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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직장인 점심 : 포장은 계속되어야 하는데 배민오더가 부족하다.

d0u0p 2020. 3. 30.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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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배달의 민족 앱을 보았을 때에는 앱으로 주문해서 먹을 수 있는 음식의 종류가 대체로 젊은 사람들이 찾는 저렴하고 푸짐한 음식들이거나 여럿이 모여 왁자지껄 떠들며 먹는 야식들이 많다는 인상을 받아서 실제로 앱을 써서 주문 할 일은 많지 않았는데, 어느 날 맛 집으로 소문난 음식들을 대신 가져다 주는 라이더스 서비스를 시작한다는 소리에 호기심이 생기기는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사람의 손을 빌어 쓰는 일에 비용을 지불하는 것이 지금도 어색한 나는 배달료를 추가로 지불해가면서까지 맛 집 음식들을 선뜻 주문하기가 어려웠다. 게다가 어쩌다 한 번 씩 슬금 슬금 라이더스 서비스를 쓰면서 익숙해져 갈 법한 무렵에 유쾌하지 않은 경험을 하게 되었다.

집에서 사무실이 멀지 않고, 사무실 근처에 있는 매장의 맛있는 피자를 주말에 집에 앉아 먹고 싶은 마음에 라이더스로 피자를 주문했다. 그 피자 매장은 매장에 앉아서 먹을 때에도 주문 후에 한참 기다려야 하는 곳임을 알고 있으니 늦어질 것을 감안하고 정말 이른 시간에 서둘러 피자를 주문했다. 주문이 절대 밀릴 수 없는 오픈 시간에 맞춰 주문을 했는데, 주문이 접수 되었다는 메시지가 오고 나서 조금 지나니 주문이 밀려서 늦어질 수 있다는 알림이 처음 왔을 때에는 주말이라 뭐 그럴 수 있으니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다. 그리고는 예상보다 빨리 라이더스가 피자를 픽업했다는 메시지를 받았다. 의외로 빨리 나왔다고 기쁜 마음으로 기다리기 시작했는데, 집에서 기다리는 나는 픽업을 했으니 그 시간부터 피자를 가지고 우리 집으로 바로 올 것이라고 기대를 품었다는 것이 문제랄까, 그 매장에서 우리 집까지 길이 막히면 일반 차량으로는 30분이 넘게 걸릴 수는 있지만 라이더가 이동하는 수단으로는 막혀도 30분이면 오는 거리라서 기대는 더 커졌는데 라이더는 30분이 지나도 나타나지 않았다. 기다리면서 앱을 잠깐 들여다 보았을 때에는 라이더스의 위치도 GPS로 확인할 수 있었는데, 이 때 라이더스의 위치가 매장과 우리집과의 직선 거리 상에 있는 어딘가가 아니라 약간 뜬금없는 서여의도 어디쯤으로 찍힌 것을 보았을 때, 나는 너무 자연스럽게 GPS는 위치가 정확하지 않으며 시간대도 일정 간격을 두고 찍히는 것이니 으레 잘 못 찍힐 수 있다고 생각하고 가볍게 흘려 버렸는데 한참 후에 집 앞에 도착한 라이더가 배달통 맨 밑에서 다른 음식에 깔려 식어 눅눅해진 피자 박스를 꺼내 주며 죄송하다고 하는 모습을 직접 눈으로 보고 나니, 아까 보았던 뜬금 없는 그 어딘가의 위치가 GPS 오류가 아니지 않은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 입장에서 내 음식을 바로 가져다 줄 것이라는 믿음이 어리석은 것이었나, 라이더스를 통한 배달보다 일반 매장에서 직접 배달해 주는 일반 배달이 오히려 더 빨랐고 좋았던 것 같다. 그리고 지금은 기억이 잘 나지 않지만 얼마 전에는 배민 오더가 아니라 다른 이름이던, 집 근처 매장에 주문을 하고 직접 가져 올 수 있는 서비스 메뉴가 보여 집 근처 쌀국수를 집에서 주문하고 동생 시켜서 들고 와서 맛있게 먹었던 적이 있었는데, 어느 날 사무실 근처의 흑돈가에서 배달의 민족 배달 서비를 시작한다고 배너를 내 거신 것을 보고 지금은 이름이 배민오더인 그 서비스가 다시 떠올랐다.

이제는 사들고 와서 먹어야 하니까, 사무실 근처에 있는 식당 중에 포장 주문이 가능한 식당이 얼마나 있는지 궁금해서 일단 앱에 있는 지도를 확인해서 주문을 넣을 수 있는 매장들을 물색하고 신나게 점심을 먹기 시작했다.  

