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 년 전에 여의도로 출근할 무렵에 꽤 자주 갔던 식당이었는데 돌아와서 다시 출근하기 시작하면서 팀장님께 물어보니 아마도 없어졌을 것이라며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단정지어 말씀하시는 바람에 팀장님 말씀을 믿고 지레짐작으로 덩달아 이제는 없겠지 생각하고 말았던 가정식 백반집이다.
무엇보다 단단하지만 달콤한 감칠맛이 있는 장조림이 너무 반가웠고 버섯볶음이며 계란찜, 고등어 조림 모두 십 년 넘게 같은 맛을 내고 있었다. 신기하게도 까맣게 잊고 지냈었는데 입에 넣으니 하나 하나 기억이 살아났다. 메뉴 고민하고 싶지 않고 그냥 단지 밥, 집에서 먹는 밥이 먹고 싶을 때 찾아가면 딱 좋은 곳이다.
비슷한 유형의 식당을 굳이 찾아 보자면 역시 십 년 전에 다니던 수라가 있다. 전라도식 밥상을 강조하시는 수라도 기본적으로 반찬을 깔아 주시고 조기구이를 함께 주신다. 조기구이 좋아하시는 그 시절 다른 팀 팀장님과 꽤 자주 갔던 곳이라 생각났을 때 한 번 다녀 왔다.
다른 건 몰라도 조기가 작지만 맛이 있다. 다른 반찬 구성때문인지 성하보다는 밋밋한 인상이 들었는데 지금 보니 너무 집밥같아서 그럴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엄마마마님이 평소에 기본으로 차려 주시는 반찬들과 너무 흡사하다. 성하도 집에서 먹는 밥 반찬이기는 마찬가지이지만 고등어 조림 말고도 두부, 달걀, 버섯 같은 단백질 반찬이 다양해서 그런지 골고루 맛 있는 반찬이 많다는 느낌이고, 수라에서는 조기 말고는 아침에 먹었던 반찬 또 먹는 것 같아서 젓가락질이 소심해질 수 밖에 없었다. 보통 집에서 그 날 그 날 한 가지씩만 이벤트로 만들어 내어주실 법한 장조림, 두부조림, 계란찜 등을 한 꺼번에 먹을 수 있다는 것이 성하의 매력포인트인 것 같다.
두 집 모두 팀장님이 돈 주고 사 먹기 싫어하시는 미역국이 나오는데, 맛은 약간 차이가 있다. 성하의 미역국이 기름도 더 넣고 조금 더 뽀얗게 오래 끓인 풍부한 맛이라 마음에 든다. 미역국에 밥 먹고 싶을 때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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