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님이 계시지 않는 날, 혼자 실컷 꼬막비빔밥을 먹겠다며 연안식당에 찾아갔는데 그동안 못 보던 새로운 메뉴들이 많이 생겼고 그 중 1인 물회를 주문해 보았다. 여름이니까 물회다. 그러고보니 솜씨에 물회 모밀이었나 비슷한 메뉴가 있다는 것이 생각났고, 한 주 지나서 용기를 내어 솜씨에도 다녀왔다.
KBS별관 근처의 연안식당은 항상은 아니지만 대체로 붐비지 않아서 어렵지 않게 자리에 앉을 수 있어서 좋다. 게다가 1인 물회라니, 오돌오돌한 멍게와 신선한 해물을 꼬독 꼬독 씹는 맛이 시원하고 좋았다. 굳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부분은 오이와 당근이 뻣뻣했다는 것이랄까, 두껍게 썰었다고 다 이런 상태이진 않을 것 같은데 수분이 없어서 그런지 아삭한 느낌이 아닌 딱딱한 느낌이라 오이와 당근이 매우 좋아하는 채소임에도 불구하고 씹을 때 거슬리는 느낌이 있어서 별로였다.
물회를 먹고, 혼자 실컷 꼬막비빔밥은 못먹어서 또 다른 팀장님의 부재를 틈타 한 번 더 가서 꼬막비빔밥을 먹었다. 먹으면서 또 옆에 붙은 새로운 메뉴 꽃게살 비빔밥이나 멍게 비빔밥 설명에 눈을 못 떼고 벽에 붙은 비빔면 메뉴들에 시선을 빼앗긴 채 밥을 먹었다. 이번엔 팀장님 계실 때 같이 가서 또 가서 다른 메뉴를 먹어 봐야 겠다.
여유롭게 착석할 수 있는 연안식당과 달리 솜씨는 마음 먹고 나서지 않으면 예약 손님에 밀리거나, 대기에 밀려서 포기하게 될 가능성이 큰 곳이라 단단히 결심을 하고 솜씨의 물회를 먹어 보고 싶다며 팀장님을 뫼시고 점심 시간보다 훨씬 이른 시간에 나섰다. 열한시 반에 오픈하고 나면 대부분 만석이 되고, 열 두시 근처에는 자리가 없어서 테이블이 한 번 회전하기를 기다려야 한다.
물회 메뉴는 한 가지는 아니었고, 성게였나 멍게였나 메뉴를 미처 확인하지 못해서 기억이 가물가물한데 일단 여러 가지 중 소고기 육회가 들어 있다는 점심 메뉴 물회를 주문하고, 팀장님은 고르고 고르신 끝에 아보카도 명란 비빔밥을 주문했다. 팀장님 입맛에는 아주 나이스한 식당은 아니다. 된장은 약간 짠 느낌이라 하셨고, 해산물을 아주 좋아하시는 것도 아니고, 메뉴를 선택하는 과정 자체가 험란했다. 빼고 고르고 넣고 빼고 해서 선택한 것이 아보카도 명란 비빔밥이지만 사실 이것도 내가 대신 선택해 드린 것이나 다름 없다. 그러면 이제 솜씨도 팀장님 안 계실 때 혼자 가야겠다.
소고기 물회는 정말 의외로 소고기 육회가 너무 맛있어서 좋았다. 애매하게 문어나 다른 해산물과 따로 노는 맛이라는 느낌도 있었고 곁들여져 나오는 채소와도 전체적인 조화를 이뤄서 환상적인 맛이라거나 그렇진 않았는데 육회는 정말 맛있었다. 다른 포스팅에서도 늘 강조아닌 강조했던 것처럼 단 맛이 강조된 맛이라거나, 소고기 특유의 기름냄새가 나서 싫다고 했던 그런 육회와는 전혀 달랐다. 확실히 맛이 있었다.
그리고 메뉴를 두 가지 시켜서 번갈아 먹었는데 여기에서 약간 애매했던 느낌이 한 가지 더 있었다. 따로 따로 하나씩 먹을 때는 괜찮았는데, 아보카도 명란 비빔밥을 한 입 먹고 육회물회를 먹을 때 명란비빔밥이 가지고 있는 쌉싸름한 맛이 조금 더 강해지는 느낌이었다.
이 물회의 소고기 육회로 보아 소고기 육회 비빔밥도 맛있을텐데, 팀장님은 연어도 안 드시고, 육회도 안 드시고, 성게도 안 드시고, 파 마늘 당근도 안드시고, 미나리나 고수도 안드시고, 매운 것도 못 드시고, 된장찌개는 짜다 하시고, 에잇, 이런 만두쟁이 팀장님! 반반 나눠 먹기 좋아하시는 팀장님과는 밥 먹기 힘든 곳이다. 다음에 혼자 몰래 성게인지 멍게인지 물회 메밀 먹으러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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