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일링 서비스는 충동구매를 조장한다. 자리에 앉자 마자 메일함에 들어 있던 20주년 기념 MD 안내 메일을 보며 머그나 텀블러에서는 특별한 구매의욕을 느끼지 못했지만 기념 볼펜 아이템에서 눈이 번쩍 뜨였고, 바로 일어나서 매장에 내려갔다.
머그는 절대 의도하지 않고 내려갔지만, 집에서 쓰고 있던 오래 된 큰 머그의 이가 나간 상태였고, 사무실에서 흰둥이 머그를 쓰고 있자니 매일 커피때가 끼는 모습을 고스란히 눈으로 확인하면서 괴로웠는데, 마침 20주년 머그는 내부가 초록색이었고, 유약이 발라져 있어서 사무실에서 쓰기에 더 적합한 것 같아 새 머그를 사무실에서 사용하고 원래 쓰던 흰둥이 머그는 집에 가져 가서 쓰고, 이가 나간 머그는 버리기로 할 작정으로 일단 머그를 함께 구매하게 되었다.
그리고 특히, 이런 때에 스타벅스의 열일인지 모나미의 열일인지 모르겠으나 시의적절한 모나미 볼펜과의 콜라보 프로모션은 환영받아 마땅하다. 물론, 볼펜심에 따른 필기 퀄리티에 대해서는 반신반의하며 구매했다.
뚜껑을 열었을때 모나미 153ID와 동일한 디자인에 스타벅스 컬러가 더해진 볼펜임을 확인하고 더더욱 필기는 망했으려나 고민하면서 천천히 살펴 보았는데, 심이 일단 국제 표준 규격 G2심이었다. ISO 12757-2 G2, 지난 번에 포스팅했던 파카 조터와 까렌다쉬의 빅볼 대신 사용할 수 있는 그 규격과 같은 규격이다. 잘하면 제트스트림 SXR-600에서도 벗어나 메이드인 코리아 국제 규격 리필심을 사용할 수도 있겠다 싶어서 일단은 기분이 좋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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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 캡이 있는 볼펜심은 그냥 여분이겠거니 생각하고 볼펜심이 이미 들어 있는 볼펜으로 시필을 하고 보니, 여분의 심은 볼펜에 들어 있는 검정색이 아닌 스타벅스 녹색이라고 박스 겉에 표기되어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렇다면 예전에 써 보았다가 볼펜심이 마음에 들지 않아 쳐박아 두었던 153을 꺼내서 비교해 보고, 마음에 들면 심을 교체해서 쓰기로 마음 먹었다.
한동안 안쓰고 박아둬서 그렇다고 하기에는 원래 이 심은 이랬다. 지금 FX4000이 훨씬 개선된 상태라는 걸 대번에 알 수 있었다. 153을 처음 사서 써보고 마음에 드는 진한 검정색의 노크식 유성볼펜 찾아 삼만리 한 지 2년이 지났는데, 모나미로 다시 돌아 오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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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모나미 FX153과 비교해 봤을 때에도 끊김 없고, 똥도 덜 싸고, 매끄럽게 써진다. 전에 썼던 본문을 똑같은 A4용지에 써서 비교해 보았다.
실키 글라이드라고 표기되어 있는 옛날 심은 이제 과감히 버리기로 했다. 안쓴지 오래되서 잉크 상태가 더 안좋아진 것 같기도 하고, 역시 중간 중간 끊어져서 답답할 때가 있다.
FX4000은 지난 번에 FX153때 시필했던 것과 비교해 보면, 아크로볼과 필기감이 비슷한 느낌이다. 약간은 뻑뻑하게 써 져도 좋을 것 같은데 볼이 너무 미끄러져서 글씨 쓸 때 긴장하지 않으면 쭉 헛나갈 것 같은 느낌이 있다.
스타벅스 녹색 역시 제법 스타벅스 녹색답다. 153ID에 검정 리필심을 넣고, 녹색 심은 스타벅스 20주년 볼펜인 새 녹색 볼펜에 깔맞춤하여 넣어 주었다. 쓰다 보니 또 다른 녹색이랑 그렇게 차이나지는 않는 느낌이라 전에 사용하던 제트스트림의 녹색과 살짝 비교해 보았다. 아주 미묘하게 스타벅스 녹색이 약간 난색쪽으로 기울어 있고, 제트스트림의 녹색은 한색인 청새 기운을 약간 띄고 있다. 얼핏 보면 같은 녹색이지만 자세히 보면 확실히 다른 색이다.
지난 번에 FX153을 열어 봤을 때 표준 규격이 왜 아니냐며 실망하고 투덜댔었는데, 아무래도 FX153은 저가형 모델이라 어쩔 수 없는 것인가 싶고, 그렇다면 그 어디엔가는 라인별로 볼펜심의 퀄리티가 다르며, 모나미에도 국제 규격의 리필심이 존재한다는 걸 어디에선가 알 수 있었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았다. 그냥 FX153볼펜은 자신있다고만 해서 실망했던 것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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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품 라인업에 대한 명확한 상세 설명을 해 주면 좋을 것 같다.
