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모르는 낙지집이 있다니 궁금해서 확인을 해야 했다. 밥 블레스 유에서 이영자가 배달까지 시켜서 먹던 그 낙지가 다시 또 다른 프로그램에서 나왔으니 조금 더 궁금했다. 기대가 크지 않았지만 이미 동행하신 분은 이 낙지집을 알고 계셨던 터라, 특별할 것 없는 그곳을 왜 가려고 하느냐 되물었다.
점심에는 메뉴판에 적혀 있지 않은 점심용 철판 낙지가 있다고 하는데 우리는 저녁이었고, 번거로운 철판에 볶아 먹기 보다는 기본 낙지를 먹기로 했다. 얼핏 방송에서 본 기억을 되살려 보면 산낙지가 있다는 것이었는데 기본 메뉴인 낙지 볶음도 일반 낙지와 산낙지 중 고를 수 있었지만 산낙지는 두 배 가격이니까, 당연히 조개탕도 함께 해야 하니 산낙지를 일단 포기했다. 산낙지가 아니었어도 연하고 부드럽게 잘 볶아져 나와서 특별히 산낙지를 꼭 먹어야 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았지만 내 입맛에는 유정낙지 양념이 조금 더 잘 맞았다.
2018/12/12 - [EATING] - 새로운 조건 자극, 무교동 유정낙지 본점
단맛이 조금 덜한 것은 괜찮은데, 칼칼함이 부족했다. 칼칼하다고 하기에는 약간 애매한 중간 맛이었다. 유정낙지 맛을 떠 올리니 다시 침이 고인다.
신선한 해산물의 맛을 아는 이영자님이 이 집을 좋아하는 이유는 아마도 산낙지때문이지 않을까, 유정낙지나 서린낙지, 우정낙지를 되돌아 짚어 봐도 산낙지 메뉴가 별도로 있지 않았던 것 같다. 볶음의 맛으로 충분히 만족했었으니까 굳이 낙지의 종류를 따져보지 않고 먹었고, 사실 매운 양념으로 볶아 먹는 메뉴이니 낙지 본연의 컨디션은 크게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 같다. 설마 냉동이 아니라 산낙지로 볶은 낙지볶음의 맛이 다를까 궁금하기는 하다.
가게는 역시 방송 덕에 손님이 많았다. 다행히 오래 기다리지 않고 자리에 앉아 먹고 나왔는데, 나올 때는 이미 줄이 길었다. 사실 이렇게 손님이 많은 집이 아니었던 터라 지나는 행인들도 신기해 했다. 문제의 그 골목, 종로1가 대로에서 익선동 쪽으로 들어가는 그 송해길에는 노년의 어르신들이 너나 할 것 없이 거의 늘 거나하게 취해 계시며 힘겹게 걸어 다니시는데, 그곳에 있는 그 낙지집은 그 분들이 가끔 한 잔씩 하시는 한가한 곳이었다. 가게 바로 앞에서는 '우리 저기 가서 맥주 한 잔 했는데, 맛 없지 않았냐? 왜들 줄 서 있냐?' 하는 투덜거림이 들렸고 가게 안의 점원들은 너나할 것 없이 갑자기 손님이 늘어 바빠진 탓에 피로한 기색이 역력했다. 계산하시는 사장님만 싱글벙글하셨는데 뭔가 얄미웠다. 종업원들이야 손님이 많아져서 바빠지면 힘들어지기만 하지, 바빠 힘들어진 만큼 돌아오는 보상이 없다면 그 누구든 좋은 마음으로 일하기 힘든 것이 당연하다. 싱글벙글하시던 그 분이 설마 사장님이 아닐까? 그 상황에서 그렇게 함박 웃음 지으시는 분이 사장님이 아니면 누가 사장님이겠는가, 구십구퍼센트 그 분이 사장님일 것이다. 조개탕만 제 때에 나왔어도 불편한 그들의 상황을 웃어 넘길 수 있었는데, 밥을 거의 다 먹은 시점에 조개탕의 행방을 찾으니 그제서야 겨우 얻어 먹을 수 있었다.
간단히 차 한 잔 하려고 익선동으로 향했다. 늘 사람이 붐비던 동백양과자점이 궁금하기는 해서, 사람이 너무 많으면 패스하자는 생각으로 가 보니 생각보다는 여유가 있어서 잠시 기다렸다가 자리에 앉았다. 궁금해 하기만 하고 사실 아는 거 하나 없이 차만 마시러 들어갔던 것이었는데, 브런치로 팬케이크를 주로 먹는 그런 곳이었다. 점원이 쿨하게 겨울에 나온 딸기 수플레 팬케이크 메뉴가 가격이 다르다고 설명하고 돌아서길래, 그것이 메인 메뉴인가 싶었지만 굳이 비싼 겨울 딸기로 만들어서 더 비싸다는 팬케이크를 먹으라는 건가 뭔가 의아했고, 저녁을 먹은지 30분도 안되었는데 팬케이크를 더 먹을 이유가 하나도 없었기 때문에 차와 커피만 주문했더니, 팬케이크는 안하시는거냐며 더 놀라와 하는 점원 때문에 더 놀라웠다. 그게 그렇게 놀랄 일인가? 팬케이크가 유명한지는 모르겠으나 가게에 들어와 앉아서 그 팬케이크를 안 먹으면 이상한가? 뭘 넣었는지 모르겠지만 팬케이크도 2만원, 3만원이었다. 플레인 수플레 팬케이크가 만 팔천원인데, 지금 보니 메뉴판에 1인 1메뉴 주문을 해달라고 써 있다. 아, 정말 모를 일이다. 언제 어느 때 누구와 가든 팬케이크와 음료를 각 일인당 하나씩 먹으라는 건가, 팬케이크도 하나 주문했으면 쫓겨날 뻔 했던 것이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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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딜 들어가도 까딱 잘 못하면 눈 뜨고 코 베일 곳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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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플레 팬케이크는 이니스프리 가면 만원이면 먹을 수 있는데 굳이 줄까지 서서 복닥대고 좁고 시끄러운 곳에서 먹을 일은 아닌 것 같다. 여유 부리고 한가하고 조용한 아침에 먹는 팬케이크를 저녁 늦은 시간까지 반드시 먹으라고 강요하는 가게에 또 갈 일은 없겠다. 만두는 먹으러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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