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라도 만두를 먹지 아니하면 입안에 가시가 돋힐 일은 없지만, 당분간 만두를 먹지 않겠다던 결연한 의지는 오간데 없고 창화당 김치 만두 앞에서 굴복하고야 말았다. 한 주가 지난 지금도 다시 사진을 보며 침을 꼴깍거리고 있다.
여유있는 저녁 시간에 서점이나 갈까 해서 광화문으로 나섰는데, 서점가다 말고 일단 배부터 채우자고 익선동에 먼저 들렀고, 설마 아직도 많이 기다려야 하나 걱정하며 가 보았는데 예전보다 훨씬 여유롭게 오래 기다리지 않고 들어가 앉을 수 있어서 기뻤다. 줄이 많이 줄어든 대신 외국어 메뉴가 생겨났고, 실제로도 옆에 자리잡고 앉아 먹고 있었고, 심지어 새로운 메뉴로 트러플 지짐 만두가 보였다.
이름과 비주얼로 미루어 보았을 때 뭐, 치즈와 트러플이 들어가지 않았겠나 미루어 짐작할 수 있었는데 별도로 한 접시 시켜 먹기는 두려워 만두는 일단 모둠 만두로 주문했다. 다행히 모둠에 트러플 지짐 만두가 하나 들어 있어서 맛을 볼 수 있었는데, 맛만 보기를 잘 했다. 부드럽고 약간은 단 맛이 느껴지는 정도였는데, 서양 사람들에게는 라비올리와 비슷한 느낌을 줄 것 같아 좋겠지만, 김치 만두 러버인 나에게는 느끼한 맛이었다. 김치 만두로만 주문하고 싶은 마음이 늘 간절하지만 김치만두 단품은 늘 품절이라 또 그렇겠거니 하고 확인도 하지 않고 모둠을 주문해 먹었다. 실컷 배불리 먹고 나와서야 메뉴를 다시 자세히 확인하게 되었는데 메뉴판에는 모둠만두만 표기되어 있는 걸 보면 만두는 이제 모둠만 주문할 수 있는 것 같다.어차피 김치 만두 한 판을 양껏 먹을 수는 없는것인가 보다.
주저 없이 먹던 메뉴가 맛있어서 먹던 메뉴를 그대로 주문해 놓고 먹으면서, 새로운 메뉴인 트러플 지짐 만두를 신기해하다가 다른 테이블에선 어떤 메뉴를 먹는지 궁금해서 둘러 보니 짜장 떡볶이를 많이들 드시는 것 같다. 생각도 안해본 메뉴였는데, 언제 생겼는지 짜장 떡볶이가 생겼나보다. 게다가 메뉴에는 심지어 떡볶이보다 더 맵다고 표시되어 있다.
익숙한 몇몇 가게를 빼고는 골목에 있던 상점들이 반 정도는 바뀐 것 같다. 지나던 길에 초록의 중정이 있는 카페를 보면서 어떤 곳인지 궁금해 하며 골목을 돌아 나왔다. 원래 있었던 곳일까? 짜장떡볶이를 먹으러 한 번 더 가야겠다고 마음 먹었는데, 열두달 메뉴도 좋아 보인다.
두 번 더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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