1. 맘스터치 w/배민오더 

맘스터치는 멀리 있는 매장이고, 점심 시간에 맞춰 도착하면 앉을 자리도 없으니 들고 와서 먹는 것이 좋을 것 같았는데 마침 배민오더에 있으니 호기롭게 버거를 주문해 보았다. 후기에도 썼지만 막상 찾으러 갔을 때에는 영수증에 주문 번호 1번이라고 보기 편하게 써 있었는데 매장에서는 주문 내용을 하나 하나 디테일하게 확인하느라 약간 버퍼가 있었다. 

2019/09/26 - [EATING] - 여의도 직장인 점심 : 버거킹은 닫았지만, 맘스터치가 열렸다.

 

여의도 직장인 점심 : 버거킹은 닫았지만, 맘스터치가 열렸다.

햄버거집이 이렇게 문전성시를 이룰 일인가, 여의도에 드디어 맘스터치가 문을 열었다. 버거킹이 소리소문 없이 문을 닫은 이후로는 롯데리아가 거의 유일한 프랜차이즈 햄버거집이었는데(KFC는 거의 가지 않음),..

d0u0p.tistory.com

맘스터치는 주문하면 바로 내 주는 버거집이 아니니까, 주문하고 알려주는 시간에 맞춰 도착해서 바로 버거를 받아 오니 편하고 좋았다. 아직 서비스를 쓰는 사람이 없어서 그런지 주문번호 1번인 것까지도 은근히 기분이 좋았다.

2. 마켓온오프투고 w/배민오더 

홍우 빌딩 지하에 칼국수를 먹으러 가면서 우연히 일식 메뉴를 하는 식당이 내부 공사인 것을 보고 새로 오픈하면 가보자던 곳이었는데, 막상 가 보니 배달을 전문으로 하는 도시락집이라서 앉아 먹을 수 없으니 뒤도 안돌아 보고 돌아 나왔던 곳이다.

앱에서 메뉴를 확인하니 쌈밥 도시락이라서 너무 반가웠다. 양도 맛도 적당해서 좋았다. 심지어 백화점 식품 코너에서 파는 냉장된 쌈밥과는 달리 방금 싸 주신 쌈밥이라 따뜻하기까지 해서 너무 좋았다. 자주 먹고 싶은 맛이다. 

3. 콩밭 w/배민오더

콩밭은 전부터 오가는 길에 궁금해서 들여다 본 곳인데, 처음에는 점심 메뉴는 없고 정말 두부만 파는 두부집같은 분위기라서 그간의 식당 목록에 올려 두지 않았던 곳이다. 앱에 오더가 가능하다고 되어 있어서 메뉴를 보니 순두부 메뉴가 있었지만 순두부가 식사 메뉴인지 두부만인지 잘 모르는 상태라 메뉴를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싶은 마음에 오더를 쓰지 않고 일단 찾아가 주문했다. 

들고 온 순두부는 여전히 다시 생각날 만큼 고소한 맛이다.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으나 점심 식사를 먹을 수 있게 되었나보다. 처음 오픈할 때 보았던 메뉴는 안주류만 적혀 있어서 순두부찌개를 먹을 수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을 못하고 있었는데 두부 본연의 맛이 좋아서 아이들에게도 좋을 것 같다. 조카들 올 때 포장 한 번 해야겠다. 

4. 매일 메뉴가 바뀌면서 앱에는 고정 메뉴만 표시되고, 주문하면 자동으로 취소되는 히클리밥 w/배민오더 

제목 그대로 전부터 봐 두었던 대표메뉴라고 적혀 있는 돈김치볶음밥을 먹고 싶어서 주문을 했는데 주문 확인하는데 시간이 좀 걸리는 것 같아서 일단 다른 매장도 들를 겸 출발하고 나서 자동으로 취소되었다는 메시지를 받았다. 준비하기가 어렵다는 사정이 무엇인지 또 궁금하기도 하고 직접 가서 가능한 다른 메뉴를 선택하기로 하고 매장에 가 보기로 했다. 

