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ATING

휴직한 직장인 송리단길 마실, 고소한 고든램지버거, 쫄깃한 니커버커베이글, 고급진 미트파이가 있는 진저베어

d0u0p 2023. 4. 3.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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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파구는 진짜 너무 멀다. 평일에 집에서 쉬고 있으니 갈 수 있는 곳이라 큰 맘 먹고 길을 나섰다. 아직 마스크를 써야 하니 마스크를 쓴 채로 지하철 안에서 갑갑한 숨을 몰아 쉬며 한 시간 쯤 졸다가 내렸더니 지하철 역사 안이 아직 너무 추웠다.  

다행히 바깥 봄볕은 따뜻한 날이라 잠깐 벤치에 걸터 앉아 그날의 일행을 기다렸다가 석촌 호수를 가로 질러 건너편에 있는 니커버커 베이글로 향했다.

오픈한 지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았는데 테라스 석은 이미 만석이었던 니커버커 베이글 

어차피 그날은 고든램지 버거를 점심으로 먹을 예정이라 미리 예약해 두었고, 햄버거 먹기 전에 조금 일찍 만나 베이글을 포장해 올 셈이었으니 자리가 만석이어도 상관은 없었다. 다들 부지런하시다.

포장 손님은 특별히 따로 기다릴 필요는 없었지만 이른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벌써 매진된 베이글이 있었다. 주문 카운터 왼 쪽에 솔드아웃 메뉴들이 붙어 있는 걸 나중에야 발견했다. 베이컨 솔트와 청양고추 둘 다 주문하려다가 까였다. 

종류가 너무 많아서 고민을 할 뻔 했지만, 주문서 맨 위에 보이는 놈들로 대충 선택해 보았다. 갈릭&어니언에 파 크림치즈, 베이컨솔트와 플레인, 썬드라이드 토마토 베이글에 허니바질 크림치즈 세 가지를 선택하고 에브리띵을 추가했는데 베이컨 솔트는 품절이라 시나몬레이즌으로 변경되었다는 것을 또 집에 와서 열어 보고 알았는데, 헛갈려서 그랬는지 원래 그 메뉴였는지, 품절 안내를 받고 변경했었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했지만 그냥 있는 그대로 잘 먹었다.

코끼리 베이글은 오븐에 구워낸 베이글이라 다시 데워도 바삭한 느낌이 있는 편이었는데 니커버커 베이글은 속살이 쫀득하고 폭신했다. 에어프라이어에 180도로 5~7분 데우거나, 찌거나, 버터와 구워 먹으면 좋다고 먹는 방법도 따로 안내되어 있었는데 에어프라이어가 제일 편했고, 찌다가 물이 넘쳐서 반은 곤죽이 되어 버렸고, 버터 굽기는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버터를 일단 꺼내 바르는 것도 귀찮고, 치우는 것도 큰 일이라 싫었다. 반 씩 잘라 냉동실에 두고 꺼내 먹으니 일주일은 즐길 수 있었다. 맛있게 먹긴 했지만 베이글 하나만을 위해 또 송파구를 갈 정도는 아닌 것 같고, 베이글이 생각나면 아마도 코끼리 베이글에 가서 줄을 설 것 같다.
2020.09.12 - [EATING] - 따끈할 때 먹어야 좋은 코끼리 베이글

 

따끈할 때 먹어야 좋은 코끼리 베이글

코로나 때문인지 원래 그런지 잘은 모르나 줄을 서긴 했지만 그렇게 힘든 정도는 아니었고, 적당한 시점에 베이글을 주문할 수 있었는데, 줄 서 있으면서 안을 들여다 보면 중간 중간 베이글 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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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을 열기 전부터 테이블링으로 예약해야 하는 진저 베어 

니커버커 베이글을 찾아 가는 길에 골목 안쪽으로 진저베어 파이샵이 보였다. 오픈 시간 전이라 쿨하게 지나쳐 갔었는데 베이글을 사들고 나와보니 오픈 30분 전 부터 문 앞에 있는 테이블링 앱으로 예약을 미리 할 수 있었다. 미리 예약부터 하고 니커버커 베이글에 다녀와도 됬을 뻔 했다. 이미 삼삼오오 모여 대기중이셨는데 오픈 시간이 가까워질 수록 손님은 점점 더 늘어 갔다. 

그래도 열 두 시 전에 대기 예약을 했고, 그리 오래 기다리지는 않았다. 앞 서 들어가신 분들이 주문이 끝난 열 두 시 십 분 쯤 알람이 와서 들어갔다. 미트 파이 역시 포장만 해서 나올 거라 바로 줄을 서서 진열대를 열심히 구경했다. 

