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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직장인 점심 : 파스타의 알덴테는 포장하면 안되는 걸 알덴테?

d0u0p 2020. 9. 28.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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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당한 알덴테로 삶아도 들고 와서 여는 순간 이미 면은 푹 익어있을 것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매일 김밥만 먹을 수는 없어서 파스타에 도전해 보았다. 이제는 그놈의 알덴테가 뭐라고 그냥 대충 먹기로 한다. 이탈리아에서 십 년 넘게 살던 친구도 푹 삶은 면을 좋아하는 거 보면 다 취향 차이일 뿐이긴 한데 약간 덜 삶아져서 꼬독하게 씹히는 정도를 좋아하는 나같은  사람도 있기는 있으니 포장용 파스타는 1분만이라도 면을 덜 삶아 주시면 정말 감사할 것 같다. 

닥터로빈의 파스타는 여전히 건강한 단 맛을 자랑하고 있었다. 토마토 소스임에도 불구하고 반 이상 먹었을 때 쯤에는 소스에서 단 맛이 강하게 느껴졌다. 브랜드의 자랑인 단 맛을 뿜어내고 있다는 느낌이 정말 나만의 착각인지 궁금하다. 그 시럽을 분명히 넣었을 것 같다. 양파도 충분히 들어갔는데 굳이 또 단 시럽을 넣었나 곰곰히 생각해 보았으나 이유야 어찌되었든 단 맛이 싫다. 

막 테이블 위에 펼쳐 놓았을 때 뜨끈뜨끈함이 살아 있는 상태였으니 면이 부드럽게 푹 익지 않았을 수가 없었다. 전체적으로 느껴지는 단 맛 빼고는 기본적으로 채소의 상태가 너무 좋아서 맛이 있었다. 맵단짠 소스에 양파가 가득 들어 있을 때 추가적으로 들어가는 과한 양의 양파는 별로라고 생각하지만, 토마토소스와는 별개로 파스타에 들어있는 양파 본연의 맛이 좋아서 깜짝 놀랐다. 양파가 이렇게 맛있는 채소였나 다시 보게 되었다. 토실한 베이컨과 마늘, 뭐 다 좋았다. 단 맛 빼고는 다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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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장하지 않고 매장에서 먹었을 때보다 양이 조금 더 많은 느낌 또한 착각일지 모르겠으나, 애매하게 많았다. 그렇다고 너무 많지는 않았으니까 포장 용기에 대비해서 많아 보였을 수는 있다. 답답하고 우중충한 사무실 내 휴게실에서 앉아 먹는 것보다 깔끔하게 정리된 테이블에서 창 밖을 바라보며 먹었을 때가 확실히 더 좋았다. 봉골레 파스타를 먹어봐야겠다. 설마 봉골레에서도 단 맛이 느껴질까 궁금하다. 정말 궁금해서 먹어봐야겠다. 

그리고 지난 번에 스테이크 덮밥을 잘 먹고 왔던 팔레토 역시 파스타 메뉴가 있어서 혹시 포장이 가능한지 궁금해서 찾아갔더니 의외로 포장이 가능해서 신이 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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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장은 생각해 본 적이 없었는데 의외로 한 두 가지 정도만 제외하면 대부분의 메뉴가 포장이 가능하다고 하셨다. 다만 이미 점심 시간이 한창인 때라 주문 처리에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무척 난감해 하시기는 했다. 어차피 기다리는 일은 이제 이력이 났으니 30분 정도는 문제가 없었고, 게다가 팔레토는 바로 옆이 반디앤루니스라서 예상 소요 시간인 20분 쯤 기다리는 일은 일도 아니었다. 오히려 생각보다 음식이 빨리 나왔다는 느낌이 들었다. 각종 수채화 서적을 훑고 있었는데 미처 다 못 열어 보고 파스타를 받으러 가야했다. 

토실토실한 왕바지락이 푸짐한 봉골레였다. 크림소스를 좋아했다면 토시살 버섯 크림 파스타를 먹었을 것 같은데, 막상 메뉴를 들여다 보니 애매했다. 토마토 소스 베이스의 라구 파스타가 좋은데 라구는 저녁에만 가능한 메뉴인데다가, 토마토 소스가 들어 있는 메뉴는 두 가지밖에 없고 해물이라서 아쉬웠다. 아라비아따가 있었으면 두 번 생각도 안했을 것 같은 거 보면, 내가 좋아하는 파스타는 매콤한 토마토 소스와 구운 베이컨과 마늘 맛이 강한 아라비아따인 것이 확실한데 아라비아따는 메뉴에 없다. 라구라도 점심에 먹을 수 있으면 좋겠는데 라구는 소스 만드는데 시간이 필요해서 그런 것일까, 아쉽다. 

봉골레를 처음 열었을 때 육수라고 해야 마땅할 법한 국물이 아랫쪽에 깔려 있었고 면 위에는 올리브오일이 끼얹어진 상태였는데, 잘 섞지 않고 윗 부분 면을 먼저 집어 먹다가 아차싶었다. 그래도 포장 그릇 자체가 비좁아서 모든 재료를 위 아래로 섞기는 어려워서 적당히 비벼가며 먹어야 했다. 양질의 파스타를 들고 와서 먹을 수 있다며 뿌듯한 마음이 들기도 했었는데, 바지락 해캄 상태가 아주 좋지는 않아서 곧 시들해지기는 했다. 

팔레토는 고기가 진리인가, 턱 상태가 괜찮았으면 스테이크 덮밥을 먹었을텐데 아쉽다. 다음 주에는 고기 메뉴 먹어야겠다, 토시살 크림 파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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