모나미 홈페이지를 보면 일반 유성 볼펜과 프리미엄펜을 카테고리로 나누어 놓긴 했지만, 서로 어떻게 다른지 어떤 점에서 차이가 나는 제품들인지에 대한 설명이 없고, 자세히 제품을 하나 하나 들여다 보면 153ID는 부드러운 필기감의 고급 금속심, 153골드는 고급 리필심 적용이라고 각각의 설명이 아주 간단하게 적혀 있고, 각 제품의 상세 설명을 이미지로 다운로드 받았을 때, 더 상세한 내용이 나오는데, 그 상세한 내용마저도 만족스럽지 않다.
각 제품군 별로 핵심으로 내세울 수 있는 핵심 기능에 대한 설명은 없고 일반 사용자도 눈이 있으면 다 확인할 수 있는 시각적인 부분만 글로 또 풀어 놓고 있는 격이라 153ID의 장점 중 하나는 저중심설계라고 생각하는데, 153ID는 저중심 설계로 만들어졌다는 내용을 사용자가 상세 이미지를 클릭해서 다운로드 받아서 뚫어져라 찾아 봐야 겨우 나오고 있다. 그 어떤 친절한 사용자가 그걸 다운 받아 확인하고 제품을 구매한다고, 이런 스펙을 꽁꽁 숨겨 놓았는지 모르겠다.
애초에 제품이 출시되었을 때에는 분명 고급화, 차별화된 디자인 전략으로 만들어진 제품이니까 디자인적인 차별점을 내세우고 싶었던 것이 당연하고 그 기조를 유지하고 싶어하는 것 같기는 한데, 2년이나 지났고, 모나미가 디자인에서만큼은 열일하고 있지만 기능적인 개선은 아직 멀었다는 의견들이 분분한 이 시점에도 아직까지 이런 홈페이지를 유지하고 있다는 건 그냥 담당자들이 게으르다고 봐야 한다. 쇼핑몰에서도 같은 느낌을 받았는데, 각각의 볼팬이 가진 소구점에 대해 정확히 짚어 주지 못하고 그냥 내용을 나열해 보았으니 읽으려면 읽고 말려면 말고, 사려면 사든가 말든가 뭐 그런 느낌이다.
국제 규격의 리필심을 사용하고 추가로 구매가 가능하고, 다른 펜들과도 호환이 가능하다는 것도 나름 메리트가 되는 것이라 리필심은 무얼 쓰는지, 어떤 심을 함께 구매하면 좋을 지 안내할 법한데(실제로 제트스트림이나 기타 다른 볼펜을 사러 가면 리필을 함께 구매하라고 권하고 있다), 그에 대한 안내는 또 전혀 없고, 실키글라이드 잉크를 사용하는 고급 리필심이라고만 안내되어 있다. 지금 스타벅스 볼펜에 들어 있는 이 FX4000이라는 심은 그러면 어떤 심이라는 것인가, 고급심이란 무엇을 말하는 것인가 알 수가 없다. 현재 153ID를 구매하면 그냥 SilkyGlide라고 표기된 1.0 굵기의 리필심이 들어 있을까? 홈페이지 규격으로 보았을 때에는 1.0 M 굵기의 볼펜심이라는 것 같은데, FX4000 리필심은 0.7 F라고 표기되어 있고, 지금 살짝 어지럽다. 혼란스럽다.
모나미 쇼핑몰로 가서 확인하면 이미지 다운로드 없이 상세 내용까지 볼 수는 있게 되어 있으나 153ID는 기본 심은 1.0인데 리필심은 FX4000이고, FX4000은 0.7 뿐이다. 이 상황에 내가 멘붕이 온 건 내 잘못인가? 체계가 없는 거야 뭐야, 슬며시 화도 난다. 하, 내가 우연치 않게 스타벅스에서 산 프로모션 제품에는 0.7 리필심이 들어 있었던 것이었고, 판매도 하지 않는 1.0 리필심은 그러면 또 상태가 어떤지 알 수 없다. 나도 좀 열심히 모나미 써서 동네 방네 온세계에 자랑하고 싶다.
필기감이 마뜩치 않았지만 문구 독립을 꿈꾸며 FX153으로는 독립을 꿈꾸던 윤동주의 시를 써 유투브에 업로드해 보았다. 아마도 FX153은 기념으로 고이 간직해 두고, 실제 사용은 FX4000 리필심이 들어 있는 153ID를 열심히 쓰게 될 것 같다. 그 전에 샀던 제트스트림을 그냥 버리는 것 역시 자원 낭비이니 얼른 열심히 공부해서 다 없애 버리고 모나미 리필심으로 바꿔야겠다.
일단 FX4000이라면 쓸 만 하다. 1.0도 뭐, 조만간 나오겠지 기대해 본다. 2년 쯤 기다리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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