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서비스, 새로운 시도는 모두 환영한다. 그런 마음으로 기꺼이 커피 한 잔을 주문했는데, 이 쓴 커피를 받는데에 30분이 넘게 걸렸다. 매장 특성상 주문하는 카운터가 있는 매장 안 쪽 테이블 말고도 바깥 쪽에도 앉을 수 있는 좌석이 있어서 일단 자리를 잡고 앉아서 주문을 하러 가려는데 테이블에 붙어 있는 큐알 코드에 시선을 빼앗겼다.
해 보라는데 해 봐야지, 나는 처음이 두렵지 않은 고객님이니까 호기롭게 큐알을 스캔하고 시도해 보았다. 그간 모았던 해피 머니를 쓸 데 없는 벅스버니 타월을 우여곡절 끝에 사는 데 털어 쓰고 나서는 더 이상 쓸 일이 없을 거라며 지웠던 해피포인트 앱을 다시 다운받아야 했다. 뭐 어려운 일이겠는가, 일단 받아놓고 보니 아이디와 비밀번호가 가물가물 기억이 나지 않아서 소셜 미디어 연동 찬스를 썼다. 간단하게 로그인이 가능했지만, 간단한 인증 방식으로 해피오더는 사용할 수 없는 서비스였다. 결국 원래 가입되어 있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기억을 더듬어 내어 찾아 로그인을 했고, 지금 앉아 있는 매장을 찾아 커피를 주문을 하겠다고 메뉴를 한참 들여다 보았다.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 주문할 작정이었는데, 아무리 찾아도 커피는 있고, 아이스 옵션도 없고 아이스 아메리카노도 보이지 않았다. 지금 앱에서 확인하면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있다. 그러나 지난 주 토요일에는 분명히 없었다.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주문하고 싶었지만 찾다 찾다 못 찾아서 어차피 냉방이 시원하게 되고 있는 상황이니 그냥 아메리카노도 괜찮겠다 판단하고 그냥 아메리카노를 주문했다.
접수중이니까 기다리면 알림이 온다고 해서 기다렸다. 40분까지는 신경쓰지 않고 기다렸다. 주문 카운터에 손님이 많기도 했고, 원래 표시된 시간보다 충분히 더 걸릴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기다렸다. 그러나, 주문한지 30분이 다 되가는 시간이 될 때 쯤에는 의심이 시작되었다. 이게 정말 주문이 들어 갔을까 궁금해서 결국 카운터에 가서 물었다.
주문 받고 계시는 분에게 이 주문이 접수가 되었는지 확인하고 싶다 하니 휴대폰을 들고 다른 분에게 가져 간다. (이건 다른 얘기지만 휴대폰은 사적 영역인데 서비스하시는 분들이 제발 채가지 않았으면 좋겠다. 사적 영역이기도 하고 개인 소지품 중 가장 더러운 물건이기도 하다.) 메뉴를 열심히 준비하시던 다른 분이 내용을 보시더니 당황하는 낯빛이 역력했고, 이 주문 들어 왔다고 말씀하시며 무언가 누르셨다.
주문이 들어 왔다고 하는데 뭐라고 하겠는가, 알겠다고 하고 돌아 서는데 이런 알림이 왔다. 아마 그 분이 지금 주문 확인 버튼을 눌러 처리하셨으리라 짐작이 되고, 아마도 주문은 주문한 시점에 들어 갔겠지만, 주문이 들어 온 것을 확인한 시간은 카운터로 찾아간 그 시간이었을 것이다.
화낼 일은 아니고, 이 과정 중에서 짜증이 났던 부분은, 아직 서비스 초기이고 주문을 미처 확인하지 못했을 법한 상황에서 그냥 죄송하다, 확인하지 못했다, 빨리 해 드리겠다 정도 대응하셨으면 아, 그렇구나 했을 것 같은데, 능청스럽게 주문이 들어왔다며 내가 보는 데에서 버튼을 누르고 있었다는 것이다. 주문 미처 확인 못 했다고 하면 내가 잡아 먹을 것도 아닌데, 왜 실수를 실수라고 인정하지 않고 사과하지 않는가, 여기서 예전의 그 대책없는 알바생이 떠오르면서 캐릭터가 겹치는 느낌을 받고 있는 것은 정말 개인적인 감상일까, 언제쯤 쿨하게 사과하는 어른이 될 수 있을지 궁금하다.
2018/04/26 - [USING] - 나는 스타벅스의 진상 고객이었다.
커피는 알림이 울리고 금방 나왔다. 아마 주문을 일찍 확인했다 해도 그 시간 쯤 받았을 수도 있다. 주문을 받았다고 미리 알려 줬더라면 불안한 마음에 카운터에 찾아가지는 않았을 것 같은데, 30분이 되도록 확인하지 못하고 알려주지 않은 것은 잘못은 잘못이다.
커피를 받아 한 모금 마실 때, 미스터리 쇼퍼가 되기라도 한 기분으로 확인할 내용이 하나 더 있다는 걸 깨달았다. 주문하는 단계에서 옵션으로 "연하게"를 설정할 수 있게 되어 있어서, 오후 늦은 시간이니 잘 되었다 싶어서 연하게를 체크해서 주문했는데, 어디 보자 하는 마음으로 한 모금했는데 역시 그렇다. 옵션 따위 확인도 하지 않았다.
다시 카운터로 돌아가 연하게라고 주문을 넣었다 하니 전표를 확인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한다. 그건 내 입장에서는 납득이 되는 답이 아니었다. 이미 전표를 확인할 수 없는 그들도 당황한 상태라 그렇게 말은 했지만, 그 상황에 처한 자체를 부담스러워 하고 있었고, 커피는 곧 다시 연하게 바꿔 받을 수 있었다.
시스템이 문제일 수도 있고, 서비스 초기라 혼란스러울 수도 있고, 문제야 뭐 어디에서 어떻게든 발생할 수 있다. 그냥 제발 당당하고 쿨하게 잘 못 했다고 해 주면 좋겠다. 빌면서 하는 사과를 말하는 게 아니라, 커피 까이꺼 얼마나 한다고 그냥 다시 내려 주면 되고, 실수도 할 수 있으니 안한 걸 한 척하지 말고, 한 걸 안했다고 발뺌하지 말고, 그냥 실수했다고 말해 주면 좋겠다. 착오가 있었다고만 해도 괜찮다, 그럴 수 있다고 응할 수 있는데 왜 아닌 척은 해서 심란하게 만드는지 모르겠다.
이번 주에는 조금 달라졌는지 확인이라도 하러 가야 하겠지만 매장이 진짜 너무 소란스러워서 당분간은 갈 일이 없을 것 같아 아쉽다.
'EATING'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여의도 직장인 점심 : 은 아니고, 디저트 자몽에이드 (0) | 2019.07.30 |
---|---|
여의도 직장인 점심 : 이런 맛있는 메뉴가 있다고 아무도 알려 주지 않았던 아이앰베이글 (0) | 2019.07.28 |
여름 만두 보신, 익선동 창화당 (0) | 2019.07.20 |
여의도 직장인 점심 : 아비꼬 (1) | 2019.07.18 |
탄산수와 함께하는 2019 여름 커피 (0) | 2019.07.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