주문을 하면 그 때 주문 받은 음식을 조리해서 포장해 전달해 주는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고정 메뉴는 고정 메뉴대로 있으나 바로 가져갈 수 있게 준비해 놓는 패키지 메뉴가 매일 달라지는지, 일단 준비된 패키지 메뉴가 진열장에 있었고 그 중 선택해서 결제하면 바로 가지고 나올 수 있는 시스템이라 배민오더로 주문을 받을 때, 시스템에 등록된 메뉴와 그 날 준비된 포장 메뉴가 서로 달라서 취소시킨 것 같다. 주문한 내 입장해서 보면 버젓이 있는 메뉴 멋대로 취소당한 상황이 되어서 기분이 좋지는 않았다. 진열장에 돈김치볶음밥과 약간 다른 치즈김치 볶음밥이 있어서 결제를 하고 포장을 하는데, 사실 결제를 할 때에도 원하는 도시락을 가져 오라하고, 치즈김치 볶음밥에 치즈는 녹지 않은 채였기 때문에 가져가면 조리를 해서 다시 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대로 다시 주면서 1분 30초에 렌지에 데워 드시라고 해서 당황했다. 들고 와서 데울때까지는 꽤 맛있어 보였는데 한 입 먹었을 때부터 인상이 좋지 않았다. 볶은 상태나 양념의 맛은 둘째치고 렌지에 데워진 밥알 씹는 맛이 좋지 않았다. 비비고 깍두기 볶음밥이 가격으로 보나 맛으로 보나 백 배 정도 나은 것 같다. 편의점 도시락보다 나을 것이 없는 맛인데 이 가격으로 또 먹을 이유는 없다.  

6. 앱으로 주문하면 더 비싸서 발품 팔아 사다 먹어야 하는 에그드랍 w/내발 

지난 번에 키오스크에서 홀린 듯 주문한 기억에 돌아와서 정리하며 확인하다가 오히려 앱으로 주문하면 더 비싼 것을 알고 놀라서 이제는 토스트가 생각나면 자연스럽게 사러 나간다. 

뭐 가격은 다 업주 마음대로 정하는 것이라 그런가 싶기는 한데, 에그드랍은 유별나게 매장 별로도 가격이 왔다 갔다 하는 것 같아서 정신 똑바로 차리고 살아야 한다고 나를 나스리게 한다. 기본적으로 배달 가능한 최소 금액도 지정하고 일정 배달료든 거리에 따른 배달료든 별도로 받는 것 같은데 단품 메뉴 하나의 가격이 오프라인 매장보다 높게 책정된다는 건 좀 의아하다. 내 상식의 문제인가, 점주의 상식이 문제인가?

7. 마음 편히 주문할 수 있게 된 마녀김밥 w/배민오더 

마녀김밥은 늘 성업중이라 언제 가도 줄을 서야 하고, 전화로 미리 주문을 받아 주시지만 점심 시간에는 매장 내 주문에 전화 주문에 정말 혼돈스러운 상황인 것을 눈으로 보아 알고 있으니 그동안은 사실 한가한 오후에 가서 저녁에 먹을 김밥을 사 들고 왔지, 점심시간에 찾아가 먹은 적은 별로 없었다. 

앱으로 주문하면 가지러 갈 시간을 대충 알려 주니 맞춰 가 보면 거의 동시에 메뉴가 포장되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장 내에서 일하시는 분은 하염없이 다른 포장을 더 하시거나 다른 주문을 받고 계시거나 해서 봉투에 붙어 있는 접수번호를 눈으로 먼저 살펴 보고 이것이 우리의 음식이니 가져가도 되냐고 확인하고 들고 오고 있다. 확실히 바쁘고 복잡한 매장에서는 편리하다. 

8. 전화주문했지만 배민오더에서 보고 싶은 카레오 w/전화주문 02-782-4804

그냥 카레가 먹고 싶어서 카레오에 전에 들렀을 때 다른 분들이 포장해 가시는 걸 본 적이 있어서 포장이 되는지 일단 찾아 보았다. 토핑 종류는 치즈가 들어 있는 토핑들은 맛이 없다며 기본 돈가츠만 포장이 가능하다는 글을 보았는데, 팀장님과 나는 새우튀김을 좋아해서 그 또한 궁금했었다. 설마 등심돈가츠만 포장이 가능한가 싶었다. 

전화해서 일단은 묻지 않고 새우튀김을 추가했는데 별 말씀 없이 주문을 받아 주셨다. 전체 토핑 중에 몇 가지만 안되는 것인가보다. 들고 온 카레라이스는 정말 맛있게 먹었다. 사실 우동도 먹고 싶었지만 면을 들고 와서 먹으면 그게 정말 괜찮을지 걱정스러우니 밥으로 먹었다. 언제쯤 맘 편하게 카레 우동 먹을 수 있나 걱정이다. 

다음 주는 쌈밥을 일단 한 번 먹고, 아침 일찍 주문해야 한다는 한 입 도시락을 한 번 먹고, 집에 컵밥이 남아 돈다는 분의 협찬으로 컵밥을 한 번 먹고, 배민오더에서 봐 두었던 반찬 가게의 도시락을 한 번 먹고 나면 하루밖에 안 남는다. 쉑쉑버거를 먹을 수 있는 방법은 없나 모르겠다. 일단 팀장님 쉬실 때 사이즈 작은 브루클린 버거를 몰래 사다 먹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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