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ATING

2019 새 해 첫 달의 이상한 식사 TOP3

d0u0p 2019. 2. 7. 0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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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마라탕 맛 보려고 찾아 갔던 신주방의 궁바오지딩 덮밥
  2. 매뉴얼이 없는 신메뉴인지, 종업원이 매뉴얼을 무시한 것인지, 이해할 수 없게 서빙되었던 탐앤탐스의 칠리핫도그
  3. 밥 없이 국수만 들어 있으면 괜찮을 줄 알았던 주호가의 김치국시

세 가지 음식 모두 다 다시 울컥하게 만드는 그 특유의 맛이 생각나서 또 화가 난다.


셋 중 그나마 먹을 만 했던 메뉴는 주호가의 김치국시였다. 

2018/09/03 - [EATING] - 여의도 직장인 점심 : 주호가 김치국시국밥

예전에 밥과 함께 들어 있는 그 메뉴를 내가 이해하지 못 하는 맛이리라 짐작하고 국수만 들어 있으면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국수만 들어 있는 김치국시를 주문해 보았는데, 국수와 밥의 비율이나 조합이 문제의 근원이 아니었던 것 같다. 결정적으로 김치의 맛이 문제가 아닐까 생각도 해 보았지만, 원래 경상도 음식이 다 그런 것 아니겠냐로 귀결이 되면서 그냥 다시 먹지 않기로 했다. 처음에 맛있게 먹었던 멸치볶음도 그 이후로 다시는 본 적이 없는데다가 메뉴 구성이 전체적으로 경상도를 테마로 하는 것 같으면서도 진짜 이것이 최선이냐 싶은 느낌이 있고, 뜬금 없는 엘에이갈비를 저녁 메뉴로 내놓고 계시기는 한데 너무 의외의 구성이랄까 어색하기 짝이 없다. 모르겠다. 그냥 뭐 다시 가지 않을 생각이다. 

두 번째로 괴로웠던 메뉴는 의외의 장소에서 의외의 결과를 보여 준 탐앤탐스였다.

영화를 보러 가기 직전에 잠시 여유가 있어서 가볍게 식사와 커피를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탐앤탐스에 들어갔다. 원래 탐앤탐스는 커피보다 프레즐이 맛이 있어서 가끔 가는 곳이었는데 왜 하필 그 날은 새로운 핫도그 메뉴가 눈에 들어 왔는지 모르겠다. 극장에서 먹을 핫도그를 대신하려는 마음이 있었는지 핫도그와 커피를 주문해서 받아 들었는데 핫도그가 너무 차가왔다. 조리하는데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도 이야기했기 때문에 적당히 데워져 나오겠지 생각했고 한 입 베어 물었는데, 안 쪽 소시지가 차가운 기운이 아직 남아 있었고, 빵 역시 차가웠다. 적당히 넘어갈 수준이 아니었던 터라 카운터로 들고 가서 차갑다고 전하니 알겠다며 다시 데워 준다고 했다. 다시 데워 준다니 설마 이렇게 소스가 뿌려져서 완성된 메뉴를 한 입 베어 문 상태 그대로 다시 데워서 다시 준다는 것인가 했는데, 왜 아니겠는가, 그대로 다시 데워 나왔다. 머스터드와 케첩이 뿌려져 있던 한 입 베어 문 핫도그를 그대로 레인지에 데워서 머스터드와 케첩이 거의 탔고, 눅눅한 상태가 되었으며, 안쪽 빵은 애매하게 데워지고 소스와 뭉그러져 난리가 났다. 에효, 일단은 이 메뉴를 최상의 조건으로 만들어 내 보내는 매뉴얼이 없는 것인가 의심스러웠고, 그랬으니 덜 데워진 상태로 나왔겠지 싶었는데, 그걸 손님에게 다시 받았으면 생각이 있는 알바생이었다면 이 꼬라지로 음식을 내 주지 않았을 것이고, 생각이 없는 알바생이더라도 매장에서 서빙되는 메뉴의 마지막 컨디션은 비용을 받았으니 누군가는 책임질 수 있어야 하는데 이제 탐앤탐스는 그런 매뉴얼도 준비되어 있지 않은 무책임한 프랜차이즈가 되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프레즐을 애정했던 내 마음을 책임져 줬으면 하는 생각에 홈페이지에 짧은 글이라도 쓰고 싶었지만 홈페이지에는 시정 의견이나 바라는 바를 받는 곳은 없고 가맹점 문의나 매장 운영 문의만 받고 있다. 앞이 어두워 보이는데 제발 살아 남아 주시기 바란다. 

