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더 이상 어깨와 팔을 이대로 방치할 수 없다며 한의원에 가서 침과 부항을 뜨기 시작했는데 한의원 가는 시간과 점심시간이 맞물려서 근처 식당에서 간단히 해결해 보겠다고 다녀도 보고, 내가 하루에 스무 방씩 어깨에 침을 꽂고 피를 뽑는데 잘 먹어야겠다며 멀리도 다녀 보고 했는데, 이게 왠 일인지 너도 나도 배달 주문과 포장 주문을 하고 계셔서 그 어느 곳엘 가도 기다리지 않는 곳이 없었다. 그 중 제일 바쁘고 오래 기다렸던 곳이 마녀김밥이었다.
1. 대기 시간 30분, 혼돈의 카오스 마녀김밥
정말 가벼운 마음으로 김밥 한 줄 사러 갔다가 30분 기다렸다. 이미 매장 내에는 배달의 역군님들이 세 분 쯤 기다리고 계셨고 포장된 김밥들이 카운터 뒷 쪽으로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는데 나는 30분 후에나 김밥을 겨우 받을 수 있었다. 그냥 앱으로 주문하고 다른 일 보다가 편히 나올것을, 애초에 가벼운 마음 따위를 가지고 제로페이를 쓰겠다고 직접 주문하러 간 내 잘못이다.
언제부터인지 키오스크로 주문할 수 있게 시스템이 만들어져 있었는데 이 키오스크에서는 제로페이 결제가 불가능했고 직접 주문해야 하는데, 언제나 늘 그랬지만 역시나 주문받는 알바님은 전화 주문 받느라 바쁘고, 픽업 오신 분들 응대하느라 바빠서 기다려야 했다. 카운터에서 계산하고 주문받고, 따로 전화 주문받고, 메뉴 다시 내오고, 확인하고, 점심 시간이면 정말 정신이 하나도 없다. 전화 주문이라도 다른 분이 받아 주시던지, 아예 앱으로만 받으시던지, 뭔가 방법을 달리하지 않으신다면 새로 오신 이 분도 얼마 못 가 울면서 집에 가실 것 같아 안쓰럽고 불안하다.
사실 점심 시간이 되기 한참 전에 찾아 갔던 것이라 이렇게까지 오래 걸릴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것이었는데, 주문하고 나서 열한시가 넘어가자 마자 앱 주문이 사정없이 밀려 들어 왔다. 배달 역군님들도 하나 둘 계속 더 들어 오시고, 내 주문은 언제 나오냐, 나왔냐, 서로 확인하느라 난리 북새통이었는데 중간에 어느 손님이 직접 전화를 해서 이미 주문했던 건에다가 추가 주문을 하는 바람에 추가 주문분을 새로 만들어서 넣어 나가야 하는 상황인데 배달하실 분이 이미 대기중이었고, 추가 주문분을 새로 만들어 넣으려면 이미 다른 주문건을 처리중이니 그 밀린 주문건을 처리해야 하고 그 이후에 추가 주문분을 넣게 되면 이미 대기중이시던 분은 대기 시간이 더 길어져서 다른 주문을 못 받거나, 미리 받아뒀던 주문이 함께 밀리거나 해 버리는 쓰나미가 발생하는 상황을 본의아니게 목격하게 되었다. 나름 흥미진진했다.
그러다가 정신 차려 보니 다들 주문 번호로 순서를 확인하고 김밥을 받아가고 있었는데, 제로페이로 결제한 나에게는 영수증도 주지 않았고 주문 번호도 알려 주지 않아서 내 순서를 알 수가 없었다. 주문번호를 확인해 달라고 요청하니 또 한참 정신없이 헤매이다 번호를 알려 주셨는데 이미 10분은 넘게 기다린 상황에서 아직도 10분은 넘게 더 기다려야 나올까 말까한 상황임을 알게 되었다. 제로페이 7프로 할인 그게 뭐라고 내가 김밥 한 줄 사는데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었지만 이미 엎어진 물이니 기다릴 수 밖에 없었다. 근 30분이 되어갈 때 쯤 새로 오신 배달 역군님께서 험악한 소리를 섞어가시며 왜 음식이 안나오냐고 알바님에게 성화를 부리시는데, 들어 오신지 5분도 안되신 분이 여기 25분 이상 기다린 손님 앞에서 저럴 일인가 부아가 치밀기 시작했다. 그 분은 심지어 특정 업체의 유니폼도 착용중이셨다. 내적 정체성은 모르겠지만 자신의 외적 정체성이 버젓이 드러난 상황에서 굳이 스스로를 깎아내리는 행동을 서슴없이 할 수 있는 용기는 어디에서 나왔을까, 주문번호도 내 다음 번호였다. 알바님은 곧 울 것 같았다. 조리실에도 사람이 꽤 있는 것 같아 보여서 손이 너무 모자라 보이지는 않았는데 희한하게 난리북새통이었다.
