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샀었다, 몽블랑 어린왕자 에디션 만년필

d0u0p 2018. 8. 29.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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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스스로 생선을 미리 준비해두고, 생일에 맞춰 포스팅하려고 했으나 어영부영 생일이 한참 지나버렸다. 조카들이 딱 생일 저녁에 찾아와 신나게 축하해 주어 노트북 근처에는 앉을 수가 없었다. 그래도 귀요미 조카들이 고사리같은 손으로 한 알 한 알 엮어 만들어 온 딸기와 케이크, 커피를 선물로 받고 좋았다. 적어도 무슨 과일을 좋아하시는지 전화로 리서치도 했고, 딸기 알맹이를 만들면서 1초라도 고모 생각을 했을 걸 생각하면 너무 기특하다. 

커피는 오른쪽 선이 비뚤어진 줄 미처 모르고 굳어져 버렸다고 아쉬워하며 사정을 소상히 설명해 주었다.

그리고 스스로 준비한 생선인 몽블랑 만년필 어린왕자 에디션은 날짜 맞춰 각인 서비스도 받으려고 했는데, 아직도 문구를 정하지 못 했다. 앞으로의 삶에 보탬에 되며 언제 봐도 낯간지럽지 않은 적당히 쿨한 글을 넣고 싶은데 못 찾았다. 사실 그 한 마디가 앞으로 내가 어떻게 살아갈지 방향을 정해 버리는 게 아닌가 싶은 우려도 있어서 결정을 못하는 것 같기도 하다. '차카게 살자'같은 것으로 문신했다가 어른이 되서 후회하는 그런 일이 없기를 바란다. 간단하게 생일축하한다고 넣기에도 민망스럽지 않은가, 내가 내 생선에 생일을 축하한다며 글귀를 넣다니 생각만해도 오글거린다. 올 해가 지나기 전에 뭐라도 새겨 넣어야 하는데 모르겠다. 

여기서 각설하고 어린왕자 에디션의 몽블랑 펜촉의 영롱한 모습을 자랑하면 이렇다. 모먼트 렌즈 매크로를 사용해서 자세히 들여다 보았다. 이 정교한 느낌의 닙 너무 예쁘고 좋다. 

온라인으로 구매했으니 단차도 확인해야 하니 다시 렌즈를 들이 밀어 촉을 확인해 본다. 사실 단차가 어떻게 보이는 것인지 감이 잘 없지만 뭐 이정도면 합이 딱 맞는 느낌인 것 같아 넘어가고, 세세한 디테일 하나하나 다 예쁘다. 캡에는 "Creer des liens? ... Tu seras pour moi unique au monde:관계를 맺는다고? 너는 나의 유일한 세계야."라는 글귀가 이미 각인되어 있다. 

음, 그러고 보니 각인 서비스는 대체 어디에 받아야 하는지 모르겠다. 캡에는 이미 여우 얼굴이 패턴으로 각인되어 있어서 각인해 봐야 좋지 않을 것 같고, 펜꽂이 스틸 부분 역시, 문구가 각인되어 있는 부분과 연결되어 있으니 잘 못하면 지저분해질 것 같으니 이대로 두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지만, 내게 있어서 이 만년필도 온전한 나의 유일한 세계임을 각인하고 싶기는 하다. 좀 더 고민해 봐야겠다. 

처음 출시되었을 때는 그냥 언감생심 구경만 하다가 어느날 갑자기 스트레스가 하늘 위로 솟아 오르던 날, 하필 딱, 처음 가격보다 할인된 가격으로 행사중이라며 빨간 색으로 할인률이 표시되어 있어서 바로 주문했다. 구입하는 루트 별로 사은품이 천차 만별인 느낌이었는데, 만년필이 중요하지 사은품에 전혀 관심이 없어서 그냥 편한 온라인샵에서 주문했고, 그 결과 3종 파우치 세트를 받았다.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기분인데 쓸모는 있어 보였고, 예쁘지도 안예쁘지도 않아서 제법 쓸만해 보였다. 큰 파우치는 노트북 용으로 낙점하였으나 지금은 물놀이 관련 용품으로 채웠고, 중간 사이즈는 수채화 스케치에 사용되는 각종 문구류를 넣었다. 아주 작은 사이즈는 어디 쓸지 모르겠다.  

그리고, 설명서에 반드시 몽블랑 잉크를 넣으라는 협박같아 보이는 안내가 있었다. 다른 잉크 넣어서 망가지면 책임질 수 없다는 뉘앙스였는데, 그럴 요량이면 나처럼 마음 급한 사람들이 써 볼 수 있게 카트리지라도 하나 넣어 줄 것이지 아무것도 없어서 하루 종일 빈 몸뚱이 펜만을 부여잡고 힘들었다. 

집에 가자 마자, 몽블랑 잉크는 없으니 되는대로 일단 파이로트 이로시주쿠 월야를 넣어 시필하기 시작했다. 

신난다, 부드럽게 잘써진다. 종이가 아깝지 않았다. F닙으로 구매하긴 했지만 그래도 한글에는 굵은 편이라 작은 글씨는 좀 어렵고, 시원시원하게 넓은 칸에는 잘 써진다.  열심히 이렇게도 쓰고, 저렇게도 쓰고, 잘 쓸 때도 있고 못 쓸 때도 있고 언젠가는 대충 써도 평타로 적당히 잘 쓸 날이 오겠지, 그 만 번은 언제쯤 채워지는 걸까 궁금하다. 그리고 한달 쯤 지나서 월야의 색이 지겨워질 무렵 몽블랑 잉크를 구매했다.

작년에 잠시 에크뤼티르스놉의 딥펜 글쓰기 수업을 들으며 스놉선생이 가지고 있던 잉크였는데 색이 마음에 들었었다. 딱히 잉크 욕심은 내지 않고 있었는데, 꼭 반드시 몽블랑 잉크를 넣으라고 쓰여진 가이드북을 핑계삼아 구매해서 잘 쓰고 있다. 그리고 또 그제 새로 유니세프 잉크도 업어왔다. 잉크 이야기는 다음 기회에, 90주년 한정 잉크 사고 싶은데 팀장님의 면세점 찬스 쓰려고 보니 품절이어서 일단 포기했다. 뭐, 지금은 다른 색 잉크 하나라도 더 사면 펜이 더 이상은 없는 상황이니 일단 잘 참아볼 예정이다. 

사실 지난 달에 사각거리는 스틸닙 하나 더 쓰고 싶어서 카베코 페르케오를 주문해서 지금 잘 쓰고 있다. 글씨를 쓰다 보면 까렌다쉬849가 제일 손에 잘 맞는 느낌이라서 비슷한 닙을 쓰고 싶었다. 몽블랑도 스타워커를 샀어야 했을까, 문득 깊은 깨달음과 함께, 다시 다른 목표를 세워야 겠다. 새 몽블랑을 살 핑계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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