메뉴는 진열대 너머 안 쪽 카운터 근처에 붙어 있어서 전체 메뉴를 파악하기가 조금 곤란했는데, 그 중 더 답답했던 점은 앉아서 먹을 세트 메뉴는 카운터에서 주문하면 데워서 내 주지만 단품 메뉴를 주문할 경우는 줄서서 진열대를 구경하는 그 때 선택해서 들고 가야 한다는 것이었고, 미리 담아두지 못하면 진열대 앞에 줄 서 있는 다른 손님들 때문에 다시 돌아가 선택하기가 곤란한 구조였고, 또 어찌나 바로 뒤에 서 계신 아주머니들이 급하게 미시던지,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메뉴도 잘 모르겠고, 뒤에서 밀고, 정신이 없으니 원래 궁금했던 라구 파이가 어디 있는지 한 번에 보이지 않아서 일단 기본 메뉴일 법한 클래식 파이를 집어 들었고, 프레즐도 하나 담아 보았다. 

두 번 먹을 맛은 아니라는 다른 블로거의 포스팅 때문에 파이 맛을 확신할 수 없어서 소심하게 기본 파이를 하나만 선택했지만 매장에 들어설 때 풍겨 오는 냄새는 확실히 뭘 먹어도 맛있을 법 했고, 직감을 믿었어도 괜찮을 뻔 했다. 

진저베어 파이샵 메뉴

  • 클래식 매쉬 세트 (클래식 파이 + 플레인 매쉬 + 그레이비 소스) 12,000원 / 포장 13,500원
  • 트러플 치킨 매쉬 세트 (크리미 치킨 & 머쉬룸 파이 + 트러플 매쉬 + 그레이비 소스) 12,500원 / 포장 14,000원
  • 맥 & 치즈 라구 파이 8,500원
  • 크리미 치킨 & 머쉬룸 파이 8,000원
  • 세서미 치킨 커리 파이 8,000원
  • 스파이시 치킨 소시지 8,000원
  • 진저베어 클래식 미트 파이 8,500원
  • 풀드 포크 파이 8,500원
  • 데일리 수프 : 벨 페퍼 + 미니 프레첼 파이 8,500원
  • 데일리 수프 : 와일드 머쉬룸 + 미니 프레펠 파이 8,500원

영문 모르는 우리 어마마마마님같은 분은 절대 주문 못 할 영문 표기로 된 멋내기용 메뉴가 벽에 걸려 있었지만 계산하는 카운터에서는 멀어서 그나마 잘 보이지도 않았고, 카운터 앞에는 그래도 세트메뉴 정도는 한글로 적혀 있었다. 

주문을 끝내고 포장된 파이를 기다리면서 카운터 옆에 준비된 세트 메뉴를 보니 군침이 돌았고, 포장된 파이를 들고 돌아 나오면서 야외 테라스석 분위기를 보면서 자리잡고 앉아 따뜻한 스프와 함께 파이를 즐겨 보고 싶었지만 이미 늦었다. 테라스 자리는 이미 만석이었고, 다시 줄을 설 수도 없었고, 고든램지 버거가 기다리고 있으니 발길을 돌려야 했다. 

집에 돌아와 파이를 꺼내 데워 먹었는데, 아니 이런 고급진 파이 맛일 수 있나 싶어 깜짝 놀랐다. 고기를 갈아 넣은 메뉴들은 불고기 김밥을 포함해서 그 고기가 우글거리는 식감과 함께 풍겨 오는 쇠기름 냄새 때문에 달갑지 않았는데 진저베어 미트 파이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걸리적거리는 느낌 없이 부드럽고 찰진 파이 속이 정말 고소해서 좋았다. 더현대서울 로라스블랑에서 먹었던 미트파이에서 느꼈던 우글거림도 없고 기름진 느낌도 없고, 담백하고 고소해서 맛있었다. 더 사올 걸 그랬다.

2021.12.10 - [EATING] - 여의도 직장인 점심 : 다이어트 시작하기 전 마지막 만찬으로 마땅했던 더 현대 서울 로라스 블랑 브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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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저베어는 테라스석에서 매쉬 세트 먹으러 한 번 더 가야겠다. 포장할까 말까 망설였던 애플파이도 생각난다. 

이제는 여유로운 고든램지 버거

고든램지 버거는 처음 문을 열었을 때처럼 오픈런을 해야 하는 상황은 아니었다. 예약도 쉽게 할 수 있었다. 

큰 맘 먹고 찾아간 김에 궁금한 메뉴를 모두 먹어 보고 와야 했지만, 엑스스몰 위장으로는 불가능한 일이니까 어쩔 수 없이 가능한 만큼만 주문했다. 포레스트 버거와 헬스 키친 버거 그리고 스티키 토피 푸딩을 주문했다. 음료는 스미스 티 중 No.320 부케를 아이스로 주문했는데 마음에 쏙 들었다. 차 쇼핑 목록에 올려 두어야겠다.

