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RITING

인스타그램에서 마케터가 큰소리 떵떵 치던 모나미 FX 153

d0u0p 2019. 5. 31.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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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나미153 / 아크로볼 / 제트스트림 SXR-600 /  Pilot D1 Refill

광고를 해도 곱게 할 것이지 모나미에서 인스타그램으로 마케팅 활동을 열심히 하는데 어느 날 신제품 FX153을 심기를 불편하게 광고하길래 뭐라도 나아졌나, 이렇게나 자신만만하게 광고하는 볼펜이 어떤가 궁금해서 써 보기로 했다. 게다가 최근에 유투브에 조터 볼펜과 만년필 영상을 올려 보았는더니, 의외로 파카 조터의 인기를 실감하게 되었고, 넘의 나라 필기도구 말고 우리나라를 빛낼 만한 필기도구가 있다면 영상을 만들어 함께 올리는 것도 좋을 것 같으니 겸사 겸사 일단 모나미 볼펜을 구매하기로 했다. 사무실 근처에 반디앤루니스가 있고 문구코너가 있지만, 그 반디앤루니스는 갈 때마다 원하는 문구를 찾을 수 없어서 거의 늘 빈 손으로 돌아왔다. 하는 수 없이 온라인 구매를 하는 경우가 허다했으므로 모나미 찾기는 시도도 하지 않고 온라인으로 찾기로 했다. 구매하려고 찾아 보니 삼일절 백주년 기념 한정판이 있어서 더 잘되었다 싶어 즐거운 마음으로 주문하였다. 

태극기에 사용되는 색으로 구성되었나보다. 오래 두고 사용하기에는 그립 부분의 흰색이 부담스럽고, 이미 꼬질꼬질해졌다. 

호기심이 발동했다. 국제 규격 리필심과 바꿔 쓸 수 있을까 궁금해서 꺼내 보았는데 사이즈가 거의 비슷해서 옳다구나 하고 심을 바꿔 보았다. 지난 번에 파카 조터의 큉크를 꺼내고 다른 리필심을 넣을 때 이미 홈을 잘 맞춰 넣지 않으면 오작동이 발생한다는 것을 깨달았으니, 모나미 리필심도 조심스럽게 잘 맞춰 넣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동이 잘 되지 않았다.

2019/03/11 - [WRITING] - 밋밋한 까렌다쉬 골리앗심과 뻑뻑한 파카 조터 큉크 플로우 심 표준 규격 제트스트림 볼펜심으로 교체하기

 

밋밋한 까렌다쉬 골리앗심과 뻑뻑한 파카 조터 큉크 플로우 심 표준 규격 제트스트림 볼펜심으로 교체하기

교체한 아크로볼과 제트스트림 리필심이 다 마음에 들어서 열심히 쓰다 보니 잊고 지냈던 파카조터와 까렌다쉬849 볼펜의 아쉬웠던 필기감이 생각났고, 설마 그 두 펜에 사용하는 리필심을 교체할 수 있는 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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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작동이 되길래 쓰기 시작했는데 쓰다 보니 어느 순간 볼펜심이 안으로 다시 들어가지 않았다. 지금 다시 해 봐도 마찬가지 상태인데, 아무리 봐도 유격이며 사이즈가 거의 표준 규격과 동일한데 왜 작동이 안되는지는 모르겠다. 그리고 이 정도로 비슷하게 만들거면 제대로 표준 규격 표시도 하고, 표준 규격으로 만들어도 될 것 같은데, 모나미 당최 그 회사의 속사정을 알 수가 없다. 

그리하여 볼펜심은 원복하고, 시필을 해 보기로 했다. 몇 글자 적을 때는 부드럽게 잘 써지고 좋았다. 

모나미 FX153 0.7

0.7인것도 좋고 부드럽게 써 지는 것도 좋았다. 그러나, (급하게 써 보느라) 글씨가 예쁘게 잘 써지지는 않았지만 써 놓은 글씨들을 보면 군데 군데 잉크가 뭉텅이로 뭉쳐진 곳이 눈에 띄였다. 오리지날 모나미에서 볼 수 있는 똥만큼은 아니지만 다른 외산 볼펜 저리가라할만큼 흐름이 훌륭하게 개선되었고 각고의 노력 끝에 만들어 내었으니 자신만만하게 이제 너희는 모나미를 써야 한다며 의기양양하게 마케팅할 정도는 아닌 것 같다. 작은 부분이지만 필기 후 전체 이미지를 봤을 때 글자들의 굵기가 균일하지 않은 부분이 눈에 들어 와서 안그래도 고르지 않은 글씨가 더 들쑥날쑥해 보인다. 고르게 정성들여 다시 써볼까? 

일단 다른 볼펜을 꺼내 들고 같은 문장을 쓰기 시작했다. 

