 사십분 쯤 디스트릭트 와이 지하에 도착했는데, 그 모던눌랑인지 하는 중국집은 제발 한 번만 가보자 결심하고 가 보았으나 예약이 아니면 자리가 없다고 또 퇴짜를 맞았다. 그래, 내가 꼭 다음 주에는 예약을 하고 가서 먹겠노라 결심하고 바로 옆에 있는 홍콩씩 쌀국수집인 남기분면에 갔다. 팀장님은 홍콩에서 이미 먹어 본 면이고, 느끼해서 맛이 없을 것이라고 저어하셨지만 개의치 아니하고 반강제로 모시고 갔다. 

원래 다른 베트남 쌀국수집이 있었는데, 딱 한 번 가 보았으나 특별히 좋지도 나쁘지도 않아서 잊고 지내던 장소였는데 얼마 전에 지나다가 새로운 식당으로 바뀐 것을 보게 되었고 가뜩이나 요즘 근처에 계속 홍콩식 면요리집이 생기고 있기도 하고 오며 가며 볼 때 마다 손님이 꽤 많길래 무슨 맛이려나 궁금하기도 했는데 딱, 홍콩식 면은 아니지만 홍콩에 있는 운남식 쌀국수집이라고 하니 그 또한 호기심을 자극하는 곳이었던 터라 꼭 한 번은 가 보고 싶었던 곳이었다. 

우리는 토마토면에 스프링롤을 추가하고, 차오미엔을 주문하였다. 

키오스크를 통해 주문을 하고 번호표를 들고 있다가 음식이 나오면 가져다 먹고, 그대로 다시 식판에 담아 반납을 하게 되어 있는 시스템이었는데, 키오스크 주문은 별 탈 없었고 전체 메뉴 중에 토핑으로 올릴 수 있는 메뉴 몇 가지는 국수를 선택하고 나면 나타나서 그 때에만 선택해서 넣을 수 있었다. 그 옛날 베트남에서 먹었던 토마토국을 생각하며 토마토미엔을 호기롭게 선택해 보았고, 선택 토핑으로 일반적인 스프링롤을 생각하고 주문해 보았는데 스프링롤의 맛에는 오류가 있었다. 내 입맛의 오류인지 인지의 오류인지 모르겠으나 일단 베트남 쌀국수집에서 흔히 먹는 스프링롤을 생각하고 주문했는데 전혀 다른 맛이었던 데다가 원래 중국 음식에서 선택적으로 먹을 수 있는 어묵류는 왠만하면 잘 먹지 않는데 그 어묵류와 비슷한 느낌의 맛이었고, 심지어 뭔지 모를 향신료가 약간 더 가미되어 있는 상태라서 두 입 베어 물고 먹지 않았다. 일단 중국산 식재료 중 갈아서 뭉쳐서 만들어낸 그 무엇인가는 그 안에 어떤 상태의 어떤 재료를 갈아 넣었는지 먹는 사람은 절대 알 수 없는 미지의 세계이기 때문에 함부로 먹으면 안되는 음식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잘 먹지 않는 것이고, 게다가 이 스프링롤에서는 오래된 생선 냄새일법한 냄새에 희미하게 향신료가 범벅이 되어 있었기 때문에 먹고 죽지는 않을지라도 탈이 날 수도 있고, 탈 나고 후회하느니 그냥 안먹는것이 나을 것 같아서 내려 놓게 되었다. 

이 시그니처 스프링롤이 내려 놓은 그 스프링롤일까?

볶음면은 홍콩에는 없고 한국에서만 맛 볼 수 있는 메뉴로 분류되어 있었는데, 정말 예전 예전에 명동에 수챠오면이라고, 홍콩식 볶음면을 잘하는 집이 있어서 자주 다녔었고, 그 집의 그 볶음면과 비슷한 맛이겠지 상상해 보았는데 많이 달랐다. 예전의 그 수차오면이 먹고 싶다. 베이스는 이 차오미엔과 거의 비슷하지만, 그 때 그 요리는 면을 일단 삶은 것을 튀겨내듯이 한 번 바삭하게 만들고 나서 다시 양념과 드라이하게 볶아낸 것이었다. 심지어 이 차오미엔은 볶았다고 하기에는 국물이 흥건해서 싫었다.  

자리에 앉아 음식이 나오기를 기다리는 동안 둘러보다 보니 다 드신 분들이 자리를 뜨실 때, 트레이를 반납하지 않으시고 그냥 가시는 경우가 있었다. 키오스크로 주문을 받으니 홀에는 정리하는 사람이 당연히 없고, 퇴식구가 음식을 받는 곳 바로 옆에 있긴 한데 눈에 잘 띄이지 않는 것인지 신경쓰지 않으면 그냥 놓고 가시게 되는 것 같았다. 자리가 이미 꽉 차 있어서 다음 손님이 왔을 때 테이블에 먹고 난 식기가 그대로 있으니 다음 손님도 난감하고, 눈치만 보다 그냥 가시디고 하고, 굳이 또 주방에 가서 치워 달라 말씀하시고 앉기도 하고 번잡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었다. 한쪽에서는 맡은 테이블은 좁고, 음식 쟁반이 많아서 나중에 치울 일은 생각하지 않고 쟁반을 아예 미리 반납해 버리고 계셔서 괜히 옆에서 더 신경쓰였다. 음식이라도 빨리 나왔으면 코박고 토마토미엔 먹기 바빴을 텐데, 물리적으로 대놓고 참견할 수는 없었지만 속으로는 이렇게 참견질하느라 바빴다. 그런 식당이었다.   

그러나 토마토미엔은 정말 꿀맛이었다. 스프링롤은 뭔가 비슷한 향신료의 향이 나긴 했으나 생선 냄새가 더 강했기 때문에 내려 놓았던 것이고, 토마토면에서는 고수의 향긋함이 토마토 스프와 잘 어우러져 있었다. 이 베이스와 거의 비슷한 맛을 가진 쌀국수가 떠올랐다. 르번미의 매운 쌀국수가 매콤시원한 국물이면서 토마토맛이 나는데 정말 맛있다.

매운 맛만 덜어내면 토마토미엔과 거의 같은 맛이다. 토마토미엔 말고 마라도 있고 산라도 있어서 다 궁금한 맛인지라 여러 번 가야겠다 생각하고 있었는데, 음식이 정말 심하게 느리게 나온다. 주문도 키오스크로 받으시고 주방에서 두 분이 분주하게 식사를 만들고 계셨는데 오픈한지 삼십분도 안된 시간에 이미 만석이었고, 음식을 받은 테이블이 몇 테이블 없었고, 우리는 거의 만석을 채우며 자리에 앉았으니 우리의 메뉴는 거의 꼬래비로 나왔으며, 분주하게 뭔가 하고는 계시는 것 같아서 뭐라 할 수는 없었지만, 정말 빨리 하고 계신건가 의문이 들 수 밖에 없었다. 열두시를 훨씬 넘겨서 겨우 면을 받아서 먹고 나왔으니, 자주 가보기로 마음을 먹는다쳐도 테이블 회전률이 이런 상황이라면 버리는 시간이 너무 많아지니까 주저하게 될 것 같다.  

일단은 아울렛에 있는 르번미에 한 번 다녀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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