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ATING

여의도 한가한 브런치 : 세상의 모든 아침

d0u0p 2020. 1. 30.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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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4/14 - [EATING] - [회식] 사대부곳간을 마지막으로 뷔페는 그만

 

[회식] 사대부곳간을 마지막으로 뷔페는 그만

분기 마감 기념 회식으로 그동안 언제 가 볼라나 기다렸던 사대부집 곳간에 갈 수 있었다. 이제 뷔페 끊어야지, 살 많이 쪄서 힘들다. 뷔페 가서 한 번에 다섯끼 먹는 것 처럼 먹고 배부른 느낌도 별로 좋아하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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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대부집 곳간에 실망한 이후로 바로 옆에 있는 세상의 모든 아침도 그저 그렇겠지 미루어짐작하고 있었다가, 새 해가 되고 연말부터 질질 끌던 바쁜 프로젝트도 드디러 마무리 되었으니 홀가분한 마음으로 먹부림 허세를 부리고 싶어 친구들들 소환하여 다녀왔다.

그래도 브런치 식당이니까 늦잠도 자고 느긋하게 식사하겠다며 휴가까지 냈는데, 아쉽게도 창가 자리 예약은 할 수 없었다. 일정을 바삐 정하느라 바로 전 날 전화를 했는데 예약은 이미 마감되었다고 했고 식당으로 직접 가서 대기하면 자리가 나는 대로 앉을 수는 있다 하여 어차피 휴가도 냈으니 가서 기다려 보기로 했다. 

에그베네딕트 23,000원

본격적인 점심 시간이 시작되는 시간 보다는 약간 이른 열 한시에 도착하니 창가 자리는 예약석이라 앉을 수는 없어도 안 쪽 자리는 넉넉하게 있었고, 안 쪽에 앉는다고 창 쪽 자리에 막혀 바깥이 전혀 안보이는 그런 구조는 아니라서 환하게 밝은 아침 햇살을 온전히 느끼며 식사하는 데에는 문제가 없었다. 

휴가라고 전 날 늦게까지 신나게 놀아 오히려 피곤한 아침이어서 햇살에 정신이 어지러울 정도로 밝은 곳이었다. 전혀 모르고 있었던 내용은 식사 시간이 두 시간으로 정해져 있다는 것이었고, 혹시나 좀 넉넉한 여유를 주실까 기대했으나 두 시간 쯤 지나니 칼같이 내쳐졌다. 디저트 메뉴도 있는데 식사와 디저트를 두 시간 이내에 모두 마쳐야 한다니 야박하게 느껴졌다. 

부라타 & 보코치니 샐러드 22,000원 

오랜만에 부라타 치즈를 메뉴에서 보고 기쁘게 주문했다. 예전에 오세득 쉐프의 삼성동 레스토랑에서 한 번 우연히 먹어보고는 고소한 맛이 너무 좋아 기억하고 있었다. 큰 덩어리가 부라타 치즈이고 작은 덩어리가 보코치니인데 둘 다 모짜렐라의 변형 치즈라고 보면 되는 것 같다. 보코치니는 이 쪽 저 쪽 다 찾아 보아도 정확하지는 않지만 작은 관 모양의 파스타 보코치니(bocconcini)와 사이즈와 모양이 비슷한 모짜렐라 치즈를 보코치니 모짜렐라라고 통칭하는 것 같고, 부라타는 고소한 크림치즈를 단단한 모짜렐라로 만두처럼 감싸서 만들어 놓은 것이라고 하는데, 일단 안에 들어 있는 크림치즈가 정말 고소하다. 굳이 내가 알고 있는 맛과 비유하자면 싱하목장 매일우유나 장기 보존이 가능한 매일유업의 팩우유의 고소한 느낌이랄까 그 느낌과 비슷하다. 

부라타 치즈에 꽂힌 나머지 샐러드 접시 안에 보이는 치즈는 전부 부라타일 것이라고 생각하고 친구에게 부라타 치즈가 맛있다고 자신있게 권하며 먹어 보니 너무 평범한 모짜렐라 치즈 맛이라서 당황했다. 부랴부랴 큰 덩어리를 다시 나누어 먹어 보니 기억 속의 그 부라타 치즈 맛이었다.  

봉골레 파스타 24,000원

에그 베네딕트는 식기 전에 먹었어야 하는데 지각 친구 기다리느라 한 김 식어서 맛이 없기도 했고, 의외로 가운데 끼워져 있던 해시 브라운 포테이토가 거슬렸다. 베이컨이 아니라 평범한 햄인 것도 심기가 불편했는데 해시 포테이토라니, 생 햄과 튀긴 감자라니 이게 어울리는 맛인가 싶었다. 다행히 봉골레 파스타가 정말 맛이 있었다. 오랜만에 맛있다고 느껴지는 파스타를 집 밖에서 먹을 수 있어서 기뻤다. 다른 파스타들도 궁금하게 만드는 맛이었다. 다른 테이블에서는 대체로 큰 꽃게가 올려진 로제 파스타를 많이들 드시는 것 같았는데 로제도 불편한 꽃게도 심드렁했던 우리는 봉골레를 주문했고  적어도 나는 봉골레 하나로 모든 것을 다 용서할 수 있는 너그러운 마음이 되었다. 예약하기 힘든 것도, 미세 먼지 뿌연 하늘도, 두 시간 안에 내 쫓겨야 하는 것도, 맛 없는 에그 베네딕트도 다 용서할 수 있다. 

망고 자몽 후르츠 소다 9,000원

식사를 마치고 음료를 주문했는데 기억나는 게 별로 없다. 메뉴판에 후르츠 소다가 예쁘게 그려져 있어서 후르츠 소다를 일단 주문했는데 라임레몬과 망고자몽, 크랜베리 중 크랜베리를 선택했더니 지금은 안판다고 했다. '크랜베리는 안 파는데요.'라고 했다. 안 파는 걸 왜 메뉴판에 적어 놓으셨냐고 화를 낼 수는 없으니 망고 자몽으로 바꿨다. 뭐, 말실수 할 수 있다. 젊은 남자 서버였으니 애초에 기대치가 낮았다. 이제는 그러려니, 내 조카도 아르바이트할 때 저러겠거니 한다. 후르츠 소다는 달지 않아서 상큼하게 잘 마시기는 했는데, 시간 인심 짠 것 만큼 커피 인심도 짰다. 비좁은 머그에 담겨진 커피는 무성의함 그 자체였다. 

전망은 식사값에 포함

전망값이 그렇게 비싼 것인가, 같은 층에 커피 전문점이 있었더라면 반드시 자리를 옮겼겠지만 눌러 앉아 맛 없는 커피를 받아 마시고 나니 커피가 더 맛이 없었다. 커피는 꼭 다른 데 가서 마셔야겠다. 

조만간 팀장님이랑 파스타 먹으러 다시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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