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에 한 번 쯤 컵라면이나 캔커피 마실 때 들르는 편의점에서 과자를 사 먹게 되었다.
전 날 인구주택 총조사를 해치우겠다며 스마트폰을 열고 답변을 하다가 문득 괜히 시작했다며 짜증을 내다가, 이런 질문 대체 왜 하는거냐며 화를 내다가 일흔이 훌쩍 넘으신 엄마마마님이 출산 경험이 있다고 해서 앞으로 출산 계획이 있냐고 묻고, 출산 경험이 없는 독신에게는 출산 계획은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괴이한 상황을 꾹 참고 견디며 마지막 질문까지 마쳤더니 다음 날 경품이 당첨되었다며 편의점 모바일 상품권이 날아 왔다. 참는 자에게 복이 있다더니, 사람은 끈기가 있어야 한다.
문제는 모바일 상품권의 유효기한이 한 달이고 유효기간 연장도 안되고 환불도 안된다고 하니 그 안에 편의점에 부지런히 다녀야 한다. 그래서 부득불 편의점 나들이에 나섰는데 사무실 근처 GS25는 규모가 작으니 쇼핑하기 쉽지 않았다. 다행히 과자 진열대에서 마지막 하나 남은 초코츄러스 맛 꼬북칩 한 봉지를 발견해 들고 오기는 했는데, 꼬북칩도 사실 처음 먹어 보는 상황이라 뭐 초코향이 피어 오르는 달콤하고 파삭한 과자인 건 알겠는데, 다섯 개 쯤 집어 먹으니 더 먹고 싶지 않았다. 잼 없는 엄마손 파이 초코 버전이라고 치면 조금 비슷한 느낌일 것 같기는 한데, 짠 과자를 좋아하는 나에게는 별 감흥이 없었다. 단 맛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은가 싶기만 하다.
그간 궁금했던 신라면 두부김치도 들고 오기는 했는데, 신라면도 아니고 김치라면도 아닌 애매한 맛이었고, 두부 식감이 부드럽게 느껴지는 것만 신기했다. 욕심 부려서 세 개를 들고 와서 하나를 먹고 두 개나 남았는데 유통기한 안에 먹어 치우면 다행이다. 안 먹고 굴리다가 기한을 훌쩍 넘길 가능성이 크다. 그냥 신라면이 낫지 않나?
계산할 때 여쭤보니 꼬북칩은 찾는 사람만 찾아서 그렇게 동나는 편은 아니라 하셨지만, 주말에 들어올 거라 하셨는데 화요일 쯤 다시 들러보니 꼬북칩 칸만 텅 비어 있었다. 뭔 맛인지 아니까 이제 비어 있어도 괜찮다.
남은 잔액으로 매일 캔커피나 부지런히 마셔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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