마지막으로 진짜 이상한 맛이라 세 숟가락만에 포기한 메뉴가 궁바오지딩 덮밥이었다.

여의도에서 마라탕을 먹을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해서 찾아 갔으니 마라탕만 맛있으면 되는 것이지만 팀장님은 마라탕을 좋아하지 않으시니까 부득불 동행신 바, 마라탕이 아닌 메뉴를 드셔야 할 것 같아서 주문해 보았는데 세상 희한한 맛을 처음 보게 되었다. 그간 수많은 중국식 닭요리를 먹어 보았지만 삶은 닭고기가 들어 있는 볶음 요리 메뉴는 처음이었다. 계산할 때 입맛에 맞았냐 물으실 때 차마 맛있었다고 시원하게 대답을 드릴 수 없어서 마음이 안 좋았다. 

혹시나 싶어 궁바오지딩 요리법을 찾아 보았다. 궁바오는 중국의 관직 명칭이고 요리가 너무 맛 있어서 나중에 붙여진 칭호라고 한다. 우리나라로 치면 '이대감 닭고기 요리'같은 그런 이름인가 보다. 중국 요리는 표기법이 대체로 일괄적이라 마지막에 붙은 '지딩'에서 재료가 무엇인지 알 수 있다. 우물 '정'자 모양으로 자른 닭이 재료이고, 궁바오지딩은 다시 보아도 중국 향신료인 화자오를 넣어 다른 야채와 '볶는' 요리인데 어째서 재료가 삶아져 나온 느낌인지 이해할 수가 없다. 뭔가 정체불명의 요리를 먹고 있는 기분이었다. 오이며 당근, 양파, 땅콩, 닭고기 등 재료는 얼추 비슷게 들어 갔는데 대번에 닭을 삶아 넣었음을 확신할 수 있었고, 밥에 올리는 소스 형태로 일부러 만든 것 같았지만 그 소스의 맛이 백이면 백, 알 수 없는 그 어딘가의 시판 소스에 물을 섞었을 법한 중국 요리의 근본을 무시한 느낌이 풀풀 나는 정체불명의 그 무엇이었다. 팀장님께는 송구스럽지만 정말 먹을 수 없었다. 채소와 닭고기를 불에 볶아야 하는데 오이, 당근조차도 삶은 느낌이 나서 참을 수가 없었다. 

마라탕을 먹은 날 저녁 버스 정류장에서 또 마라냄새를 맡았다. 여의도에서도 이제 마라탕집을 흔하게 찾아볼 수 있는 것 같다. 다른 블로그에 회자되는 피슈마라홍탕에 가 봐야겠다. 다행히 꿔바로우도 있는 것 같으니 팀장님을 설득할 수는 있을 것 같은데, 맛이 보장되지 않으니 모르겠다. 신주방 마라탕도 인생 마라탕이라고 쓰시는 분들도 있으니 더 믿음이 가지 않는다. 나의 인생 마라탕은 북경에 있다. 

2018/04/22 - [TOURING] - 북경여행 : 왕징 진짜 맛집 애정 마라탕 핵맛집

신주방 마라탕은 애정 마라탕에 가기 전 날 갔던 적당히 마라탕이란 이런 것이구나 알려주던 식당의 마라탕 맛과 비슷한 정도였다. 한국에 돌아온 올케의 말로는 한국에서 먹는 마라탕은 대부분 일본 라멘 국물과 더 비슷한 느낌이었다고 한다. 신주방 마라탕은 돈코츠 느낌은 아니었지만, 사골 느낌이 강하기는 했고 매장 벽에 사골을 우려서 만든 국물임을 자랑스럽게 표기해 두었다. 그러나 나에게는 그 사골이 문제인 것이 그 사골을 쓴다고 하는 식당 중에 정말 정직하게 사골을 제대로 쓰는 집이 드물며 뽀얀 색을 인위적으로 만들기 위해 마요네즈 및 분유를 쓰는 식당들도 많기 때문에 먹을 때마다 의심을 하지 않을 수가 없는 식재료 중 하나가 사골이라고 생각하는데다가 진짜 사골에서 느낄 수 있는 특유의 기름 냄새도 좋아하지 않는 편이기 때문에 사골이라는 표기가 그렇게 반갑지는 않았다.

애정마라탕 분점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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