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ATING

치킨을 먹으러 갔는데 홀연히 꼼장어를 먹고 홍삼음료까지 마신 건강했던 그 날

d0u0p 2019. 3. 26.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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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곤한 주말이었지만, 자양강장 가능한 메뉴로 잔뜩 먹고 원기 충만한 상태로 새벽까지 말똥 말똥 뜬 눈으로 지내야 해서 불편했던 그 날이다. 원래는 막걸리나 한 잔 하자며 약속해 두었던 날이었지만, 새롭게 등장한 궁디팡팡 방문 스케쥴로 막걸리집과는 거리가 멀어 졌고, 30분이면 된다는 말에 깜빡 속아 동행했지만, 넓디 넓은 전시장에 애묘 집사님들의 눈을 휘휘 돌아가게 할 각종 제품들이 가득 차 있어서 비록 늦게 들어 갔지만 마감 시간까지 꽉 채워 돌아 보고 나왔다. 넓디 넓다는 말은 사실 거짓말 좀 보탰다. 코엑스 전시장에 비하면 콩알만 하다. 단지 2층으로 나눠져 있을 뿐이고 오랜 만에 복닥대는 전시장에 들러서 힘들었을 뿐이다. 심지어 애묘인도 아닌 나는 양모펠트로 야옹이 궁둥이 모양으로 빚어 놓은 마그넷 장식이 너무 귀여워서 살 뻔 했다. 

전시장에서 기운이 빠진 채 나올 때, 다시 강남역으로 돌아가 막걸리를 마시는 것보다 빨리 무언가 먹고 싶을만큼 허기가 진 상태였고 바삭한 치킨이 먹고 싶었다. 친구님이 바로 양재동에 있는 옛날 치킨집을 추천하여 찾아 갔다. 

​양재동에는 학교 앞 즉석 떡볶이 먹으러 한 번 갔던 기억이 있었고, 이 근처에 유명한 영동 족발이 있다는 것 정도만 알고 있었다. 치킨집은 금시초문이었지만 믿고 따라 들어 갔다. 그러나 토요일 저녁 시간 매장에 있는 테이블은 꽤 여유가 있어 보였는데 치킨이 지금 배달과 단체 주문으로 밀려 있어서 주문하면 40분 정도를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 가벼운 다른 안주라도 있으며 앉아서 기다릴 법도 했는데, 오로지 치킨밖에 없어서 주린 배로 40분을 더 기다릴 수는 없어서 하는 수 없이 발길을 돌렸다. 

그리고는 선택한 곳이 가게 밖으로 나와 바로 건너 편에 있는 춘자싸롱이었다. 춘자 싸롱이라는 간판을 먼저 인지한 것이 아니라 크게 써 붙여 놓으신 꼼장어 메뉴가 눈에 들어 왔다. 왜 갑자기 꼼장어가 먹고 싶었을까, 우리는 그냥 정말 더 이상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꼼장어를 먹기로 했다. 

​주문하면 살아 있는 놈을 수조에서 건져 냈노라며 확인시켜 주시고 양념을 해서 초벌해서 가져다 주신다. 사실 몇 분 전까지 살아서 펄펄 뛰던 놈이 양념했다고 이렇게 숨이 죽을 수 있나 고민을 안한 건 아닌데, 옆 테이블에서 초벌을 했다 하시는 말씀을 듣고 그런가보다 하고 먹었다. 다만 내가 이 때 먹었던 꼼장어를 먹기 전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먹었던 울산의 짚불 꼼장어는 양념이 묻은 채로 쉴 새 없이 꿈틀거렸던 터라 내가 아는 꼼장어랑 다른 비주얼이라 잠깐 멈칫했을 뿐이다. 울산의 꼼장어처럼 불판에 한 가득 차려진 활력 넘치고 토실토실한 상태는 아니라 실망이었지만 장어보다 쫄깃거리는 식감이 새롭고 좋았다. 맛있게 먹었으니 되었다. 

꼼장어를 먹고 일어나 친구님과 난데없는 폭풍쇼핑을 한 뒤 이제는 으레 들르게 되는 사푼사푼에 들렀다. 정관장에서 운영하는 커피숍이라서 인삼과 홍삼을 재료로 한 음료들이 몇 가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의 커피나 일반적인 차를 마시곤 했는데 왠일인지 새로 나온 메뉴인 홍삼 딸기 에이드가 눈에 들어 와서 주문해 보았다. 홍삼 엑기스가 섞여 있는데 딸기의 맛, 향과 잘 어울리고 맛이 있다. 오히려 단 맛을 눌러 줘서 더 좋았다. 날씨 풀리면 자주 마셔도 좋을 맛이다. 

2019/03/08 - [EATING] - 여의도 직장인 점심 : 더 이상 새롭지 않은 차별화된 식재료를 사용한다는 뉴오리진

여의도에서 만났던 뉴 오리진이 새롭지 않았던 것은 사푼사푼때문이었나보다. 홍삼 음료를 그 동안 마시지 않아서 깜빡 했던 것 같다. 뉴오리진에 가서는 녹용 음료를 마셔봐야겠다. 삼청동길이 쇠락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리는데 서울에서 둘째로 잘 하는 집은 괜찮을까 궁금해지는 타이밍이다. 십전대보탕 한 잔 하고 단팥죽 좀 포장해 와야 할텐데, 동묘 나들이 가는 날 들러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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