주문을 마치고 차와 버거용 나이프를 받았다. 나무에 각인되어 있는 정갈한 폰트도 마음에 쏙 든다. 모던하고 부드럽고 미려하다. 어차피 영문 폰트 쓸 일은 많지 않지만 그래도 궁금해진다. 

슬라이스된 아보카도가 삐죽 나와 있는 놈이 매콤한 소스가 들어있는 헬스 키친 버거이고, 써니사이드 업 달걀이 혀를 메롱 내밀고 있는 놈이 포레스트 버거다. 루꼴라가 가득 들어 있어 이름에 어울리는 풍미를 뿜어내고 있었다. 신선한 루꼴라를 오랜만에 가득 씹어 볼 수 있어 좋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극적인 양념을 좋아하는 내 입맛에는 약간 더 화려한 맛을 가진 헬스키친 버거가 당연히 더 마음에 들었다. 패티며 소스며 다른 재료 모두 뭐 흠잡을 데 없이 완벽했다. 메뉴판에 적힌 가격은 정직한 가격이었다.  

다른 소셜미디어 플랫폼에서는 반갈샷이 대유행이라길래 열심히 반을 갈라 보았지만, 뭐 버거라 그런지 그렇게 아름답지는 않았다. 버거를 다 먹고나서 받은 스티키 토피 푸딩도 어떻게 각도를 잡아 보아도 오묘한 형태라 사진은 포기하고 그냥 먹었다. 

두 말 할 필요가 없는 완벽한 단짠 조합으로 만들어진 디저트였다. 다만 이미 버거 하나를 먹고 배가 두둑해진 상태라 달콤한 디저트를 소화해내기 거북해서 결국 설문에 응답을 하고 커피를 한 잔 씩 받기로 했다. 디저트가 나올 무렵 계산서와 함께 카카오 채널 등록 할인 쿠폰과 설문에 대한 안내가 있었다. 문제는 구글 설문 양식이라 설문을 완료하고 나서 페이지를 닫아 버리면 설문에 응했다는 증거를 다시 보여줄 수 없는 상황이었는데, 거기까지 생각을 못하고 설문 페이지를 닫아 버려서 난감했다. 확인하시는 서버 분에게 사정을 설명해야 했다. 스마트폰에서 앱이나 페이지를 열어 놓고 영원히 닫지 않을 기세로 사용하는 다른 사용자들읭 취향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나는 쿠폰이나 기프티콘이 들어 있는 문자 메시지조차도 바로 바로 삭제해서 곤란할 때가 많다. 웹페이지나 앱이나 사용하면 자연스럽게 바로 끄고 닫고 지우는 게 버릇이라 어쩔 수 없었다. 

다행히도 서버 분이 양해해 주셔서 확인하신 것으로 하고 커피를 받았다. 의외로 양도 많고 진하고 굵은 느낌이 가득한 커피를 받아 달콤한 스티키토피 푸딩과 함께 잘 먹고 나왔다. 좌석이 조금 더 안 쪽이었으면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했을텐데 바깥쪽 자리인데다 옆 테이블과의 간격도 너무 좁아서 마음 놓고 안쪽을 탐색할 겨를은 없었다. 인테리어에 사용된 등의 컬러 배색이 색상차가 큰데도 부드럽고 세련된 느낌이라 좋았다. 충분히 충전되지 않은 상태의 가볍디 가벼운 테이블 등만 빼면 부족함 없이 훌륭한 점심 시간이었다. 

삼성동에 고든램지 스트리트 버거가 새로 오픈했다는 소식이 있던데, 패티 중량이 조금 덜 나가고 조금 가벼운 가격이라고 하니 한 번 가봐야겠다. 소식좌들에게는 오히려 스트리트 버거가 더 나을 수도 있다. 월드몰에서 먹은 버거는 정말 배가 빵빵하게 불러와서 힘들었다. 

잠실 롯데월드몰점에서는 아직 벚꽃이 피지는 않았던 석촌 호수를 한 바퀴 돌며 부른 배를 진정시키고 돌아올 수 있어 좋기도 했다. 오랜만에 매직아일랜드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고 좋았다. 놀이기구를 즐기지 않는 자에게 놀이동산은 딱 이 정도 거리에서 보는 것으로 충분히 흡족하다. 휴직중이긴 하나 일은 또 해야 해서, 벚꽃이 지기 전에 다시 갈 수는 없을 것 같아 아쉽다. 올 해 안에는 꼭 한 번 더 가 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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