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적대는 타임스퀘어에서 유일하게 여유 넘치는 공간이라 정말 사랑해 마지 않았던 던킨도넛이 사라지고 그 자리에 중국집이 들어선다고 해서 기분이 좋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던킨 도넛 야외 테이블에 앉아 있었을 때에도 사실 더는 못 갈 것 같다는 생각을 하기는 했었지만 이렇게 적극적인 변화를 맞이하게 될 줄은 그 때는 모르고 있었더랬다.
주차장으로 오가는 자동차들 외에는 한적한 공간이었던 야외 테이블 좌석에 언제부터인지 구걸하시는 아저씨들이 생겨났고, 그 때 당시 새로 문을 연 아웃백 스테이크하우스에서 연신 스테이크를 구워대는 연기가 어떻게 된 일인지 바깥 공기 중에 가득해서 일시적인 배관 문제가 아니라 이런 상태가 계속 된다면 야외 테이블에 앉는 일은 더 이상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며 짐을 싸들고 일어섰는데, 그 때가 정말 마지막이었던 것이다.
새로 생겼다는 중국집은 영어가 쏼라쏼라 섞여 있어서 얼핏 보고는 팀장님이 별로라고 했던 IFC몰의 차알과 같은 곳이라고 착각했다. 게다가 두 군데 모두 미쿡 스타일 프랜차이즈 중식 레스토랑이니까 헛갈릴 법도 하지 않을까 싶었다.
2020/01/13 - [EATING] - 여의도 직장인 비싼 점심 : 보리굴비 무끼
이미 지난 주에 갑자기 보리굴비로 가볍게 회식을 했지만 이번 주에는 원래 예정했던 대로 또 회식을 해야 한다 하시길래 날을 잡았는데 그 날 역시 이런 저런 이유로 변경이 되면서 선뜻 추운 날씨에 먼 걸음이 떨어지지 않아 부득불 팀장님을 꼬드겨 가까운 곳의 새로운 식당으로 찾아 낸 것이 피에프 창이었다.
차알은 짜기만 하고 별로였다는 팀장님 말씀에 같은 식당인 줄 알고 관심 밖에 두었었는데 알고 보니 전혀 다른 식당이었고, 메뉴를 보니 또 몇 가지는 맛있어 보이기도 하고 집 근처니까 나중에 가족들과 가기에는 어떨지도 궁금하니 겸사겸사 가보고 싶다고 졸랐다.
시그니처 정식도 있었지만 배 부르게 먹고 싶지 않은 날이었고, 적당히 메인 메뉴 두 개 쯤 가볍게 먹고 새로 생긴 콜렉티보의 산딸기 라떼를 후식으로 먹고 싶었는데 타임스퀘어에 들어서서 피에프 창 쪽으로 가다 보니 이 광고판을 캡처해 오면 무료로 치킨 레터스 랩을 드린다는 광고판을 만났으니 당연히 캡처를 하고, 메뉴는 결국 세 가지가 되고 말았다.
로 메인 같은 양념된 볶음 국수를 원래 좋아하는데 일식 주점이나 가야 야끼소바 정도 먹을 수 있지 요즘에는 이런 스타일의 볶음 국수 먹기가 쉽지 않다. 로 메인이라는 메뉴를 마지막으로 먹었던 것이 20년 전일 수도 있다. 명동에 있는 셀렉 다이닝이라고 하기에는 거창한 푸드코트와 학교 뒷 골목 베트남 요리가 유명했던 식당 로 메인이 맛있어서 자주 먹었었는데 그 이후에는 기억이 없다.
로 메인은 과거의 기억이 훅 살아날만큼 너무 맛있지는 않았고 그냥 적당했다. 채소가 더 푸짐했으면 좋았을 것 같다. 피에프 창의 시그니처 메뉴 중 하나라는 쪽파가 가득 올라간 몽골리안 비프는 밥에 얹어 먹기 딱 좋았다. 문제는 메뉴 세 가지가 다 비슷한 인상의 맛이라 열심히 먹다 보니 질리기도 했다.
다행히 달라는대로 양상추를 추가해 주시는 레터스랩 덕분에 상큼하게 입가심하면서 식사를 할 수 있었다. 양상추가 없었으면 피클만으로는 힘든 식사였을 수도 있다.
블로그 찾아 보면 다른 나라에서 유명하고 어쩌고 하지만 일단 나는 잘 모르겠고, 미쿡식 식당답게 넓고 높은 천장을 가진 식당은 마음에 들었지만 미쿡식 음식답게 짜기는 짰다. 아침 점심으로 나트륨 반찬 충분히 먹는 한국 사람 입에는 좀 짜기는 했다. 밥 많이 먹게 된다.
위장 컨디션만 좋았으면 랍스터 빨간 탕에 도전했을 것 같은데 그 랍스터 발라 먹어야 하면 괴로울 것 같기도 하고 빨간 맛이 얼마나 빨간 맛일지 가늠이 안되서 무섭기도 해서 이번엔 건너 뛰고 간장간장한 무난한 음식들로 먹었다.
집에서 배달 앱 열어보니 몇 가지 메뉴는 배달도 가능하다. 설 연휴에 한 번 특별식으로 새우 요리 중 골라서 도전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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