김밥을 받을 때에도 30분이나 서서 기다리고 있는 내 주문이 취소된거냐고 조리실에서 소리쳐 물었고, 매니저와 알바님 역시 무슨 소리냐는 느낌으로 당황해서 뭘 확인해야 할 지 몰라 멈칫한 사이에, 더 당황한 나는 직접 손을 들고 내 김밥이라고 알렸다. 겨우 김밥을 받아 돌아와 우걱우걱 씹으며 7퍼센트고 뭐고, 다시는 직접 주문하러 가지 않겠다 다짐했다.
2018/10/11 - [EATING] - 여의도 김밥 맛집 : 마녀김밥
떡볶이 먹고 싶은데 참고 있다.
2. 대기 시간 15분, 맛은 있는데 갈 때마다 유쾌하지 않은 브루클린 버거 조인트
버거는 나무랄 데 없이 맛이 있다. 버거가 수제인만큼 주문을 받고 넣고 다시 메뉴를 주는 과정 역시 수제라 그런가 그 과정에서 오류가 있나 보다. 저녁에 먹어서 포스팅하지 않았던 것인지 예전에 매장에서 먹었던 적이 있었는데 서버가 바로 코 앞에서 왔다 갔다 하는 바 자리임에도 불구하고 다른 버거를 받았다. 주문도 착석한 순서대로 받지 않았고, 내키는 대로 받았다.
매장에서 식사를 하려면 줄을 서야 했고, 포장 주문은 조리 시간을 감안해서 15분 정도를 기다려 달라고 하신 것 같았다. 15분이면 서서 기다리기 애매한 시간이라 근처에 있는 마호가니에 들러 음료를 사들고 왔다. 밖에서 포장을 기다리는 분들이 몇 분 계셨고 15분이 지날까 말까한 때에 누군가 나와서 버거를 안겨 주었다.
처음 포장 주문할 때 이름을 써 달라고 해서 이름을 썼고, 포장 주문 확인을 할 때 이름으로 확인을 하시는데 내게는 이름을 묻지 않으시길래 확인 안해도 되냐 물었더니, 마지막 포장 주문이고 한 분 밖에 안 계신다며 넘겨 주신 봉투가 묵직했다. 기본 브루클린 웍스 버거 단품 하나만 주문했는데 무거운 것 같아 들여다 보니 프렌치 프라이가 보이고, 버거도 한 개가 아닌 것 같아서 결국 다시 확인해야 했는데, 카운터에서도 뭐가 잘 못 됬는지 모르는 모양새였다. 생각했던 것보다는 신속하게 포장된 버거를 받아 들고 나올 수는 있었지만 정말 나한테만 이러는지, 늘 이러는지 모를 일이다.
바스 버거는 꾸밈없이 종이로 둘둘 감아 싸줘서 볼품이 없더니, 박스형 패키지라 버거 형태가 살아 있어서 자태가 고운 버거를 만날 수 있었다. 맛도 물론 좋았다. 주문 처리는 제발 정확히 해 주시면 좋겠다.
2020/09/08 - [EATING] - 여의도 직장인 점심 : 감염병 대응 2.5단계 식단, 포장하고 포장하고 또 포장하고
3. 대기 시간 25분, 권초밥
한의원에서 나와 권초밥에 도착한 시간이 열 한시 삼십 칠분이었다. 포장 주문이 너무 많아서 25분은 걸린다고 미리 말씀해 주셔서 또 마냥 서서 기다릴 수 없어 하는 수 없이 빵 쇼핑을 다녀 왔다. 앱은 사용하지 않으시지만 전화 주문은 받고 계시는 것 같으니 다음부터는 전화로 포장 주문하고 받아와야겠다.
장국은 어차피 좋아하지 않아 짐스러워서 빼달라고 했는데, 매장에서 먹을 때에는 모밀과 튀김까지 주시는데 포장된 식사에는 없었다. 실수로 빼 먹으신 것인지 원래 포장에는 안 나오는지는 알 수 없다. 초밥을 하나라도 더 주셨나 싶어서 예전에 매장에서 먹었던 메뉴를 확인해 보았는데 구성은 같다.
2020/07/30 - [EATING] - 여의도 직장인 점심 : 때아닌 초밥 바람, 권초밥과 현초밥
확실히 포장이 손해이긴 한데, 배 부르지 않아서 딱 좋았다고 하면 돌은 맞겠지만 소짜 위장인 나는 좋았다. 연어 하나만 빼고 흰 살로 주시면 진짜 너무 좋을 것 같다. 아쉽다.
이제 얼른 1단계로 돌아가 새로 생긴 칼국수집이며 이여곰탕이며 신나게 가서 점심 먹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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