아크로볼 0.5

아크로볼이 원래 잘 미끄러지는 타입이지만 모나미 FX153보다는 덜했다. FX153은 많이 미끄러운 느낌이어서 아마도 시험볼 때 쓰는 컴퓨터용 답안지에 필기하면 좍좍 미끄러져서 더 조심스러울 것 같은 느낌도 있다. 볼이 미끄러지는 타입이나 심의 굵기, 펜대를 쥐는 방법에 따라 쓰기 글씨체가 약간씩 달라지는데, 내가 달인이 아니라서 쥘 때마다 같은 글씨를 쓸 수도 없고 그 때 그 때 쥐고 있는 펜에 따라 편한 자세로 바꿔 쓰다 보면 글자 모양이 바뀌어 간다. 모나미는 잘 미끄러지니까 죽죽 쓰는게 편하고 좋았는데, 덜 미끄러지는 펜을 잡으니 글씨가 점점 일어서고 있다. 그리고 이미 여러 장 쓰기로 마음먹었으므로 정말 대충 쓰려고 했는데, 희한하게 날림으로 안 써지고 본의 아니게 또박또박 써졌다. 

파이로트 D1 리필심 + 카베코 볼펜

요즘 엔젤 그립을 사용하느라 뜸하던 카베코를 꺼냈는데, 쥐었을 때 편하고 글씨도 곱게 잘 써진다. 영상도 촬영하고 싶으나 리필심과 볼펜대 사이에 유격이 있어 필기할 때 짤깍거려서 고민이다. 쓸 때에는 기계식 키보드 사용하는 맛이라고 생각하고 쓰고 있지만 영상에서 계속 짤깍거리면 괜찮을지 모르겠다. 짧은 팔각 그립인 카베코는 기울여 쓰는 것 보다 또박또박 세워 쓰는 것이 편하고 글자 모양도 잘 나오는 것 같다. 

제트스트림 SXR + 까렌다쉬 + 엔젤그립 

엔젤그립을 사용하면서부터 엄지손가락 한가운데에 더 이상 굳은살이 생기지 않게 되었다. 너무 감사한 일이고, 글씨도 적당히 잘 나오기는 하는데 쥘 때 어색한 느낌이 여전히 있다. 눕히는 것보다 세워 쓰는 것이 편한 것 같기는 한데 자꾸 눕히고 싶은 마음이 있는 것인지 쓰는 도중에 자세가 바뀌는 것인지 글자들이 이랬다가 저랬다가 난리가 난다. 물론 의지는 한결같이 고르게 쓰고 싶기는 한데 쓰다 보면 펜따라 그립따라 그때 그때 달라지고 글씨는 늘지 않는 그런 느낌이다. 글씨를 많이 써야할 일이 있을 때 엔젤그립의 도움을 받으면 몸이 편해지기는 하지만 글자도 예쁘게 쓰는 길은 요원해 보인다. 적응하면 괜찮아질까 싶어서 일단 계속 써 보고는 있다. 필기할 때에는 글자들이 춤추고 난리났다는 생각이 드는데 막상 나중에 보면 또 괜찮아보일 때도 있는 걸 보면 아직 완벽하게 감을 못 잡은 것 같다.   

글씨를 잘썼네 못썼네를 떠나서 전체적으로 균일하고 고른 느낌은 제트스트림이 여전히 제일 좋아 보인다. 모나미에 다이렉트로  보고서라도 제출하고 싶다. 나도 국산 쓰는 애국자 되고 싶은데, 언제쯤 제대로 된 볼펜 심 만들어 주시는 걸까?

2017/06/14 - [WRITING] - 볼펜 필기감 비교 : 모나미153, 파커, BIC, 까렌다쉬

 

볼펜 필기감 비교 : 모나미153, 파커, BIC, 까렌다쉬

​ 음, 뭐 그냥 딴짓하고 싶어서 해 봅니다. 정확한 조건은 아니고 한 줄 쓰고 나서 다음 줄 쓰기 전에 10초 쯤 쉬었다 써본 결과, 잉크 색상만으로는 모나미가 참 마음에 드는데 처음 쓸 때와 쉬었다 쓸 때 잉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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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크뭉텅이를 눈감아준다 하더라도 계속 사용해 보면 여전히 답답하고 불편하다. 전에 ID153이었던가 그 고급형 볼펜 사용할 때 느낌이랑 달라진 것이 없다. 쓰다가 잠시 중단 했다가 다시 쓰려고 했을 때 잉크가 나오지 않는다. 끊기기도 한다. 촌각을 다투는 시험장에서 이 볼펜 썼다가는 속이 터져 버리고 말 것 같다. 

그냥 필기할 때에도 바로 잉크가 나오지 않으면 언제 나올지 몰라 여분의 종이에 대고 헛발질을 별도로 해주고 써야 하는 상황인데, 시험 볼 때에는 그럴 시간이 당연히 없고 잠깐 다음 문장 생각하는 사이에 잉크가 말라서 안나오는 볼펜이라니, 착잡하다. 당연히 시험장에서 못 쓴다. 

마케팅 메시지는 정확히 다음과 같다. 

 

믿으라고 경고를 하길래 믿었다. 다시는 모나미 안쓰겠다고 이런 글 쓰는 거 아니고, 진짜 각성하고 좋은 볼펜 만들어 주시기 바라는 마음으로 포스팅하는 것이다. 알겠느냐, 마케터 이노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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