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기억 속에서 탕수육으로 명성이 자자했던 일일향에 가족들과 함께 드디어 다녀왔다. 아주 오래 전, 논현동 근처 사무실에서 근무할 때 탕수육 맛집이라길래 한 두번 다녀온 적이 있었고, 여의도에 오투타워가 새단장을 마쳤을 때 일일향도 영업을 시작했다는 것도 알고 있었지만, 그 때는 하필이면 코로나가 창궐하던 시절이라 애써 구름떼처럼 사람 많은 식당은 피해다녔어야 했기 때문에 일일향은 기억 속 저 편 어느 구석에 꽁꽁 숨어 있었다가 이제야 찾아가 보게 되었던 것이다.
코로나를 버텨내고 아직 성업중인 일일향은 오투타워 2층에 있고, 모던하고 쾌적한 분위기에 별도로 마련된 룸까지 있어 가족 식사나 회식도 모두 가능한 공간이었는데, 오투타워는 특히 3시간까지 무료 주차가 가능해서 부모님 모시고 슬쩍 다녀오기에 딱 좋았다.
신기하게도 내 기억 속에는 그 오래전 3대천왕인지, 무슨 맛집 프로그램에서 탕수육으로 1위를 했던 식당이라고 남아있는데, 방송 기록이나 인터넷 기록을 찾아 보면 그런 적이 없다고 하니 알쏭달쏭하다. 여타의 예능 방송에 맛집으로 소개된 적이 없지는 않다고 하는데, 어찌된 영문인지 모르겠지만 아무려면 어떠한가, 시그니처 메뉴인 탕수육이 맛이 있었으니 그걸로 만족스러웠다.
논현동에서 먹었던 탕수육도 이렇게 손가락보다 약간 굵은, 오동통한 탕수육이기는 했는데, 그 옛날에 먹었던 기억보다는 이번에 맛 본 탕수육이 훨씬 맛이 있었다. 튀김옷도 얇고, 두툼한 생등심 돼지고기를 사용해서 한 입 딱 베어 물었을 때 부드럽고 향기로운 육향이 뿜어져 나왔다. 레몬향이 살아 있는 깔끔한 탕수육 소스를 모두 부어 먹었는데도 끝까지 상큼하고 바삭하게 먹을 수 있어서 좋았다.

조카는 짜장면을, 동생 부부는 짬뽕밥을, 엄마마마님께서는 기본 볶음밥을 드셨고, 언제나 그렇듯이 마파두부 맛집을 찾아 해메는 나는 마파두부덮밥을 주문하고, 샤오마이와 샤오롱바오를 추가했는데 마파두부가 의외의 복병이었다.


딤섬 종류는 메뉴판에 보여서 반갑게 추가로 주문해 보았지만 큰 감흥은 없었다. 동생 부부는 북경에서 무려 10년을 넘게 살다 왔기 때문에 한국 딤섬 가격이 여전히 불편하고, 맛 또한 중국에서 맛 본 딤섬이 있었기 때문에 확고한 잣대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크게 환영받지는 못했다.
그래도 마파두부는 달랐다. 정통 중국 사천 마파와는 확실히 다르고, 한식 마파에 가깝지만 불맛을 살려서 훨씬 맛이 있었다. 녹말풀을 풀어서 걸죽하게 만들어낸 한식 마파두부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그 어느 중식당에서 마파두부를 주문해도 만족스러웠던 적이 없었는데, 일일향의 마파두부는 한국식 마파두부이지만 그 나름대로 맛이 있어서 즐겁게 먹었다.

밥은 거의 2인분에 가깝게 담겨 나왔기 때문에 양이 과하다는 것이 문제라면 문제일까, 자주 찾아가서 먹고 싶은 맛이었다. 아마도 지금까지 먹어본 한국식 마파두부 중에는 최고의 맛집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사무실에서 꽤나 먼 곳에 위치하는 것도 그렇고 평일 점심 시간에는 과하게 대기해야 하는 식당이기 때문에 자주 갈 수 없다는 점이 매우 아쉽다.
2020.06.30 - [EATING] - 여의도 직장인 점심 : 마파두부를 찾아서
여의도 직장인 점심 : 마파두부를 찾아서
처음 중국에 여행을 갔을 때가 세기 말 2000년이었으니 벌써 20년이 지났다. 훠궈에 말고기도 익혀서 잘 먹었고, 라즈지와 비슷한 라지아오지띵과 사랑에 빠졌고, 상하이에서 만난 마파두부에 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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