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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직한 직장인 압구정 마실, 오전부터 음주 가능한 올데이 개스트로텍 부베트서울

d0u0p 2023. 4. 17.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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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필이면 비가 오는 봄 날이었지만, 비가 오면 오는대로 오다 그치면 그치는대로 좋은 날이었다. 마음 편하게 마실 나가서 즐거운 식사를 하는 날이라 마냥 기분이 좋았나 보다. 

정확한 의미를 파악하는데 한참 걸린 개스트로텍 부베트는 압구정 역 바로 앞에 있는 안다즈 호텔에 붙어 있었다. 같은 건물이겠지 싶어서 비도 피할 겸 호텔 로비로 들어갔으나 지도를 아무리 보아도 찾을 길이 묘연하고 위치를 확인하기 어려워 그냥 길을 물었다. 건물 밖으로 다시 나가서 코너를 돌면 안쪽에 보일 것이라고 했다. 건물이 붙어 있다고 하기엔 떨어져 있는 모양새인 별관 쯤 되는 곳 1층에 위치하고 있었다. 

비가 그치고 날씨가 따뜻하면 자전거가 보이는 풍경을 바라 보며 바깥에 앉았겠지만 비가 오니 어쩔 수 없었다. 개스트로펍은 대충 술이 있는 자리일 것 같은 느낌인데 텍이 붙으니 감이 잡히지 않았지만 문을 열고 들어섰을 때 확실히 다른 나라에 왔다는 느낌이 들어 좋았다. 

뭐 맛있는 음식과 아름다움이 공존하는 공간을 추구하는 곳이라니 그러려니 하고, 오전에 방문했는데도 각종 에일과 와인을 주문할 수 있고 그에 어울리는 다양한 음식들이 준비되어 있으니 그냥 즐거운 곳이다. 메뉴가 불어로 적혀 있어서 설마 이 불어를 읽어서 주문해야 할까 고민스러웠지만 우리에게는 손가락도 있고, 한글도 적혀 있으니 입과 위가 2인분 뿐이라 모든 메뉴를 다 먹어 볼 수 없다는 것 빼고는 아쉬운 점이 없었다. 

메뉴는 구석에 있는 부분까지 샅샅이 훑어봐야 한다. 가운데에 있는 메뉴만 보고 당근 라페와 대파, 프렌치 토스트를 주문했는데 서빙하시는 분이 초콜릿 무스를 들고 지나가셔서 그 메뉴는 왜 눈에 안 들어왔는지 한참 찾았다. 

토스트며 라페며 달콤하고 부드러웠던 대파까지 모두 꿀맛이었다. 프랑스 정찬 따위는 먹어 본 적 없지만 왠지 정찬은 얼마나 더 맛있을지 궁금하게 하는 음식들이었다. 

당근라페는 찾아 보니 만드는 방법도 쉬워서 집에서도 한 번 만들어 먹었다. 채를 너무 못 썰은데다가 절이는 수준도 다르고 무엇보다도 프랑스 요리의 1도 모르는 자가 만들었으니 얼추 비숫한 맛으로 먹을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만족스러웠지만 채썰기가 너무 힘들어서 다시 만들어볼 엄두는 나지 않는다. 대파 요리도 왠지 잘 구워서 흰자를 사용해 만들었다는 그 소스를 마요네즈 응용 버전으로 사용하면 비슷한 맛으로 먹어볼 수 있을 것 같기는 하지만, 무엇보다도 그 장소가 주는 미학적인 즐거움 또한 무시할 수는 없다. 

각종 알콜 드링크까지 곁들일 수 있으니 날씨 따뜻해지면 야외석에 앉으러 한 번 다시 가야겠다. 알콜쓰레기인 자로서 오전부터 마시면 집에 올 때 부끄러울 수 있으니 저녁에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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